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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한국학 연구를 위한 인턴 체험기

한국학 연구를 위한 값진 시간  KF 인턴 체험기  도서관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뽑아 들면 열 권 중 다섯 권은 첫 장에서 어김없이 동그란 자주색 스티커가 발견된다. 해마다 열리는 워크숍 포스터를 통해, 흥미로운 전시회의 도록 귀퉁이에 새겨진 로고에서, 또는 장학금을 받았다고 기뻐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그렇게 다가왔다.



KF와의 인연

이립(而立)을 앞둔 상황에서 나는 장래 방향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들에 빠져 있었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뭘까 고민할 때 불현듯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떠올랐다. 마침 홈페이지에 학생 인턴을 선발한다는 공고가 있어서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그리고 지원한지 2주만에 KF로부터 연락이 왔고, 수하동 센터원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수하동의 화려한 빌딩은 마치 나를 반겨주듯 햇살이 눈부셨다. 그러나 설레임도 잠시, 빌딩의 복잡한 출입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던 난 옆 사람들이 하는 데로 따라서 탑승했던 엘리베이터가 KF 사무실이 아닌 다른 회사로 운행하는 탓에 하마터면 면접조차 보지 못할 뻔했다.

19층에 위치한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기다리자 미디어홍보센터의 직원분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내심 ‘무급 인턴이라 지원자가 없어서 내가 뽑혔나 보군' 생각했는데 면접실 책상 위에 소복이 쌓인 지원자들의 CV들을 보고 흠칫 놀랐다. 면접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면접 직후 아주 자연스럽게 일종의 실무능력테스트도 진행되었다. 내가 보조하게 될 출판지원사업 업무의 일부를 해 보라는 미션이 주어졌고 다행히 무사히 완료하여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의 첫발은 불안 그 자체였지만, 부장님들 이하 직원분들이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사회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해소되었다.

사소한 노력하나가 한국을 빛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첫 업무는 출판보조비지원사업으로 해외에서 양질의 한국 관련 도서가 출판될 수 있도록 적합한 기획을 찾아 지원하는 일이었다. 지원 신청서의 내용을 요약한 후 문서 형식에 맞추어 정리해 부장님들과 심의위원님들이 검토하시기 용이하게 정리했다. 문서작성에 쓰는 간결한 문체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담당 부장님들께서 꼼꼼히 교열을 보아 주시며 이해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업무 담당자와 외부심사위원들의 평가표, 그리고 심사 원고를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었고 코앞으로 다가온 심의회의 자료준비로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심의회의는 평가위원들이 참가하여 원고들을 다각적 측면에서 꼼꼼히 평가하였다. 여러 차례 지원서와 원고를 검토하면서 내가 간과했던 부분이나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평가위원들의 날카로운 논평은 나로 하여금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했다.

회의만 끝나면 완료되는 줄 알았던 업무가 후반 작업에서 더욱 만만치 않았다. 회의록 작성은 물론 회의에서 제안된 내용들을 처리해야 했다. 특히 폴란드어와 같이 해외에서 출판되는 신청서의 경우 중립적인 입장에서 원고를 재평가해 줄 수 있는 평가자를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폴란드와 같이 한국 관련 서적이 많지 않은 곳에서 출판되는 소수의 책이 그 나라에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내용면에서 더욱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해외에서 생활하는 나 개인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한국을 잘 모르는 어딘가에서 출판되는 한 권의 책처럼 어쩌면 나를 통해 한국이 투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언행이나 앞으로 발표할 논문들에도 좀더 신중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F사업에 대한 이해도 커져

출판지원사업에 대한 업무가 마무리되자 서울대에서 개최된 ‘서울-아시아대학포럼’에 설치된 KF 홍보부스를 지원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부스에 책자와 영상물을 배치하였는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단연 영문도록이었다. 신라금관,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도록을 펼쳐보는 해외 대학 총장님들의 눈은 경이로움에 가득 찼고 입에서는 찬사가 터져나왔다. 훌륭한 우리 문화를 선별해 알리는 KF 사업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부서 업무를 보조하며 KF 사업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평소 아무 생각없이 보았던 KOREANA를 비롯, 다양한 한국관련 도서와 영상물들이 직원 분들의 고군분투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닫자 새삼 내가 접하는 모든 KF의 한국 관련 부산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왔다.

두 달간의 인턴십을 마치고 나는 다시 내가 다니고 있는 독일 보훔대학교로 복귀했다. 독일 보훔대학교 한국학과는 마리온 에거트 교수님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과 역사를 비롯해 한국 종교와 중세언어를 전공하신 교수님들과 강사님들이 포진해 계신 유럽 한국학의 주축이다. 특히 중앙도서관 4층을 차지하고 있는 동아시아학 도서관에는 방대한 양의 한국관련 자료가 보유되어 있고 베를린국립도서관을 통한 “Cross Asia”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해외임에도 비교적 편안하게 한국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좋은 환경은 KF의 아낌없는 지원없이는 불가능했으며, 나 역시 그 수혜자 중 한명임에 틀림없다.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책 하나를 빼 들었다. KF의 스티커다. 인턴십 기간 중 내 옆자리에서 열심히 배송될 책에 스티커를 붙이시던 KF 직원 분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두 달간의 인턴십은 그 동안 사회를 경험할 기회가 적었던 내게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었다. 좁은 지면을 빌어 두 달간 도와주시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한국국제교류재단(KF) 직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KF의 지원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해외에서의 한국학 연구에 정진하여 좋은 학자로 성장하고 싶다.

조성연 독일보훔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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