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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SPRING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공유오피스

공유오피스가 뉴노멀 시대의 워킹 스타일을 방증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연한 임대 공간의 규모와 계약의 형태가 1인 사업체나 소규모 창업자들의 수요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성장의 주요인이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세미나실과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해요.”
“저렴한 이용료로 대기업 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1년간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다가 여기 새 건물에 문을 연 공유오피스가 집과 더 가까워 자리를 옮겼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양한 호평이 쏟아진다. 마치 부동산 거래 후기를 보는 듯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유오피스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했다. 특히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비롯한 20~30명 정도의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하는 회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거미줄이 뻗치듯 서울의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공유오피스 밀집 지역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새로 출발한 업체들은 ‘특가’, ‘할인 혜택’ ‘프리미엄 업무 서비스’ 등 을 내세우며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Most shared offices have enclosed rooms and an area with unassigned tables.The atmosphere is cozy like a café, but without the bustle.The lack of distraction and noise helps users focus on their tasks.
© FASTFIVE FIVESPOT Hapjeong

따로 또 같이
공유오피스는 회의실이나 휴게실 등 공용 공간은 타 업체와 같이 쓰는 반면, 업무 공간은 독립적으로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신개념 오피스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1인 기업을 꾸리는 30대 초반의 남성은 자신의 블로그에 1년간의 입주 후기를 남기면서 “근무에서 휴식까지 한 번에 가능하게 해주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정리했다.공유오피스의 뿌리는 ‘공유 경제’라는 게 중론이다. 2000년대 후반 미국 금융위기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낳았고, 재화와 서비스에서 공간으로 공유의 범위가 확장하면서 공유오피스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유오피스 업체가 서울 강남구 등 도심 상업지역의 고층 건물 일부 층을 임차해 공간을 나누어 이를 소규모 기업들에 재임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건물 내 공간의 공유를 강조하는 ‘셰어드 오피스’, 여러 기업이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뜻의 ‘코워킹 오피스’, 공유오피스 운영 업체와 입주 기업의 유연한 계약을 내세우는 ‘플렉시블 오피스’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1년 5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포스트 코로나시대 공유오피스의 현재와 미래’에서 미국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2017년 600억 원 수준이던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의 규모가 2022년에는 77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에는 2015년 출범한 국내 첫 공유오피스 브랜드 패스트파이브나 뒤이어 2016년에 설립된 스파크플러스도 큰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2010년 서울에 20여 군데 있던 공유오피스는 2016년 무렵에 100군데를 넘겼고, 2019년 7월 기준으로 220군데에 달했다. KB 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공유오피스의 누적 면적이 같은 기간 5만㎡에서 60만㎡까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12월 기준 전국에 3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총 1만3290개 업체가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의 86%가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재계약 의사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부분 고층 건물의 일부 공간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심을 떠난 대기업의 빈자리에 공유오피스가 비집고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상업지구에 자리 잡고 싶은 소규모 기업의 수요가 공유오피스를 탄생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업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시장 변화에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신규 사업 프로젝트팀을 공유오피스에 입주시킴으로써 ‘거점 사무실’을 두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ost guests on Sabujak, a podcast produced by university students, want anonymity. But some guests allow their real name or face to be revealed. Park Ye-young, head of the Unified Korea Cooperative, appeared in a three-part program from October 11 to 13 this year, under the nickname “Kim Chaek Hairy Crab.” From left: Sabujak staff members Park Se-ah and Ahn Hye-soo, and Park Ye-young.
© Sabujak

수요 증가의 요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있는 이용 후기나 사용 중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임대료다. 새로 문을 연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면 할인 혜택을 받아 회사 운영비를 대폭 줄일 수도 있다. “고민은 입주를 늦출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큼 낮은 임대료는 공유오피스 시장의 폭풍 성장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다.

공유오피스 운영업체도 경제성을 부각시킨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초기 투자 비용부터 고정비용까지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며 “규모가 작은 회사도 초역세권의 고층 빌딩에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잠재적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인테리어 비용이나 사무용 가구 구매 비용 지출이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은 거부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지하철 부근의 역세권에 위치한 고층 빌딩 입주도 소규모 기업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잦은 인력 변동과 경영의 불확실성은 소규모 기업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사람이 늘면 느는 대로, 줄어들면 줄어드는 대로 공간의 변화도 뒤따라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데 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사무실의 위치를 옮기고 싶어도 임대 기간이 끝나야 가능하다면 그동안 나가는 고정비용인 임대료가 손해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임차 면적이나 기간의 유동성은 공유오피스의 인기를 높이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소 1개월부터 공간을 빌릴 수 있고, 인원 증감에 따라 같은 공간 안에서 다른 면적의 사무실로 옮길 수도 있다. 당장 필요한 숫자만큼 사무실을 계약하고 추후 자유로운 확장이나 축소가 가능하다. 한 이용자는 “구성원 변화가 큰 기업, 사무실 임대 보증금보다 업무에 초기비용을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공유오피스를 권한다”고 말했다.

또한 24시간 운영체제로 원하는 시간대에 자신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이 공유오피스와 일반 건물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기도 하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탄력근무제와 재택근무가 확산한 상황에서 각자 필요한 시간에 사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요긴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Several factors determine the rental price, including the number of users and the number of tables needed and whether the rented space has a window. But in most cases, essential office supplies, printing, coffee and snacks are included in the price.
© WEWORK KOREA

위기와 대응
그러나 매력적인 요소가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사용자 평가를 종합하면 인테리어 투자로 인해 사무공간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예컨대, 한 공간을 여러 사무실로 나누면서 밀폐공간이 생겨났고 이 때문에 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한 사무실의 난방기가 가동될 때 다른 공간의 난방기도 동시에 돌아가게 되어 자체적인 실내 온도 조절도 쉽지 않다. 또한 입주 기업이 몰려들면서 회의실도 원하는 시간에 사용하기 어려워졌고, 공간을 좁게 나눠 여러 이용자에게 임대하다 보니 ‘방 쪼개기’라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 공유오피스 운영업체의 수익 창출이 앞으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건물 전대차로 수익을 내는 만큼 언젠가는 성장에 한계가 온다는 지적이다. 주로 도심 상업지역으로 공유오피스 입지가 제한되는 점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KB 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공유오피스 업체는) 건물을 장기 임차하므로 지출 비용은 고정인데, 입주 기업과는 단기 계약으로 운영되어 수입이 유동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임대료 상승 수준은 제한적인데 반해 기존 업체와 신생 업체 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 입주 기업에 대한 서비스 지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년간 세계 보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판도까지 뒤흔들어 온 코로나 19도 새로운 변수다. 여러 회사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뒤섞여 일하는 환경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때문이다. 이를 인식한 듯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전문 업체의 정기적인 방역을 실시한다”며 “공용 공간의 철저한 소독, 전체 스태프의 마스크 착용으로 안전한 업무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며 이용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다양한 장단점과 함께 우려 섞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공유오피스가 전 세계적으로 업무 공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대형 브랜드들이 명확한 한계를 딛고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시켜갈지 기대되는 것이 당연하다.

김동환(Kim Dong-Hwan 金東桓) 세계일보 기자(Reporter, The Segy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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