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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콘텐츠] 웹소설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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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김성신(출판평론가·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부회장)


2013년 1월부터 포털기업인 네이버가 인터넷 소설 연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소설’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됐다. ‘인터넷’이나 ‘웹’이나 사실상 같은 의미지만, 당시 네이버는 이미 성공을 거둔 ‘네이버 웹툰’의 인지도를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인터넷 소설’이라는 용어 대신 ‘웹소설’이라는 신조어를 기획했다. 기성세대와 출판계, 문단 등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웹소설의 등장을 그리 중요한 문화적 현상으로는 보지 않은 듯하다. 장르문학 혹은 하위문화 정도로 취급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00억 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2018년 4,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주요 25개 출판사의 총매출을 추월한다. 그 결과 웹소설 시장은 종이책 소설 시장과 비교해 약 2.5배의 규모로 거대한 성장을 이룬다. 2020년에는 6,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 7,132억 원인 일반 단행본 전체 시장과 견줄 정도가 됐다.

네이버에서는 최근(2022년 8월 5일) 올해 2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이라고 한다. 여러 사업 분야 중 콘텐츠 매출이 3,002억 원이나 발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3% 성장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올해 3월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지난해에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3.0 시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보는 분야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상대로 웹소설의 글로벌화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네이버 시리즈의 독점 웹 소설 '화산귀환'이 웹소설만으로 누적 매출 3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누적 매출액 100억 원 돌파 이후 약 11개월 만의 성과다. ‘화산귀환’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네이버 시리즈에서 독점으로 선보였으며, 현재(2022년 7월 말 기준) 1,280여 화가 연재되고 있다. 총 누적 다운로드 수는 3억 7,000만 이상에 달한다. 지난해 3월부터는 ‘화산귀환’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웹툰도 연재를 시작했다. 웹소설 월평균 매출액은 웹툰 연재 이후 기존 대비 약 300% 증가했다. 웹툰으로 재생산된 ‘화산귀환’은 현재 6개의 언어로 글로벌 서비스되고 있다. 웹툰으로 ‘화산귀환’을 접한 전 세계 이용자들의 관심이 원작 웹소설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웹툰이라는 날개를 단 웹소설 작품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회사원 ’김독자’가 10년 넘게 읽어온 인기 없는 웹소설 ‘멸망 이후의 세계’의 이야기를 눈앞에 겪으면서 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을 그렸다. 작가 특유의 거대한 세계관과 짜임새 있는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웅장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상상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5월부터 연재가 시작된 웹툰은 작품 속 설정과 같이, 10년을 연재해 2030년 12월에 완결될 예정이다. 하지만 원작 웹소설은 극장용 장편 영화 5편으로 제작을 확정했다. 이 작품 역시 7개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연재되고 있다.

이렇게 웹소설은 국내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해 성공적으로 시장을 형성했고, 이제 거대한 글로벌 콘텐츠 시장까지 우리가 능동적으로 조성할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오늘날 웹소설 시장이 기존의 출판산업과 거의 아무런 접점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웹소설은 문자 기반의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출판산업은 이 시장을 예측하지도 형성하지도 흡수하지도 못했다. 책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품임과 동시에 사회적 공공재이기도 한 독특한 존재다. 그리고 이러한 책을 생산하는 출판산업은 지식의 생태계를 이루어 인류의 문명에 기틀을 제공한 산업이기도 하다. 기존의 우리 출판산업계는 가능성만으로 거대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이 형성됐고 장래성까지 충분히 입증된 지금의 단계에선 기존의 출판업계가 독립적인 웹소설 플랫폼을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생태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생존의 필수 조건들을 생태계 내부에서 선순환시켜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이것은 지식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무한 경쟁 시스템 속에 내던져진 산업은 순간적으로 거대한 자본과 이익을 생산할 수는 있겠지만, 단순 소비만 이루어지다 쉽게 소멸될 가능성 또한 높다. 웹소설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기존 출판산업이 오랫동안 지식 생태계를 운영하고 유지한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