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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프리카재단 최연호 이사장 “대한민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상생 협력의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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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프리카재단 최연호 이사장 “대한민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상생 협력의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한국 그리고 한국인에게 세계화, 국제화라는 키워드는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어색한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 ‘아프리카’라는 대륙도 포함되어 있는지 자문한다면, 여전히 크게 좁히지 못한 거리감이 느껴질 듯합니다. 하지만 2018년,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한국에 아프리카의 정보를 좀 더 친근하고 정확하게 알리며, 다양한 활동으로 한-아프리카 교류를 지원할 단체가 설립되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대한민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상생 협력의 플랫폼으로 자리잡겠다는 한-아프리카재단 최연호 이사장을 만나 외교 전문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대 아프리카 교류의 중요성을 들어보았습니다.



KF뉴스레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이사장님께 한·아프리카재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설립 목적은 무엇이며, 어떤 사업들이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한·아프리카재단은 2017년 10월에 제정된 ‘한-아프리카 재단법’을 근거로 지난해 6월 25일 공식 출범한, 외교부의 네 번째 산하기관입니다. 설립 목적은 아프리카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연구 분석, 정치·경제·문화·학술 등 제반 분야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동반자 관계 증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주요 사업은 크게 네 분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별·권역별 동향 파악 및 조사·연구, 아프리카 국가와의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교육·홍보, 기업 및 민간단체의 아프리카 국가와의 교류·협력 지원, 재단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타 사업이 그것입니다. 발족 첫 해인 작년에는 11개의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을 몇 개만 소개해드리면, 아프리카 국제비스니스포럼 개최, 한-아프리카 청년포럼 개최, 아프리카 동창회(Af-Pro) 조직 및 운영, 모의 아프리카연합(AU) 총회 개최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로 만나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비즈니스 가이드', ‘아프리카 주요이슈 브리핑’ 등 총 10권의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아프리카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노력한 첫 해였다고 자평합니다.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했으니, 2019년이 한·아프리카재단의 첫돌인 셈인데요. 올해 재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작년에는 6개월 동안 11개의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매달 2개 정도의 사업을 진행했으니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이 기회에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20개 이상의 사업을 추진하려 하니 더 많은 노력과 분발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아프리카의 교류 발전을 위해서는 저희 모든 구성원이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규 사업들을 말씀 드리면 차세대 아프리카 전문가 양성, 아프리카 국제기구 인턴 파견, 아프리카 청년 스타트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및 아프리카 주간행사 등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주간 행사를 통해, 하루 이틀이 아니라 1주일 동안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는 장을 마련할 것입니다. 특히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영화도 상영할 계획인데요.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이지리아는 미국과 인도의 뒤를 잇는 세계 세번째 영화 제작국가(Nollywood)입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다양한 아프리카 문화를 국내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전통 무용이나 음악, 미술, 패션 등도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밖에 학술포럼, 비즈니스포럼 등도 개최할 것이고, 한국과 아프리카의 민간인, 시민사회가 교류·소통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형 외교 프로그램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과도 적극 협의할 것입니다.



30년 이상 외교 일을 해오셨고, 아시아, 북미, 유럽을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국 대사로 근무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정말 많을 것 같은데요. 아프리카에서의 추억을 몇 가지 들려주신다면요.

남아공 대사로 일하면서 레소토, 보츠와나, 스와질랜드, 마다가스카르 겸임 대사를 하였습니다. 여러 나라의 업무를 함께 소화한 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습니다. 처음 아프리카에 부임했을 때는 제가 갖고 있는 경험을 잘 공유, 전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프리카의 토론과 타협의 문화입니다. 인류가 탄생한 대륙이고,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을의 족장들이 모여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고 타협하는 합리적인 문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어 부러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옛 일이 되어버린 두레, 품앗이와 같은 상부상조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고, ‘우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we are.)’라는 그들의 ‘우분투(Ubuntu)’ 정신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타 대륙에 비하면 K-POP의 열기가 덜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프리카 역시 관심과 호응이 뜨겁습니다. 2015년 10월 대사관에서 개최한 복합 문화행사에 참석했던 한 남아공 장관의 딸이 저에게 BTS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면서 곧 세계적인 그룹이 될 테니 꼭 기억하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웃음)



아직까지도 한국은 아프리카를 미지의 대륙처럼 여기는 듯합니다. 한·아프리카재단의 대표로서, 아프리카라는 지역을 한국인들에게 간단히 소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마치 하나의 나라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아프리카에는 55개의 나라(*UN 회원국 54개국)가 있고, 대륙의 전체 면적이 3,000만㎢을 넘을 정도로 광대합니다. 넓은 면적만큼이나 인구도 많고(12.6억), 평균 대체 출산율은 4.7명에 달하며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30세 이하가 70%에 달하는 아주 젊은 대륙입니다. 또한 천연자원의 보고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금, 백금, 다이아몬드, 크롬, 코발트 등 수 많은 자원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나라가 최근 10년간 6퍼센트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 합니다.
  우수한 인력도 많고,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도 많아 여러모로 매력적인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니 우리 기업들이나 청년들이 미래의 땅,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고 준비해서 함께 개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과거 유럽의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듯이 오늘날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가 앞다투어 아프리카를 파트너로 맞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부터 이낙연 국무총리의 두 차례 방문 등 아프리카와의 교류가 많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 비해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정부 차원의 교류나 NGO 등 시민사회의 인도적 지원 등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문화 등 민간 교류가 활발한 편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향후 한국과 아프리카의 공공외교적 교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지금까지는 아프리카 대륙 내 24개 대사관을 중심으로 NGO와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많은 종교 단체에서 오래 전부터 의료, 교육, 지역사회 개발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수단에서 활동하셨던 고 이태석 신부나 마다가스카르의 이제훈 선교사 등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분들이 아프리카에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봉사자들은 더더욱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알게 모르게 아프리카에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죠. 민간 공공외교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도 활성화되길 희망합니다. 아프리카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분명히 있는데, 예산 문제로 공연, 전시 사업들을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타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매우 넓고 큽니다. 그리고 단순히 보고 들으면서 즐기는 것보다는 함께 움직이고 배우며 참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하여 일방적이 아닌 콜라보 방식으로 교류한다면 아프리카 국가들과 또 다른 차원에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셨듯이 아프리카를 희망과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나라들이 많은데요. 한국도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관계를 키워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서 소개했듯 아프리카 대륙의 UN 회원국은 54개입니다. UN 가입국 4분의 1에 해당합니다. UN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선거와 올림픽, 월드컵 등 유치전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원 확보는 아주 중요합니다. 이와 같이 54개국이 정치외교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는 독립국가가 4개국 뿐 이었는데 남아공과 에티오피아는 전투병력을 지원했고, 라이베리아, 이집트는 물자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전후에 안보와 경제 발전에 힘을 쏟느라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 발표 후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제는 외교부, 기재부, 산업부 등에서 정기적으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경제적인 교류는 크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와의 무역은 한국의 대외 교역량의 2%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감안하여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한다기 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나간다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중국, 동남아 시장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고, 아프리카는 발전모델로서 한국과의 교류를 희망합니다. 둘은 충분히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KF뉴스레터 독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들려주십시오. 한·아프리카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서 갖고 계신 각오나 목표를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저희 홈페이지에 가장 크게 써놓은 말이기도 한데요. 한·아프리카재단은 “대한민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상생 협력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큰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대 이사장을 맡다 보니 의욕과 아이디어는 샘솟는데,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재단이 설립목적에 맞게 건실한 민관협력체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는 재원 확보와 인력 확충에 더욱 힘쓸 것입니다. 국회 아프리카새시대포럼(회장 이주영 의원)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지원 협조해주고 계시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들이 아프리카와의 교류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아프리카재단이 모든 역량을 모아 아프리카와의 동반자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되는 사업 발굴과 시행을 통해 진정한 ‘민관 협력의 플랫폼’으로 성장,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김다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