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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상미 미미디자인 대표 “고려청자의 비색을 폰케이스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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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상미 미미디자인 대표 “고려청자의 비색을 폰케이스에 담았습니다”

비색(翡色)의 고려청자를 닮은 휴대폰 케이스는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을 보여줍니다. 젊고 세련된 감각의 문화상품을 선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청자 에디션으로 다시 한 번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화제가 된 제품은 일상 용품과 전통 소재의 접목을 시도하는 미미디자인의 작품입니다. 한상미 미미디자인 대표는 전통 소재 디자인의 대중화, 세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화제의 문화상품 ‘고려청자 시리즈’ 개발
박물관 기념품숍 입점 두달 만에 2만 개 판매
젊고 세련된 감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으로 기획
전통 소재 디자인 상품의 대중화ㆍ세계화 기대


고려청자 시리즈를 만든 분이 누군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잘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아직 얼떨떨합니다. 고려청자 시리즈를 출시한 건 작년 3월인데 가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점하면서 공식 상품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출시할 때 진행했던 크라우드 펀딩도 반응이 좋아 기대는 했는데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입점 직후 두 달간 2만 개 이상 팔렸고 갑자기 늘어난 생산량 맞추느라 잠을 못 잘 정도였어요.


제품이 생산하기 까다로운 편인가요?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만드는 시기나 날씨, 생산 기계 같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나오는 색이 달라져서 주기적으로 시험하고 문제에 대처하고 있어요. 고려청자의 색이 워낙 오묘한데 제품의 색은 청자의 비색과 조금 다릅니다. 청자의 원래 색보다 채도와 밝기를 높여서 좀 더 산뜻한 느낌을 내려고 했습니다. 젊은 세대도 예쁘다고 느낄 만한 컬러를 찾기 위해 수없이 테스트를 했어요. 고려청자를 이렇게 활용하니 새롭다, ‘힙하다’고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자석이나 스노볼 같은 기념품이 아니라 익숙하고 실용적인 제품이라는 것도 인기 요인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미달’이라는 브랜드로 전통 소재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고 계시는데요.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 동아리 활동으로 디자인 상품을 만들고 판매해 보면서 창업을 꿈꿨고, 우리 전통 요소로 디자인한다는 구상은 몇 년 전 일본 여행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같은 일상 곳곳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생활용품에 전통적 요소들이 쓰이는데 그게 놀랍고도 좋아보였거든요. 전통 소재 상품이 인사동, 관광지, 박물관 같은 곳에서 특별한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우리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왼쪽부터 고려청자 휴대폰 케이스와 에어팟프로 케이스, 단청 우산, 펼치면 한 폭의 병풍처럼 일월오봉도 전체가 나타나는 필통 / 사진 제공. 미미디자인


관광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전통 소재 상품과 다르게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기존 상품들은 전통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월오봉도를 그대로 명함지갑에 인쇄하는 식이에요. 제품을 봐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고 전통에 관심 없는 사람은 부담스러워 하고요. 기존 기념품은 상품을 먼저 정하고 전통 문양을 찾아 넣는다면 미미달은 그 반대입니다. 문화재를 먼저 정하고 문화재의 스토리를 어떤 품목에 어떻게 녹일지 고민합니다. 어려운 소재가 아니고 쉽고 익숙한 것,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그 가치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전통을 발굴해서 그 숨은 이야기를 소비자들께 전하려고 합니다.


고려청자와 휴대폰 케이스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개발과정 때문일까요?
예를 들면 고려청자는 옥이 너무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에 옥처럼 영롱한 재료와 표현을 찾으면서 발전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21세기에는 흙 대신 어떤 소재가 필요할까, 깨지지 않는 고려청자를 만들자. 전통의 스토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품목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월오봉도는 필통, 단청은 우산, 고려청자는 휴대폰 케이스로 개발하게 된 거죠.


고려청자의 색을 현대적으로 바꾸었듯, 고루해 보이지 않게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어떤 상품이든 예뻐 보여야 한다는 건 가장 기본이니까요. 전통을 새롭게 그려내는 일은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해석이 과하면 전통을 훼손하게 되고, 모자라면 현대적 감성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늘 어렵습니다. 어떤 게 촌스럽고 힙한지는 정말 작은 차이에서 갈린다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한국 전통이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고 보는 쪽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빨강, 초록의 강렬한 색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어요.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인 만큼 사람들 의견을 되도록 많이 듣고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반응이 다를 것 같기도 합니다. 해외 판매나 수출 계획은요?
저희 제품을 사서 외국인 친구나 지인에게 선물했다는 분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외국인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해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누구라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전통이 가진 세계성이고 확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미달은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있고 해외 배송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 해외 시장 비중을 높이고 싶습니다. 한국 전통 요소를 소재로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KF가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더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고 해외에 알릴 기회도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통 디자인이 마치 체크나 물방울 무늬처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익숙한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더 좋은 상품 만들고 알려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