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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한국 춤사위에 ‘풍덩’

쿠바, 한국 춤사위에 ‘풍덩’ ‘제16회 아바나 비에하 무용축제’ 참가기 KF 지원 3개 무용단 공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 아바나에서 펼쳐지는 쿠바의 대표적인 무용축제 ‘아바나 비에하(Havana Vieja)’. 올해는 노르웨이, 스위스,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 한국을 비롯해 쿠바 포함 15개국에서 참가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과 현대자동차, 토크마크잔 그룹(Group TOKMAKJIAN)의 협찬으로 축제에 참여한 신은주 무용단과 이인수 EDx2 무용단, 이영일 MF 무용단은 첫 공연부터 화제가 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길에는 나른한 표정의 마부가 끄는 마차와 회색 매연을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1940~60년대의 클래식카가 즐비하다. 이어서 중산층의 상징이 된 게 아닌가 싶은 현대차와 기아, 삼성차도 눈에 들어온다. 이뿐만 아니다. 벤츠, BMW, 푸조, 아우디, 토요타, 심지어 미쓰비시까지 신나게 거리를 활보한다. 거기에 백인부터 흑인 그리고 너무나 다양한 크레올과 메스티소와 물라토까지 뒤섞여 눈이 어지럽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생활의 흔적이라곤 널려 있는 빨래밖에 없는 폐허 속에서 뛰쳐나온 이들의 얼굴에서 불행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문명이라는 욕심이 가져온 재앙이 불행이라면, 쿠바에는 분명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신은주 무용단의 '판굿' 공연, 신은주 무용단의 '허튼 북춤' 공연, 신은주 무용단의 야외 공연


브라보, 코레아!

정신없었던 마탄사스에서의 첫 공연. 하루만에 셋업과 공연을 모두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낯선 환경,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비, 그러나 차라리 다행이라 해야 할까? 우리는 쓸 수 있는 것들로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여기에 인정 많은 극장 스태프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주었다.

이인수 EDx2 무용단의 힙합 현대무용, 이인수 EDx2 무용단 공연, 마탄시스에서 공연 후 방송국 기자와 인터뷰하는 인인수 안무가

리허설을 보고 나서 비록 한 명이지만 화동(花童)까지 준비시켰다. 이날 우리의 공연을 녹화한 마탄사스 지역방송국 기자는 무대로 올라와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50여 명 남짓한 이 지역에 사는 한인 후예들도 서로 “난 이 공연이 좋다”, “난 저 공연이 더 좋다”며 극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는 이국인이 되어버린 그들. 그러나 가슴 깊이 고국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사람들에게 이날의 공연은 특별한 선물이 된 듯했다.
그다음 일정으로 찾은 시엔푸에고스는 느낌이 확 달랐다. 깨끗한 건물과 잘 정비된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두 블록만 더 들어가면 아이들이 러닝셔츠 차림으로 뛰쳐나와 나무 막대기로 만든 야구 방망이에 공을 갖고 뛰어노는 밝은 미소가 아름답다. 그러나 외관이 근사한 이 건물들에는 슬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사탕수수로 많은 돈을 모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짓고 극장을 세웠다고 한다. 이주 노예들의 땀과 피가 누군가의 부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리라. 바로 그 유산, 1882년에 세워진 오페라극장이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유혹하며 반긴다. 5도 경사진 무대 때문에 예술가들이 고생은 좀 했지만 말이다. 시엔푸에고스에서도 역시 우리 공연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지역방송국에서 녹화해간 공연은 다음날 바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열띤 호응 얻은 한국무용, 쿠바 진출의 청신호

‘제16회 아바나 비에하 무용축제(Habana Vieja Ciudad en Movimiento)’는 행사를 주최한 레타소스 무용단 극장과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베니토 후아레스 박물관(Casa Museo Benito Juarez), 아프리카 박물관(Casa Museo de Africa) 등 야외 공간을 포함해 모두 아홉 군데에서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이 중 한국의 3개 팀은 메인 무대인 레타소스 무용단 극장과 카롤리나스 공원(Jardin Las Carolinas), 루미나위 파크(Parque Ruminahui)에서 14일과 15일에 공연을 펼쳤다.
처음 들어보는 장단, 도통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춤사위를 선보인 신은주 무용단은 첫날부터 화제에 올랐다. 다소 거친 듯하면서도 정제된 힙합 현대무용을 올린 이인수 EDx2 무용단 역시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이영일 MF 무용단은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시작하는 공연으로 야외무대를 적극 활용했다.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큰 반응을 얻은 신은주 무용단은 둘째 날 야외무대에서는 더욱 빛을 발했는데, 공연 직후 예술감독 이사벨 부토스가 긴급 제안을 해왔다. ��밤에 한 번 더 공연해줄 수 없을까요?�� 급기야 부토스 감독은 한국 공연단을 위해 선물까지 준비했다. 어느 단체에도 수여하지 않은 디플로마(Diploma)에 한국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자필로 써 넣고 아바나 시와 문화위원회 담당자 그리고 본인이 서명을 해서 건넨 것이다. 물자가 귀한 아라이다 보니 컬러로 출력한 인쇄물이라고는 포스터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 디플로마가 컬러 출력본이었다. 거기에 티셔츠와 향초 장식품까지…. 현지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정성스런 선물을 준비할 수는 없었을 터. 이를 받은 한국팀 멤버들은 그 깊은 마음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쿠바의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Granma)>에 ‘Corea del Sur(남한)’가 실린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호세(현지 코디네이터) 선생도 말했지만,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 대한 현지 무용계의 반응이 매우 좋다. 한국무용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노엘 보니야총고(’쿠바 세계 춤의 날‘ 진행, ’카리브 댄스 비엔날레‘ 쿠바 대표, ’국제연극제‘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들으니 향후 한국무용의 지속적인 진출에 매우 고무적인 청신호가 켜졌다고 짐작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이틀을 꼬박 비행기 여행에 시달려야 하는 먼 나라, 쿠바. 한국무용이 이번에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김신아, 서울세계무용축제 &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