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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아세안
전 세계를 누비는 코끼리 할아버지
유소프 가자
유소프 가자 씨는 개성 있고 감각적인 코끼리 일러스트로 유명한 말레이시아의 동화작가입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과 문화를 만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한글의 멋을 담은 그림책을 출판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어느 나라 건 아이들은 모두 솔직하고 순수해서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할 때면 세상 그 무엇보다 즐겁다는 코끼리 할아버지, 가자 작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월간 아세안문화원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모드 유소프 빈 이스마일’이고, 흔히 ‘유소프 가자’로 불립니다. ‘가자’는 말레이어로 코끼리입니다. 저는 아내 자키야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두었고, 이젠 7명의 손주를 둔 할아버지랍니다. 또한 미술가이며 아동 그림책의 글 작가이자 화가, 그리고 상담사이면서 강사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하는데, 어린이들은 솔직하고 순수해서 저 역시 즐겁습니다. 어느 나라든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배우려는 의지도 강하지요. 아이들의 이런 순수한 마음은 제게 좋은 영향을 줍니다.
Q. 최근에 해외여행을 다니며 맛본 음식과 그 음식에 대한 경험을 책으로 구상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음식은 입맛에 어떠셨나요?
네. 여러 국가에서 맛본 음식과 경험을 살려 책을 내려고 준비 중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이슬람교도로서 할랄 음식을 찾는 것은 다소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친절한 도움 덕에 몇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음식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제주도의 신선한 해산물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매콤한 한국식 라면도 맛있었습니다.
Q. 작가님은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에서 자랐고 인도네시아의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한국의 남이섬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이후에 다양한 책을 출판했고,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중국, 미국 등지에서 아이들과의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국가를 오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28개국을 여행하기도 했고요. 첫 번째 해외여행은 1970년 자카르타 방문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캠핑을 좋아했고 자연과 여행을 즐겼는데 그 경험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Q. ‘코끼리’를 사회 문제를 대변하는 존재로 사용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문화를 알리는 활동에서도 활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코끼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트레이드 마크로 ‘코끼리’를 사용합니다. 코끼리는 ‘신사적인 거인(Gentle Giant)’으로 알려진 멋진 동물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코끼리를 친근하게 생각하지요. 덕분에 저는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도 코끼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리며 쉽게 친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상업적인 이유로 말레이시아의 나무가 벌목되어, 많은 코끼리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코끼리들의 위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코끼리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과 우리 자신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말레이시아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매개체로는 코끼리를 선택하셨는데, 한국과 여러 차례 교류하며 느낀 인상을 바탕으로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동물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두루미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들은 습지의 풀밭, 습한 목초지와 넓은 계곡의 갈대밭에 서식하는 학의 일종입니다. 회색의 몸과 목, 핑크색 다리, 하얀 머리를 가졌으며 눈가 주변에는 붉은 피부가 개성 있게 드러나 있습니다. 동쪽에 사는 재두루미는 한반도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북한과 남한 사이의 비무장지대(DMZ) 가까이에서 월동하며 그곳을 이동 단계 지역으로 삼습니다. 이후로도 수백 마리의 재두루미가 그보다 멀리 이동하여, 월동 흑두루미들과 합류합니다. 저는 끊임없이 날아가는 재두루미의 모습에서 한국인이 가진 끈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지난해 아세안문화원에서 열린 행사에 아내 자키야 씨와 함께 참여하셨어요. 한국의 아이들에게 알려준 말레이시아 문화나 이야기 중 반응이 좋았던 내용은 무엇인가요? 또, 작가님께서 봤거나 들었던 한국의 문화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말레이시아의 과자와 나시고랭, 그리고 제 작품을 좋아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등장할 때마다 아이들의 표정과 감정 표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한국의 문화 중에서는 ‘훈육’과 ‘깔끔함’을 존경합니다. 또 거리에 각종 갤러리와 공공 조형물이 있고, 예술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Q.남이섬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행사였나요?
20여 개국의 작가와 화가가 ‘평화 이야기 프로젝트(Peace Story)’를 쓰고 그리는 행사였습니다. 처음으로 초대받은 한국 행사였고, 이후 스무 번 넘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Q. 『 내 공은 어디에?』, 『 집을 지어요 』, 『 코끼리랑 길찾기 』, 『 코끼리 동산 』 등 국내에서도 여러 작품을 출간하셨어요. 한국에서도 작가님의 그림책이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남이섬에서 만난 출판사와 함께 여러 번 한국 어린이를 위한 책 출판을 논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책이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재미있고 유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노력이 아이들에게 와닿았다고 생각합니다.
Q. 특히, 『 코끼리가 수놓은 아름다운 한글 』은 한국의 이한상 작가님과 함께 제작하신 책으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한글’에 관한 그림책을 한국 작가와 함께 제작하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서, 알파벳을 코끼리로 형상화한 그림책 『 ELEPHABET 』을 출판한 적 있습니다. 전부터 여러 국가의 고유한 언어를 소개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다음 순서로 ‘한글’을 떠올렸고 마침 한국의 이한상 작가님과 뜻이 맞았습니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두 사람이 이메일과 전화로 연락하며 협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도전적인 일이었지만, 그만큼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Q. 만약 다음에도 한국 작가와 협업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제작하고 싶으신가요?
어린이를 위한 동요, 시, 자장가를 만들고 싶습니다. 혹은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문화적 교류를 담은 이야기나 여행에 관한 책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아세안문화원’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10개국의 문화, 소식 등을 한국에 알리고 국가 간 소통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말레이시아 작가로서 아세안문화원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어린이 그림책 일러스트 전시회, 아세안 작가와 화가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아세안 어린이를 위한 문화 공연을 마련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작가님의 그림책을 사랑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저를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언제나 제게 따뜻한 영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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