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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팝: 역동성의 미학

칼럼

동남아시아 팝: 역동성의 미학
동남아시아 팝 음악은 오랫동안 수많은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해왔다.글. 신현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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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西)에서 동(東)으로 열거하면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이 인도차이나반도에 속한다. 이곳에서는 남아시아의 힌두교나 동아시아의 유교가 아닌 불교가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불행히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한 이후에도 인도차이나는 계속 전쟁에 휘말렸다. 1946년에 시작되어 1~3차까지 진행된 뒤 1991년에야 끝난 기나긴 전쟁이다. 특히 ‘베트남전쟁’으로 불리는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은 미군이 지상전에 개입하면서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인도차이나의 현대적 팝 음악은 이 전쟁을 배경으로 말미암아 발전했다. 남베트남과 미국은 북베트남과 싸우고, 태국은 미국과 남베트남을 지원하고, 캄보디아는 중립국이었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군은 자국산 팝 음악을 여기 저기 흩뿌렸다. 이 당시 아시아인들로 구성된 밴드들이 미국 팝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이때가 팝 음악, 특히 록과 포크의 절정기였다.

이 시대의 음악은 잘 보존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베트남 솔’, ‘캄보디아 사이키델릭’, ‘태국 펑크’라는 이름을 달고 ‘채굴’되어 재발매되었다. 이 음악은 세계 각지의 음악 듣는 멋쟁이들, 이른바 힙스터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유는 아마도 형식은 영락없이 서양 팝 음악인데 서양 팝 음악에 없는 요소들이 절묘하게 블렌딩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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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의 유명 룩끄룽 가수 수텝 웡깜행
    © Inter-Asia School Bangk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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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포크락 밴드 카라반
    © Inter-Asia School Bangkok


그렇지만 미국의 ‘영향’과 이에 대한 ‘응답’이 전부는 아니다. 다른 두 개의 상이한 경향을 언급하고 싶다. 미군이 오기 전부터 식민화와 냉전을 경험하면서 농민과 서민이 좋아하는 느리고 슬프고 감상적인 노래들이 이미 널리 유포되어 있었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베트남에서는 볼레로(bolero), 태국에서는 룩퉁(look thung)이라고 불렀다.

또 하나의 경향은 전쟁에 반대하고 때로 혁명에 투신한 젊은 지식인들이 만들고 부른 저항음악이다. 베트남의 찐공선과 태국의 카라반은 ‘포크송’이라는 외래어로 부르기에는 아주 핍진(逼眞)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1989년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개혁과 개방도 이루어지면서 인도차이나에서는 팝 음악은 정상적 환경에서 발전해 왔다. 1990년대 이후 TV 프로그램에서 인기 가요를 열창하는 스타 가수들이 속속 탄생하고, 청년 세대는 여느 나라처럼 록, 힙합, EDM 등 첨단 장르를 창작하고 연주하고 있다. 21세기 동남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어느 지역보다도 눈부시다. 태국이 앞서고, 베트남이 뒤따르고, 나머지 세 나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팝 음악의 첨단을 추구하는 경향은 소득수준을 가리지 않는다.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팝 음악은 스타를 빠르게 교체해 왔고, 대도시에서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공간엔 이를 즐기며 춤추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Phum Viphurit),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캄보디아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 뎅기 피버(Dengue Fever), 다국적 솔뮤직 밴드 사이공 솔 리바이벌(Saigon Soul Revival) 등은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존재다. 이들이 국제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점은 이들의 음악에 ‘글로벌’한 감각까지 부여해준다. K-팝만 글로벌한 게 아니다.

베트남은 자국의 음악을 V-팝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J-팝, 한국의 K-팝에 이어 스스로 자국의 이니셜을 팝 앞에 붙였다. 최고의 디바 미떰(Mỹ Tâm)은 한국인 작곡가와 작업하고, 앨범이 빌보드의 한 차트에도 오르고, 장충체육관에서 콘서트도 했다. 조금 있으면 ‘올 것이 왔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바다 너머로는 해양 동남아시아(maritime Southeast Asia)가 전개된다. 두 나라만 꼽으라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꼽고 싶다. 거칠게 말하면, 인구 1억이 넘는 가톨릭 국가와 인구 2억이 넘는 무슬림 국가다. 이 나라들의 팝 음악에 담긴 시간과 공간의 흥미진진한 궤적을 살펴볼 별도의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음악을 통해 역동적인 삶을 탐구해나가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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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락 밴드 모던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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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싱어송라이터 신 시사뭇
    © Nate 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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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팝 밴드 그랜드 엑스
    © Inter-Asia School Bangk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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