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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알제리 양국이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열어가길 희망합니다”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 사막을 끼고 있는 알제리는 오랜 사회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라다. 경제 발전의 청사진을 얻고 양국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알제리의 대표적 독립 언론 <엘와탄(El Watan)> 지의 파이살 메타우이(Fayal Metaoui) 편집위원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어떤 점을 눈여겨보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그렇듯, 무엇보다 한국이 어떻게 그런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전쟁의 폐허 외에 아무것도 없었던 게 불과 50여 년 전 한국의 모습인데, 지금은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알제리에게 한국은 좋은 모델입니다. 얼마 전 알제리 정부의 장관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저 역시 한국의 경제 상황과 기업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방한 기간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한국의 여러곳을 견학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한국경제연구원장과 면담을 통해 한국의 경제 개발 과정과 현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또 건국대 최창모 교수 등 한국 내 중동 전문가들을 만나 중동 지역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앰네스티 사무국장과 인권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코리아타임스> 사장과도 면담을 하면서 한국의 미디어 발전상과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간지들의 상황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울산에서는 한국 경제 발전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을 둘러보았고 경주에서는 한국 문화의 뿌리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적 측면을 눈여겨보고자 했지만, 한국의 유구한 문화와 역사에서도 대단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경제 개방과 발전에 대한 알제리 국민들의 열망도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제리는 오랫동안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현재는 국가 주도의 경제에서 시장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실패 사례가 있었고, 아직까지 한국과 같은 완전한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세우지 못해 여전히 경제 전반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많은 편이지요. 게다가 선진국의 과도한 규제 완화가 초래한 최근의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을 경제성장의 모델로 삼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급속한 성장 위주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국가가 빠른 경제성장을 꿈꾸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역시 경제성장과 분배 사이에 조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조와 인권 등 경제 발전에서 소외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끌어안기 위한 사회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경제가 계속 발전해나갈 때보다 경기 침체기에 그러한 대책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가 잘 성장하고 있을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부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식민지 침탈과 민족 분단, 강대국 사이에서의 부침 등, 한국의 역사 및 정치외교적 상황이 알제리에 어떤 참고가 되고 있습니까?
한국은 역사적으로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알제리도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으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러한 고난의 역사를 딛고 발전을 이룩한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번에 DMZ 방문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와 강대국의 영향으로 민족이 갈라지게 된 과정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런 상황일수록 경제 발전을 토대로 한 국력 신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꼈습니다. 주변국과 경제 및 외교적인 관계를 더욱 다양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제리와 한국의 공통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의 교류 확대가 어떤 효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한국은 수로나 담수화 프로젝트 같은 알제리의 대형 토목 공사에 많이 진출해왔습니다. 특히 1990년대 말 알제리의 불안한 상황으로 인해 현지 한국 기업의 사장이 살해되는 일까지 있었음에도 한국 기업들이 끝까지 알제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우리는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국 간 경제 교류가 활성화될수록 상호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은 알제리의 에너지와 한국의 교육 및 서비스 분야 등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알제리 입장에서는 특히 교육과 같은 한국의 발달된 서비스업 및 그린 에너지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알제리의 언론 환경은 어떤지 궁금하고, <엘와탄>지에 대한 소개도 부탁 드립니다.
TV와 라디오 방송국이 모두 국가 소유일 정도로 아직까지 언론 환경이 완전히 자유로운 편은 아닙니다. 정부 편향적 언론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일간지 같은 인쇄 매체는 프랑스어 또는 아랍어로 발간되는데, 대표적인 아랍어 신문으로는 <엘 엘카바르(El Elkhabar)>가 있습니다. <엘와탄>지는 국가로부터 독립된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언론 중 하나입니다. 1990년에 18명의 기자들이 모여 만들었고, 알제리의 민주화와 현실에 대해 정확하고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향후 양국 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2006년에 한・알제리 간 전략적 협력 관계가 수립되었습니다. 이런 정치적인 토대 위에 좀 더 활발한 인적 교류를 불러올 비자 면제와 직항 노선 설립 그리고 상공회의소 설치 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인적 교류야말로 두 나라 상호 이해 및 자기 자신에 대한 재발견에 큰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알제리 관련 소식은 서방의 시각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기자들을 비롯해 더 많은 한국인들이 찾아와 균형 잡힌 한국인의 시각으로 알제리를 봐주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