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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서 소나무 찍다 매력에 푹 빠져"

배병우는 90년대 이후 국내 사진계를 세계에 널리 알린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이다. 특히 오랫동안 한국의 소나무에 앵글을 맞춰 오면서 국내외에서 ‘소나무’의 사진작가로 알려지게 되었고, 2010년에는 그의 소나무 작품이 90주년을 맞는 세계적인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포스터 이미지로 채택되면서 유럽에서 주목하는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2010년 G20 개최를 앞두고는 참가국의 문화대표가 함께 한 C20(Culture 20) 행사에서 소나무 사진작품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전세계인들에게 선보이면서 한국 현대 사진의 우수성을 대표하는 작가로 소개되었다. 지난 3월 20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는 이런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을 음악과 함께 만나면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직접 들어보는 영상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중 주요 질문과 답을 정리한 것이다.

처음에 어떻게 사진에 입문하게 됐나?
처음엔 그림을 그렸다. 그때는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이었는데 아는 형이 사진을 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나도 보고 또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그 선배가 ‘너는 발이 튼튼하니까’ 사진을 해보라고 권했고, 나도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이유로 자신이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행운아다.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내가 사진을 열심히 하던 90년대부터가 우리나라의 기업이 성장을 하던 때였고 그런 기업들이 내 사진작품을 사주었고 기업들의 후원으로 전시회도 열고, 사진집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나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사진은 현재 전 세계가 가장 쉽게 이해하는 매체가 아닌가. 또한 내가 주목한 소재가 우리나라의 전통미가 바탕이 된 나무, 바다, 섬 등이어서 세계에서 더 잘 통하는 것 같다.

당신의 작품은 음악회 대표이미지로 소개되는 등 유난히 음악과의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의도한 것인가.
아니다. 나는 사실 음악을 전혀 모른다. 그런데도 내 작품을 보면 ‘베토벤이 생각난다,’ ‘드보르작이 생각난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음악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나도 음악과 함께 작업을 해보는 것이 좋았고 그래서 오늘처럼 함께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당신의 사진을 보면 제주도의 오름이라든가, 나무, 섬 등 한국의 자연에 대한 작품이 많다. 그런 이유가 있는가.
나는 자연친화적이고 전통적인 것에 끌린다. 어린 시절 산과 들, 바다를 벗삼아 지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즉 고향에 대한 끌림이 있다. 또 ‘한국적인 것으로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사람들이 내 작품을 알아주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이런 작업을 계속했을 것이다. 나는 비록 첨단은 아니지만 우리 삶 속의 풍경을 찍는 것이 내가 할 일이고 또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열심히 한 작업은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다는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받고 있는)주변에서의 격려는 정말 큰 힘이 된다. (웃음)



소나무는 어떻게 찍게 되었나.
한국의 바다를 찍고 섬, 그리고 나무를 찍다가 어느 날 한국의 상징이 뭐냐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83년 즈음에 낙산사에서 소나무를 사진에 담으며 ‘아, 이것이 한국이다’라고 생각해서 계속 찍게 되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또 소나무는 품위가 있는 나무다. (웃음) 사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고, 작품을 계속하니 소나무에 대한 공부도 계속하게 되더라.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작업을 한다는데.
나한테는 필름을 사용해 찍고, 프린트하는 과정이 내 몸처럼 익숙하다. 그래서 아날로그식으로 작품을 할 뿐이다. 편하니까.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열심히 많이 찍어야 한다. 그리고 그림도 마찬가지이지만 조명 즉, 빛을 이해해야 한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곧 빛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좋아하는 빛이 있다. 나는 해가 뜨기 직전의 빛이 좋아서 그때 작업을 많이 한다.

영상콘서트에 참석한 분들에게 한마디.
앞으로도 작품으로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 감사하다.
배병우 작가와의 인터뷰는 ‘섬’ ‘오름’ ‘소나무’ 시리즈 작품과 더불어 드보르작의 ‘고요한 숲’,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등을 실내악과 함께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의 영상콘서트는 배병우 사진작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에 몰두하여 작품활동을 해왔는지 알려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