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2018 WINTER

생활

연예토픽 사후 세계, 시각적 스펙터클을 뛰어넘는 의미

김용화(Kim Yong-hwa 金容華) 감독의 <신과 함께>는 여러모로 한국 영화사에 큰 기록을 남겼다. 1편이 성공하면 후속편을 제작하는 일반적 제작 방식과 달리 이 영화는 1편과 2편을 동시에 제작했다. 말하자면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첫 편을 제작한 국내 최초의 할리우드 방식 ‘프랜차이즈 영화’이다.

1,2. 전편과 후속편이 각기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는 불교적 생사관과 함께 뛰어난 시각 효과로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반응을 보지 않고 이례적 모험으로 기획된 <신과 함께>는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2017년 12월 개봉한 1편 <신과 함께-죄와 벌>이 1,400만 관객을 돌파함으로써 두 편의 투자비를 일찌감치 모두 회수했고, 2018년 8월 개봉한 2편 <신과 함께-인과 연>도 첫 2주에 전국 총관객수 천만을 훌쩍 넘어섰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 “한국 영화도 이제 프랜차이즈 시대가 열렸다”는 다소 성급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말 속에는 스토리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시퀄(sequel), 과거로 돌아가는 프리퀄(prequel), 곁가지의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스핀오프(spin-off)가 이제 한국 영화에서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다. 또한 영화판에서는 벌써부터 3편이 제작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감독과 배우들도 모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과 함께>가 프랜차이즈 방식을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작인 동명의 웹툰이 큰 인기를 끌며 이미 대중의 검증을 거쳤던 이유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나 스토리 전개 등에서 웹툰과는 사뭇 다르게 각색되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었다. “한국의 시각 효과 기술과 능력을 과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한 반면에 영화적 서사는 허점을 많이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같은 양면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블록버스터 시장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점, 사후 세계를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로 내세웠다는 점, 그리고 다소 신파적인 코드가 섞여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 커다란 공감대를 만들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지옥도의 상징성
이 영화는 ‘종교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불교적 색채를 짙게 띠고 있다. 불교의 대표적 교리 중 하나인 윤회 사상에 의하면 사람이 죽으면 환생을 하기 마련인데, 죽어서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기간이 49일이다. 이 기간 동안 7일마다 한 번씩 7번의 심판이 열리고, 49일째 되는 마지막 날 염라대왕에게 최종 심판을 받는다. 이 같은 믿음에 따라 한국에서는 아직도 ‘49재’라는 장례 절차를 치르는 이들이 많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화재 현장에서 사고로 죽은 한 소방관이 7번의 심판을 받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7번의 심판이 벌어지는 살인지옥, 나태지옥, 거짓지옥, 불의지옥, 배신지옥, 폭력지옥, 천륜지옥을 뛰어난 시각 효과로 묘사해 낸다. 이 영화가 그려가는 공간이 주로 ‘지옥’이라는 사실은 크게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영화에는 나쁜 일을 한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영원히 죽지 못하는, 말 그대로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면들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또한 착한 일을 한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면 의인 대접을 받아 환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지옥도의 스펙터클은 그저 시각적 쾌감만을 주는 게 아니다. 이 영화는 현실에서 착하게 열심히 살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아왔던 이들을 위로해 준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죄와 벌’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죄를 저지른 자들이 지옥에서 제대로 벌을 받고 의인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모습을 통해 정의와 심판의 문제 의식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는 점이다.

1,2. 전편과 후속편이 각기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는 불교적 생사관과 함께 뛰어난 시각 효과로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옥도의 스펙터클은 그저 시각적 쾌감만을 주는 게 아니다. 이 영화는 현실에서 착하게 열심히 살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아왔던 이들을 위로해 준다.

용서와 화해
동일한 불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었으나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은 전편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에는 전편에 등장했던 소방관의 동생이 군부대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고 원귀가 된 후 심판을 받는 과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속편에서 다루는 것은 단순히 이 인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를 수행하는 삼차사의 전생에 얽힌 인연에 더 집중한다.
이처럼 속편의 이야기를 시퀄이 아니라 프리퀄로 잡은 데는 마케팅적 선택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프랜차이즈 영화의 경우 후속편으로 갈수록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프리퀄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이야기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과 연’이라는 부제를 보면 이 이야기가 단지 마케팅적 선택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좋든 나쁘든 우리가 만나는 이들은 모두 전생의 인연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 불교의 세계관이다. 동고동락하는 삼차사의 관계는 전생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도저히 회복되기 어려운 악연들로 연결된다. 이런 세계관은 복잡한 인간 관계 속에서 원한과 분노의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지금 누군가와 얽혀 있는 악연은 아마도 전생의 인연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이에 얽매이지 말고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전편이 정의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후편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들이 어떤 선택을 통해 앞으로 나갈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영화 <신과 함께>는 주호민(Joo Ho-min 周浩旻) 작가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 주호민

환생을 거부하는 망자
<신과 함께-인과 연>은 심판을 받으며 7개의 지옥을 거치는 망자가 정작 환생을 거부하는 대목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지옥이 무섭긴 하지만 그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불교적 세계관에서 환생은 넘어서야 할 종교적 과제다. 불교의 목적은 윤회의 업에서 벗어나는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9재는 윤회와 환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거듭하는 인간의 속박된 삶을 상징한다. 환생을 거부하는 망자의 등장은 다시 살고자 하는 욕망을 끝내고 진정한 평안함에 이르는 종교적 구원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얽히고설킨 인연이 환생으로 인하여 다시금 이어지는 모습과 그 인연 자체를 끊어버리는 모습을 함께 그리고 있다.
<신과 함께> 흥행 신드롬이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불교적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현실에 지친 삶들이 사후의 세계를 통해 위안을 받는 것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일 수 있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신과 함께’ 살아간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정덕현(Jung Duk-hyun 鄭德賢) 대중문화평론가

전체메뉴

전체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