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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만나는 든든한 한 끼 ‘나시카톡’

테이스티 아세안

거리에서 만나는 든든한 한 끼 ‘나시카톡’

글_이효진(직장인 여행작가, 《이 여행이 더 늦기 전에》 저자)

브루나이 여행을 하다 보면 길가에 세워진 “Nasi Katok(나시카톡)” 이라는 팻말을 자주 만난다.
나무판자나 종이상자에 삐뚤빼뚤 손 글씨로 쓴 곳도 있고, 예쁘게 프린트된 플래카드를 걸어둔 곳도 있다.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가 생각나지만 의외로 나시카톡의 정체는 바로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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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말로 나시(Nasi)는 밥,카톡(Katok)은 ‘똑똑’, 노크라는 뜻이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집에서 밥과 간단한 밑반찬을 포장해서 팔았다고 한다. 가격은 고작 1달러. 덕분에 돈 없는 학생이나 일꾼들도 부담 없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손님들은 아무 때나 밥을 사러 와서 문을 똑똑 두드렸고, 그렇게 나시카톡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원조 나시카톡이 크게 유행한 이후로 나시카톡을 만들어 파는 집들이 많아졌고, ‘나시카톡 카카’와 같은 이름의 체인점도 생겼다. 다만 이런 체인점은 나시카톡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브루나이 음식을함께 판다. 마치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 느낌이랄까.

최근의 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에서 나시카톡이 브루나이의 대표 음식처럼 알려지고 있다. ‘치킨밥’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원조 나시카톡은 한쪽이 매끈하게 코팅된 종이를 잘 접어서 밥, 삶은 계란 하나, 잔멸치 튀김, 삼발소스를 약간 담아주는 게 전부다. 밥은 찰기 없이 푸르르 풀어지는 쌀로 지었고, 잔멸치 튀김은 한국에서 먹는 멸치 반찬보다 조금 더 짭짤하고 바삭하다. 삼발소스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지역에서 즐겨 먹는 소스인데, 고추, 후추, 다진 양파, 마늘, 새우, 젓갈 등의 재료를 섞어 만든다. 맛과 향, 매운맛의 정도는 레시피에 따라 모두 달라진다. 집마다 반찬의 맛이 다르듯 멸치나 삼발소스의 맛이 다르니 나시카톡의 맛도 만드는 집의 손맛에 따라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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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브루나이에서도 1달러짜리 나시카톡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크게 비싸지는 않다. 나시카톡은 브루나이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주는 든든한 한 끼이다.

물론 브루나이에는 나시카톡 외에도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있다. 이들 음식은 특히 브루나이 핫플레이스인 가동 야시장을 찾으면 만날 수 있는데, 숯불에서 바로 구워내는 각종 꼬치구이, 맛볼수록 매력적인 바나나튀김, 알록달록한 쌀떡 쿠이(Kuih), 굉음을 내는 기계에서 바로 착즙 되어 나오는 사탕수수 주스까지! 정말 없는 게 없다. 그렇게 거리에서 만나는 다양한 먹거리 때문에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되지만, 그만큼 여행은 더 맛있고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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