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KF 우편함] 인도 날란다대학교에서

 People >  인도 날란다대학교에서
인도 날란다대학교에서

판카즈 N. 모한 (전 날란다대학교 교수)


한국국제교류재단(이하 재단)은 제가 한국 역사학자로서 경력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993년 호주국립대학교의 박사 과정 학생으로 있을 때 재단이 방한 연구 펠로십을 주신 덕에 저는 서울대학교 최병헌 교수님의 지도 아래 6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을 끝낸 후에는 코펜하겐대학교에서 3년 동안 한국어, 중국 고전,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를 가르쳤습니다. 2002년에는 시드니대학교가 재단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한국학 강사직에 저를 채용한 덕분에 기쁜 마음을 안고 호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2008년에는 영광스럽게도 다시 한 번 재단의 방한 연구 펠로십을 받았습니다. 두 차례의 방한 연구 덕에 저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불교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영어와 한국어로 쓴 수많은 글을 학회지와 단행본에 게재,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2009년 9월부터는 성남 소재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교수이자 학부장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떠나 인도 나즈기르에 있는 날란다대학교에 부임했습니다. 날란다대학교는 인도 외교부의 후원을 받는 주요 대학원대학교이며, 저는 그곳에서 역사학부 학장, 불교학부 및 언어학부 임시 학장, 임시 부총장 등 중요한 직책을 역임했습니다. 한국과 인도의 두 교육기관에서 강의하며 교육 전략가와 행정가로서 벅찬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제가 오랫동안 힘을 쏟았던 두 편의 논문을 완성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날란다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저는 재단의 방한 연구 펠로십을 받아 2021년 8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역사 속 한국과 인도의 종교 문화적 관계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재단의 펠로로서, 또 한국학중양연구원의 교수로서 오랫동안 수집한 자료들과, 저명한 한국 불교역사학자이신 최병헌 교수님, 민족주의와 한국 현대사의 선구적 학자이신 신용하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선생님들의 조언과 지도 덕에 앞으로 2년이면 두 권의 책에 해당되는 작업을 마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중 하나는 초창기 한국 종교에 관한 것으로, 한반도에서 중앙집권적 군주제 국가가 부상하기까지의 역사적 맥락에서 불교, 유교, 도교를 살펴보면서 그 종교들이 정치적 정당성의 언어를 형성하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사회적 화합 촉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봅니다. 이 연구에서 저는 최근 인도 불교사 연구에 사용된 이론적 모델을 가져와 초창기 한국 관련 자료에 적용함으로써 불교 집단과 수사학, 그리고 인왕회와 팔관회가 후원자 및 전교자를 위해 거행했던 의례가 어떤 가치를 함의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한국과 인도의 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룹니다. 이 분야의 연구가 아직 미진한 편이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에서 한층 나아간 결과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저는 이를 위해 동아시아와 인도의 다양한 언어에 관한 문헌 및 자료들을 활용했고, 고대와 중세 한국에 있었던 인도 관련 전설들, 그리고 한국으로 여행 온 인도 승려들이 야기했던 폭넓은 변화의 역학을 파고들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인도가 한국의 독립운동 경험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연구의 새로운 경계를 드러내고자 시도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저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책과 기사들을 발견했습니다. 힌디어, 벵골어, 구자라트어, 마라티어 그리고 보즈푸리어로 쓰인 이 자료들은 식민지 시대 한국의 비극적 상황을 예민한 감성으로 연민을 담아 묘사합니다. 그 중에는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한국과 중국에서 저지른 만행들을 세세하게 기술한 자료도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여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1942년 보즈푸리어로 쓴 희곡이 있는데, 『일본인 악마 (Japaniya Rachchach)』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라훌 산크리티아얀(Rahul Sankrityayan, 1893~1963)이 인도 감옥 수감 시절 쓴 것이었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책인데 제가 운 좋게 남아 있는 한 권을 찾은 것이지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초래한 위기로 인해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방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재단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연구협조자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목표했던 바를 대부분 이룰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