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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저렴하고 맛있는 축제가 펼쳐진다. 아세안국가의 아침식사

테이스티 아세안

세상 가장 저렴하고 맛있는 축제가 펼쳐진다. 아세안국가의 아침식사

글 _ 박민우(<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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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세계적인 관광대국답게 선택의 폭이 넓다. 쌀국수와 꼬치는 물론 서양식 아침식사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다. 현지인들에겐 ‘쪽’과 ‘카똠’이 특히 사랑받는다. ‘쪽’과 ‘카똠’은 비슷하다. 국물에 밥알이 들어간 형태로 쪽은 쌀이 형체가 사라질 때까지 푹 끓인 수프에 가깝다면, 카똠은 밥알의 형체가 그대로인 국밥과 비슷하다. 쪽은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부드러운 돼지고기 미트볼이 들어가 있다. 여기에 달걀을 추가해 채 썬 생강과 함께 먹는다. 카똠은 생선, 해물, 돼지 뼈 등 재료가 다양하며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다. 그래도 한국 돈으로 4천 원을 넘지 않는다. 식당마다 자존심을 걸고 소스를 만드는데 발효된 콩, 마늘 등이 들어간 소스는 국물 맛을 깔끔하게 잡아 준다.

베트남은 쌀국수의 성지답게 다양한 쌀국수를 종류별로 즐길 수가 있다. 깊은 육수를 바닥까지 비우면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이열치열의 쾌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유명 쌀국수 집은 보통 여섯 시면 문을 연다. 아세안, 아니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부지런한 나라가 베트남이다. 쌀국수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한없이 쓰고, 한없이 달콤한 베트남 커피 쓰어다 한 잔은 필수. 너무 노골적으로 쓰고 달아서 누가 이 맛을 거부할 수 있을까? 치명적 매력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에선 무조건 카야잼이다. 연두색의 카야잼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이 푸른색은 판단 잎에서 나오는데, 판단 잎은 우리에겐 없는 식물이다. 낯선 향인가? 그렇지도 않다. 바닐라와 재스민 중간쯤의 은은한 향이 난다. 판단 잎, 코코넛밀크, 우유를 졸여서 만드는 카야잼은 빵, 달걀 프라이와 함께 먹는다. 싱가포르의 국민 아침 식사다. 별거 아닌데 만족스럽고 그리운 맛이다. 매일 먹어도 매일 반가운 게 카야잼을 곁들인 토스트다.

로티 차나이는 말레이시아의 인도 요리이다.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든 로티가 존재하지만 위상은 다르다. 태국, 캄보디아 등은 바나나와 연유를 듬뿍 올린 간식 개념이라면, 말레이시아에선 카레, 양파 등을 곁들이는 엄연한 식사 메뉴다. 남인도에서 대거 이주해 온 인도인들의 반죽과 굽는 솜씨는 묘기 수준. 주먹만 한 밀가루 반죽이 스케치북 크기로 찢어지지도 않고 잘도 늘어난다. 맛도 맛이지만 굽는 서커스까지 관람할 수 있는 눈이 즐거운 요리다.

미얀마의 모힝가는 차라리 보약이다. 우리에겐 추어탕이 있다면 미얀마엔 모힝가가 있다. 우리네 추어탕이 미꾸라지를 끓인 거라면 모힝가는 메기에 바나나 껍질을 넣어 푹 우린 생선 수프에 쌀국수를 만 요리다. 간단한 아침 식사지만 힘이 불끈 솟는다. 미얀마에선 모힝가를 한 그릇이라도 더 먹는 게 남는 장사이니 미얀마에 방문한다면 꼭 먹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