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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미술의 문을 활짝 열다

일본 최대의 현대예술제전으로 자리 잡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매력적인 항구도시이며, 근대 일본 개항의 역사적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요코하마에서 개최되는 국제 예술 행사는 어떤 감동을 주고, 또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08을 관람한 최현수 동경사무소 소장의 참관기를 싣는다.



요코하마의 지하철 바샤미치 역에 내려 행사장으로 다가갈수록 브라스 밴드의 흥겨운 음악 소리가 가깝게 들려왔다. 이때가 마침 일본 내 최대 재즈 페스티벌인 ‘요코하마 재즈 산책(Yokohama Jazz Promenade)?시즌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귀와 눈이 즐거워지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2001년부터 3년마다 개최되어온 국제 미술전으로서 국제교류기금, 요코하마시, NHK 등이 주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했다. 9월 13일부터 11월 30일까지 79일간의 행사 기간에 요코하마 신코(新港) 지구에 위치한 신코 전시홀(Shinko Pier Exhibition Hall),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BankART Studio NYK),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 1호관(Red Brick Warehouse No.1) 등이 주요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특히 부둣가의 허름한 창고 건물도 예술 공간으로 훌륭히 쓰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받은 안내서에 따라 순서대로 전시장을 순회해보기로 했다.



신코 전시홀 | 요코하마 항구의 가장 유서 깊은 장소 중에 하나인 신코 부두에 올해 8월 건설된 건물로 이번 트리엔날레의 메인 전시장이다. 30여 명의 작가들이 펼쳐놓은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전시장 내에는 카페와 기념품 숍도 운영되고 있다.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 | 바샤미치 역부터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1952년, 원래 물류 창고 용도로 지은 건물이었다. 그러다가 레노베이션을 거쳐 현재 다목적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8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서는 작가 20여 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 1호관 | 메이지 시대 말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빨강 벽돌 창고 건물, 아카렌가 창고 1호관은 2001년 제1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부터 지금까지 전시장으로 사용되어온 곳이다. 3층의 홀은 이번 트리엔날레의 특징이기도 한 퍼포먼스 장소로 활용된다고 한다.
이상과 같이 주요 전시장을 관람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발길은 아름다운 요코하마의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요코하마 국제여객선 터미널 옥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서도 트리엔날레의 일환인 퍼포먼스가 개최되고 있었으며 터미널 안에서는 알루미늄 여행가방을 연상시키는 이동식의 영상 부스특별전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트리엔날레에는 오노 요코(일본), 후지코 나카야(일본), 헤르만 니치(Hermann Nitsch:오스트리아), 더글러스 고든(Douglas Gordon:영국), 매튜 바니(Matthew Barney:미국), 폴 창(Paul Chan:중국) 등 제일선에서 활약하는 74명의 예술가들이 전 세계 25개국에서 참가하여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일부 한국 출신 작가들의 작품도 눈에 띄었는데, 트리엔날레 인포메이션 센터 옆에 설치된 ‘링돔’은 건축가 조민석(Cho Minsuk)과 미국인 조셉 그리마(Joseph Grima)가 훌라후프를 이용해 제작한 작품으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이미 올해 4월 밀라노•사로네 국제 가구 견본시에서도 출품되어 호평을 받았다. 올해의 테마는 ‘타임 크레바스(Time Crevasse)? 정보의 홍수 속 일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잠시 시간의 심연에 멈춰 서서 갈라진 틈새를 엿보는 스릴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종합 디렉터 미즈사와 츠토무의 구상 아래 몸으로 나타낼 수 있는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중시한 작가가 다수 선별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첨단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 주력해 신작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한편, 개최지 또는 개최 장소의 매력과 개성을 살린 작품(site-specific works)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지역을 아우르는 대규모의 미술제전으로 계획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개최 기간 중에는 트리엔날레의 콘셉트와 이념을 보완하는 심포지엄을 비롯해 작가와 관람자들 간의 대화를 위한 워크숍이나 갤러리토크 등과 같은 이벤트도 적극적으로 전개한 것이 높이 평가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2008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를 돌아보며, 세계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이 출품한 창의적인 작품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예술 세계의 공감대를 느껴볼 수 있었다. 또한 조금이나마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곳곳에서 개최되는 국제미술전은 제각기 도시와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람회를 보게 되면 주최하는 도시의 변화와 문화의 성숙도를 파악할 수 있다. 내년에 개항 150주년을 맞이하는 요코하마는 트리엔날레 국제 미술전을 통해 이제 문화예술 도시로서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