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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한불포럼

한국과 프랑스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하여 진솔하고 개방적인 의견 교환과 토론을 통하여 21세기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제4차 한불포럼이 재단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소장 Thierry de Montbrial) 공동 주최로 지난 3월 16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었다.

특히, 금번 제4차 포럼은 지난 3월 6∼7일 김대중 대통령과 쟈크 시락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하여 양국간의 한 차원 높은 협력 강화를 논의한 시점에서 개최된 회의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개최 의의가 컸으며, 양국의 각계 대표들이 민간 차원의 구체적인 양국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유럽-아시아 대화’, ‘한불안보문제’, ‘한불 경제, 금융 및 문화협력 방안’ 등 다양한 의제로 이틀 간 열띤 토론을 벌인 이번 회의에는 양국의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 사회문화계 인사 등 60여 명이 참석하였다. 한국측에서는 이인호 재단 이사장을 비롯하여 권인혁 주불 한국대사, 양수길 OECD대사, 임성준 ASEM준비기획단 본부장, 조환익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김세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심상필 홍익대 총장, 최정호 문화비젼2000위원회 위원장, 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배순훈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선 산업연구원장, 권영빈 중앙일보 논설주간, 남찬순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20명이 참가하였으며, 프랑스측에서는 Christian PIERRET 프랑스 산업부장관, Thierry MONTBRIAL 국제관계연구소 소장, Xavier VILLEPIN 상원 국방외교위원회 위원장, 세계적 문명비평가인 Guy SORMAN, 그리고 Dominique GIRALD 외무부 아세아-오세아니아 국장 등 각계 주요 인사 40여 명이 참가하였다.

한국측 포럼대표인 재단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세 차례의 포럼이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한 민간대화체로서 양국의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였다고 평가하고, 지난 2년 동안 한국 국민의 금융위기 극복 노력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 및 관심에 감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프랑스 공식방문을 통해 양국간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재확인되었음을 언급하였다. EU의 중심 국가인 프랑스와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인 한국의 위치를 감안할 때, 앞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은 각국이 속한 지역 전체의 발전에 매우 중요함을 역설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양국간 새로운 관계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협력관계 구축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김대중 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서울-파리간 초고속 정보고속도로 개설 제의는 상기한 원칙과 의지의 강력한 표현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한편, Christian PIERRET 프랑스 산업부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제4차 포럼이 금년 10월 ASEM 서울회의를 앞두고 EU 의장국이 될 프랑스와 아시아의 회의 개최국인 한국과의 진지한 사전 논의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그 개최 의의가 크다고 강조하며, 아시아·유럽 관계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한불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프랑스 산업부 장관으로서 경제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틀에 걸쳐 총 3개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된 토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1회의 ‘유럽-아시아 대화’에서 양측은 21세기가 국가를 중심으로 안과 밖으로 새로운 삶의 공간을 복합화한 단위체가 복합적 목표를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이 확산되는 세계화시대라고 규정하고, 성숙한 근대국가를 경험한 유럽국가들이 국가연합의 형태인 유럽연합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에, 21세기초 동아시아 국가들은 근대국가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아울러, 21세기는 현실적으로 세계화와 지역화가 병행발전하는 시대로 인식하고 지역주의는 지구화에 대한 하나의 대응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동아시아에서 지역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한편, 한국측은 최근의 EU의 확대와 심화에 따라 EU가 역내문제에 관심을 집중하여 역외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하되고 협력의 가능성과 수단들이 신규회원국에 우선되어 아시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EU의 의사결정체제가 복잡해져서 아시아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배타적 결정이 내려질 개연성이 커질 수 있음도 지적하였다.

이어 계속된 제2회의 ‘한불 안보문제’에서 프랑스측 참가자들은 북한의 정치문제, 특히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대북 온건정책과 일부 우방국들(캐나다, 호주, 이태리, 필리핀 등)이 시도하는 대북수교정책의 모순점 을 지적하고 정책방향 전환 가능성을 한국측에 타진하였으며, 한국측은 이러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나 우방들의 호의적인 대북 태도는 북한 내 온건세력의 입지를 강화하여 중국식 개방을 점진적으로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제3회의 ‘한불 협력 증진방안’에서는 경제분야와 문화분야가 함께 다루어졌으며, 경제분야 논의에서는 최근 한불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일반화되고 과거 무역위주의 경제교역이 투자협력 형태로 전환되어 양국 관계가 긴밀도를 더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통상마찰이 계속되는 또 다른 단면도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국측은 한·불 경제협력관계의 재점검을 통해, 그리고 프랑스측은 한국 기업의 국제화전략의 분석을 통해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문화분야 토의에서는 최근 양국간 활발한 문화교류를 통해 과거의 상호 왜곡된 인식이 많이 시정되었으나, 한국인의 프랑스 이해는 피상적이고, 프랑스인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임을 지적하였다.

한국측은 경제논리에 종속된 문화적 관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진정한 문화교류야말로 정치·경제적 협력의 최선의 방법이라는 전제하에 국수주의적인 문화관념이나 획일화된 언어·문화·사고(특히 팍스 아메리카나 문화)의 거부라는 원칙이 양국의 공동목표가 될 수 있다면 협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평가하였다. 이틀 간의 회의를 총평하는 자리에서 양국 참석자들은 이번 포럼이 제한된 시간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상호 이해를 확대하는 좋은 기회였으며, 특히 문화분야에서 양국이 문화의 중요성을 상호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 ‘21세기 아시아-유럽의 새로운 파트너십 창출을 위한 진정한 친구’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며 양국 참석자들은 아쉬움 속에서 이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