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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활용하는 단순한 환경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러한 네트워크가 중견국 자신의 행위를 제약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견국이 이러한 구조하에서 매력을 발
                               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네트워크 전체의 형세를 파악하고 그러한 네
                               트워크의 구조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지혜가 필

                               요하다. 나이가 강대국의 ‘상황지성(contextual intelligence)’을 강조

                               했다면,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종의 ‘위치지성(positional
                               intelligence)’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비유컨대, 중견국이 네트워크의 관계적 구도를 활용하는 능력
                               은 자신의 주위에 네트워크를 치는 거미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이미

                               쳐져 있는 거미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는 종류의 능력이다. 이
                               러한 점에서 중견국의 위치지성은 ‘거미줄 치기’의 발상을 넘어서

                               ‘거미줄 타기’에 비유된다. 거미줄 타기의 위치지성은 전체 네트워
                               크상에서 또는 두 개 이상의 네트워크 사이에서 어느 특정 노드가

                               차지하는 위치나 기능 또는 링크의 형태와 숫자, 통칭하여 네트워크
                               의 구도로부터 발생하는 위치권력을 추구한다. 더 나아가 네트워크

                               에 숨어 있는 틈새나 공백을 찾아서 그것을 잇거나 메워주는 중개자

                               의 전략도 중견국의 주요 관심사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행위자
                               들을 기존의 네트워크에서 형성된 관계로부터 분리하여 자신의 편

                               으로 편입시키는 세 모으기의 전략도 병행된다.
                                  이러한 중견국의 위치권력이나 중개권력이 공공외교 차원에

                               서 발휘된 사례는 최근 한국의 외교에서 많이 발견된다. 아마도 가
                               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지혜로운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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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화시대의공공외교_개정2판_본문최종.indb   58
          지구화시대의공공외교_개정2판_본문최종.indb   58                                                   2022-05-11   오후 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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