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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WINTER

생활

엔터테인먼트 시대극 영화에서의 사실과 허구

역사 드라마는 한국의 크고 작은 스크린에서 주요한 장르로, 연출가나 감독은 종종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변화를 주어 창작을 시도한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가 지나치다 싶으면 관객은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1, 4. 2019년 여름 큰 기대를 모으며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비난에 휩싸이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 Megabox Plus M

2, 3. 2012년 개봉작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역사에 허구적 상상력을 입혔지만,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어 크게 흥행했다. ⓒ CJ ENM

한글 창제를 자세하게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가 올해 7월 말에 개봉하자 바로 매표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알라딘", "라이온 킹", "스파이더맨과 같은 할리우드 대표작들과 경쟁해야 했던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그 다음 주에 8위로 미끄러졌고 결국 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불티나게 표가 팔리는 대신 한국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 중 하나인 한글을 독특한 관점으로 다뤄 뜨거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사실 문제
시대극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단골 장르다. "명량"(2014)이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린 영화로 남아 있다면 "대장금"(2003)은 큰 인기를 누리고 해외로 수출된 드라마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하지만 이런 영화나 드라마들이 그에 못지않게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익히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지나치게 왜곡하기 때문이다.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주인공 역의 배우에게 찬사가 쏟아졌지만 영화 "덕혜옹주"(2016)는 조선의 옹주인 덕혜의 전기적 사실이 과장되고 왜곡되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조선 왕조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 션샤인"(2018) 또한 크게 성공한 텔레비전 드라마였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더 철저한 검토의 대상이 되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좀 더 최근에 큰 기대를 받으며 개봉된 "나랏말싸미"의 처참한 실패는 한국 관객들이 영화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믿을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15세기 전반부에 한글 창제를 진두지휘한 세종대왕 역에 최고의 배우인 송강호를 내세우는 등 흥행 성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듯 했다. 송강호는 한국에서 가장 몸값이 비싸고 존경받는 배우이며 오스카상을 시상하는 기관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회원이 된 첫 한국 영화인이다. 올해 5월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생충"에서도 열연한 그에게 올해는 최고의 해이지만, 이미 2014년에 대중적 인기와 평론가들의 찬사를 얻으며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사도"에도 조선의 왕으로 출연했다. 게다가 "사도"의 각본가 중 한 명인 조철현이 "나랏말싸미"에서 감독으로 지휘하며 송강호와 다시 만난 상황이었다.

성군을 폄하하다
송강호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 세종대왕에 대해 말이 많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백성에게 지식을 전파하고자 하는 소망과 애민정신으로 한글을 창제한 성군의 위대한 업적을 그려왔다. 좀 더 민주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자 체계를 고안한 것은 중요한 업적이었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한자는 너무 복잡해서 일반 백성이 배우기가 어려웠고, 엄격한 계급 사회인 조선 시대의 지도층만이 누린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아니라 한글 창제에 관여한 스님을 포함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입증되지 않은 소문에 집중한다. 영화에서는 신미스님이 한글 창제의 주축으로 묘사된다. 반면에 세종대왕은 문자 체계를 열렬히 주문하고 창제의 모든 단계를 조심스럽게 감독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결국 구경꾼 역할로 격하된다. 영화에서는 신미스님이 실제로 문자의 음성적 조합을 위해 점과 선의 사용이라는 독특한 구상을 한 인물로 그려진다. 게다가 신미스님은 언어 전문가 그 이상이다. 그는 윤리적 척도가 되어 도덕적 발언을 하고 세종을 비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왕에 맞서는 스님 역에 배우 박해일이 캐스팅되었다. "덕혜옹주" 같은 인기 있는 영화를 여러 번 찍은 경험이 있는 박해일을 선택했다는 점은 상호보완적이면서 대립하기도 하는 두 주역을 나란히 세우려는 제작진의 노력을 반영한다.

초점의 이동
권력자에게 서슴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영화적, 허구적 인물이 한국 영화에 없었던 건 아니다. 역대 한국 흥행 영화 상위 10편 중 하나인 "광해"(2012)는 논란이 분분한 17세기 군주 광해를 "왕자와 거지" 식으로 풀어낸다. 한류 스타 이병헌이 왕 역할과 암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대역으로 뽑은 평민 역할을 함께 연기한다. 영화는 미천한 어릿광대가 엄격한 궁중 법도와 미묘한 외교의례를 배우기 위해 애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대담해지고 억압받는 백성을 위해 거침없이 변화를 추진한다.

보통의 사람도 기회가 주어지면 폭군보다 더 나은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영화를 성공으로 이끈 열쇠나 다름없다. 평론가들은 순전히 오락적 관점에서 봤을 때 "나랏말싸미"도 두 명의 대조적 인물을 병치한 극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신미스님이 뻔뻔하게 왕을 나무라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가져오기보다 역사 의식이 있는 관객을 불쾌하게 만든 것 같다. 영화 시작 전 “훈미정음의 다양한 창제설 가운데 하나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라고 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주류 엔터테인먼트가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영감은 무한해 보이나 실제로 관객이 정서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해석의 자유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효원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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