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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K팝, 무엇을 노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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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무엇을 노래하나
- 요즘 K팝 가사의 네 가지 경향

박세희(문화일보 기자)


‘K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모두가 떠올릴 세 가지. 귀에 꽂히는 멜로디와 화려한 비주얼 그리고 세련된 칼군무. 가사는 어떠한가. 노랫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사람들은 별다른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일 뿐이라고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가사는 노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묵직한 책임에 비해 너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모두가 열광하는 K-팝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그 네 가지 특징을 키워드로 꼽아봤다.

# 직설적: “게임이 아냐 진 적이 없으니까 / 짖어봐 네 목에 목줄은 내 거니까 / 간판 내리고 문 잠가 shut down” 걸그룹 블랙핑크의 정규 2집 타이틀곡 ‘Shut Down’(셧 다운)의 가사다. 직설적인 이 노랫말은 블랙핑크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강렬한 카리스마를 전한다. 블랙핑크는 직설적인 가사를 화려한 퍼포먼스와 결합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정규 2집의 경우 ‘Typa Girl’과 ‘Hard to Love’, ‘Tally’ 등 수록곡 세 곡이 ‘19금’일 만큼 직설적이다. 이는 걸그룹 음반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또 다른 대세 걸그룹 아이브 역시 직설적인 노랫말을 특징으로 한다. 사랑할 용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뛰어들라는 ‘Love Dive’에 이어 자기애를 기반으로 자신감 넘치는 사랑의 태도를 주문하는 ‘After Like’까지. ‘After Like’는 이제 마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 방금 내가 말한 감정 감히 의심하지 마”라며 직설적인 노랫말로 사랑을 고백한다.

# 주체성: 블랙핑크가 직설적인 가사로 자신감과 카리스마를 표현했다면, 후배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행보는 더욱 대담하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여자)아이들의 ‘누드’(Nxde)는 우리의 편견 속 ‘누드’의 의미를 전복한다. "왜 누드에 대해 생각하느냐"(Why you think about nude)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곡은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그딴 건 없어요, 환불은 저쪽", "변태는 너야"라고 일침을 가한다. 남성적 시각으로 만들어진 청순, 섹시 등의 이미지를 깨고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누드’의 노랫말을 쓴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은 늘 "음악에는 성별이 없다"며 "걸그룹에 붙는 한계와 편견을 깨는 음악을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 컨셉추얼(Conceptual): K팝 가사의 특징 중 하나는 ‘세계관’에 기반한 가사가 많다는 것이다. 세계관은 K팝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많은 K팝 그룹들이 세계관을 갖고 있다. 걸그룹 엔믹스는 유토피아를 찾아 모험을 떠나고, 엔하이픈은 뱀파이어, 앤팀은 늑대인간의 세계관을 갖고 서로 연결된다. 세계관이 강력한 그룹의 경우 가사는 더욱 컨셉추얼한 경향을 보이는데, 노랫말이 세계관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걸그룹 에스파의 ‘Next Level’(넥스트 레벨)에는 "절대적 룰을 지켜 / 내 손을 놓지 말아 / 결속은 나의 무기 / 광야로 걸어 가"라는 가사가 있다. ‘광야’라는 무정형, 무규칙의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와 함께 빌런과 싸워 나간다는 에스파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것이 ‘Next Level’의 노랫말이다.

# 개인적인: 최근 K팝 가사의 또 다른 특징은 컨셉추얼함과 대비되는 내추럴함(natural)이다. 아이돌의 작사 참여가 늘어나면서 생긴 경향인데, 이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방탄소년단(BTS)이다. BTS는 데뷔 초부터 ‘학교 3부작’, ‘화양연화 시리즈’ 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왔다. 최근 낸 ‘Yet To Come’(옛 투 컴) 역시 그러하다. "언젠가부터 붙은 불편한 수식어 / 최고란 말은 아직까지 낯간지러워 / 난 말야 걍 음악이 좋은 걸" 등 슈가와 제이홉은 ‘Yet To Come’ 노랫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BTS 멤버들의 솔로 앨범에서도 개인적인 경향은 두드러진다. "문득 멈춰보니 찬란한 맨발 / 원래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 / 그래 내 시작은 시 / 여태껏 날 지켜온 단 하나의 힘과 dream", RM의 신곡 ‘들꽃놀이’의 가사다. ‘들꽃놀이’가 수록된 앨범 ‘Indigo’는 거의 일기처럼 솔직한 그의 생각과 고민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