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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우편함] 한국 경제에 대한 탐구의 폭을 넓힌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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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대한 탐구의 폭을 넓힌 기회

이리나 A. 코르군
(모스크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는 한국 경제를 전공하고 무역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개발 모델 탐구로 연구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무역과 경제 성장의 관계는 개발 연구의 중심축으로 학계와 정책 결정자들 모두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개발경제학 창시자 중 한 명인 아서 루이스, 대니 로드릭 그리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P. 크루그먼과 J. 스티글리츠와 같이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어떻게 성장/발전을 초래하는지 연구했습니다. 한국은 무역과 개방적 국제무역체제의 혜택을 입은 대표적 국가로 지목되며, 20세기 후반 산업 정책과 제도적 변화를 적극적 무역 정책에 맞춰 조정함으로써 혁신을 위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한 선진국의 일원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날에도 한국은 여전히 높은 무역 의존도를 보이며, 무역은 한국적 사고방식의 형성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제 연구의 핵심도 한국의 무역 정책이었습니다.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무역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됐습니다. FTA는 협정 당사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각국의 책무를 넘어 당사국들 사이의 무역 장벽을 낮춤으로써 상호 무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질문이 저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FTA는 한국에 어떤 부가가치를 가져오는가? 개별 FTA는 각각 어떤 이익을 초래하는가? FTA로 인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무역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2023년 12월 기준 한국은 총 59개 국과 21개의 FTA를 체결했습니다. 정책수단으로서 FTA는 한국이 네 가지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데 기여했는데, 그 네 가지는 1)수출 가치 증진 2)신규 시장 진입 3)진행 중인 경제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신제품과 서비스 수출 증진 4)특히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 강화입니다. 이러한 적극적 무역 정책의 결과로 한국은 국제적 영향력을 증대시켰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과 정부는 무역에서 기술의 이용과 관련된 이슈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전자상거래만이 아니라 데이터의 전송, 프라이버시 문제, 사이버보안, 인공지능과 같은 문제들이 정책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디지털 무역에 초점을 맞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한국과 EU는 FTA가 가져온 다양한 이익을 향유하며 디지털 시대의 도전에 맞춰 FTA의 갱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 프로젝트는 한국과 EU 간 디지털 무역의 구성요소와 경향을 밝히는 것으로, 쌍방 간의 온라인 무역, 즉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무역과 디지털 무역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본이 되는 ICT(정보통신기술) 제품의 무역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디지털 무역은 향후 EU와 한국 간의 경제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위에서 다룬 문제들을 반영하는 한-EU 간 디지털 무역협정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연구를 통해 저는 한국과 EU 간 디지털 무역 협력을 구동시키는 몇 가지 주요한 요인들을 강조했습니다. 첫째,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이 국제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있으며, 기술적 공급망에 지장이 생기면 한국과 EU 같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둘째, 대체적으로 규제를 받지 않는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안보와 안전 문제는 공동의 노력을 요하는 도전을 초래한다는 점, 셋째,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경쟁우위를 집중시켜 기술의 상호호혜적 이익 분할을 위한 공동 노력이 긴요해진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의 급증은 다양한 취약성을 야기해 규제를 위한 집단적 노력을 요구합니다. 한국과 EU 사이의 규제를 통합하면 비용을 최적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더욱 생산적이며 다층적인 동반자 관계의 조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짧은 글을 맺으며, 저는 수년 동안 지원해 주신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감사드립니다. 2023년에 재단의 펠로십을 받은 덕택에 저는 새로운 연구에 착수해 한국 경제에 대한 탐구의 폭을 넓히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동료들과의 향후 협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스크바와 제주 본부에 계신 모든 재단 관계자 여러분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저는 연구 펠로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