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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PRING

LIFE

책+

잠깐의 여유 시간을 위한 이야기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배수아 작, 데보라 스미스 번역, 36쪽, 6.99 파운드, 노르빅: 스트레인저스 프레스 2019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은 배수아의 단편 소설이다. 작가 배수아는 최근 몇 년 동안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노력 덕에 영미권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최근작은 스트레인저스 프레스의 ‘여유 시리즈’에서 소책자로 출간되었다. 한국어 ‘여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영어로 번역하기에 쉽지 않지만 ‘leisure(여가)’나 ‘ease(안락함)’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떤 것을 가리킬 수 있다. 시리즈 이름이 적절해 보이는 이유는 작품을 짧은 여유 시간을 이용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에 잠기는 독자는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다시 읽어 보기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는 주인공 험윤이 늘 해온 대로 아침을 만드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곧바로 하나의 특징이 눈에 띄게 되는데 그는 습관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한 인간의 개성이 그렇듯 여기에도 양면이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익숙함과 일상의 틀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그래서 새롭고 낯선 경험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성격적 특징이다. 극단적인 경우에 그런 사람은 아주 지루한 인물일 수 있다. 다른 한편, 그런 사람은 확고부동하고 의지력이 강하며 자기훈련이 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두 가지 면이 서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경우는 드물고 험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는 그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 그가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같은 것. 그런데 그는 집의 여러 장소에 다양한 책을 늘어놓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각기 다른 시간에 가볍게 건너뛰면서 책에 몰입하는, 조금 독특한 독자이다. 이런 모습은 틀에 얽매인 사람보다 다양한 경험에 개방적인 사람의 특징이다. 그런데 여전히 여기에도 어떤 질서가 있다. 특정 공간에서 특정한 형태의 책을 선호해서 읽는 식으로.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카페를 방문할 때는 희곡 작품을 읽는 식이다.

이처럼 다방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질서가 잡힌 삶 속에 작가는 무작위적인 요소를 가끔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아침 조깅 중에 기수 없는 은색 말을 우연히 보게 되고, 미지근한 물을 받은 욕조에서 휴식을 취하며 읽으려 손을 뻗었을 때 신비롭게도 자신이 모르는, 기억에도 없는 책, 이 단편의 제목이 나오게 된 책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견하는 일 같은 것이다. 이야기가 깊이를 더해가는 건 험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갖게 되는 때이다. 이야기의 4분의 1 지점까지 우리는 험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세상의 눈을 통해 그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느낀다.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그는 멋진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있다.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 후 그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어떤 문을 통과할 것인가? 약간의 ‘여유’를 갖고 짬을 내서 읽을거리를 찾고 있다면 이 단편이야말로 그 시간을 채워주기에 아주 적절하다.

버려진 공주로부터 얻는 치유의 시

『바리연가집』

강은교 작, 정은귀 역, 74쪽, 14달러, 사우스 캐롤라이나: 팔러 프레스 2019

강은교 시인의 시집 『바리연가집』은 제목에서 한국의 민담과 샤머니즘에서 잘 알려진 바리공주를 언급하고 있다. 궁궐에서 쫓겨난 바리공주가 떠나는 여정은 얼핏 봐서는 전형적인 영웅의 여정처럼 보인다. 부모에게 쫓겨나서 초자연적인 여정을 마친 후 영웅이 되어 귀환하는 식의. 하지만 바리가 쫓겨난 건 위협적인 존재였기 때문이 아니라 왕권을 계승할 남자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인데, 영적인 세계로 떠나는 그녀의 여정은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치유와 생명을 가져다주는 영웅적 서사다. 이러한 이유로 바리는 샤먼들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며 바리의 이야기는 그들의 의식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노래된다.

그런데 강은교 시인의 시와 샤머니즘의 관계는 시집의 제목을 넘어선다. 번역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여기 실린 시 속에는 샤머니즘 의식에서 부르는 노래에서 기원하거나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구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 의미를 여기서 풀어내기에는 지면이 한정되어 있기에 이렇게만 말해두고자 한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자연과 영적 세계와 교류하는 인간을 다루면서 무엇보다도 실제 인간사에서 겪는 고통, 괴로움과 슬픔을 치유하는 데 가장 관심이 있다고.

그처럼 강은교 시인의 시는 차별을 허물고 기대를 갖게 만드는 치유의 언어다. 죽어 있던 사물들이 의인화되고 새 생명을 부여받게 되고, 감지할 수 없는 것에 육체적이고 감지될 수 있는 형태가 부여된다. 세속적이고 평범하게 보이는 것이 직감적이고 비범한 것이 된다. 여기에 실린 시들이 가끔 불가해 보이기는 하지만(유감스럽게도 어색한 번역과 철저하지 못한 교정으로 인해 더욱 그렇게 되었다) 그 때문에 시와 우리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바리연가집』의 선율은 긴 여운을 남기게 될 것이다.

K-Pop 말고 더 알고 싶나요?

Indieful ROK

indiefulrok.com

‘Indieful ROK’은 이제 두 번째 판으로 재탄생했는데 원래는 2008년 스웨덴의 음악 팬인 안나 린드그렌과 (그해 말에 사이트를 떠난) 오리엔코리안이 만든 사이트이다. 안나는 1990년대에 H.O.T.와 터보 같은 그룹의 팬이었지만 2000년대에 그녀는 한국의 음악 세계가 모든 곳을 정복한 듯이 보이는 케이팝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한국의 인디음악이 실재로 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12년 그녀는 2년 동안 휴가를 내서 웹사이트 koreanindie.com을 만들었고 이어서 Indieful ROK를 론칭했다. 새롭게 단장한 사이트는 이전 사이트만큼 자주 업데이트가 되지는 않지만 안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여전히 한국의 인디음악 현장에 대해 포스팅을 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팝뮤직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고 싶다면 이 사이트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전에 올라온 포스팅이 여전히 아카이브에 있어서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뮤지션이나 음악 산업의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다양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 그리고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최신 포스팅을 포함해서) 음악상과 대회에 대한 업데이트가 포함된다. 당신의 한국 음악에 대한 지식이 케이팝에 한정되어 있다면 이 사이트를 통해 앞으로 당신이 좋아하게 될 음악가나 밴드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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