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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사무소 개설의 의미

워싱턴사무소, 북경사무소에 이어 모스크바, 베를린, 그리고 호치민에 재단의 사무소들이 개설됨으로써 이제 재단도 명실공히 국제교류 첨병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번에 설치된 사무소들의 위치는 재단의 향후 중장기 사업전략과 아울러 중요 거점지역 확보라는 많은 고민 끝에 결정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모스크바사무소 개설이 갖는 의미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러시아의 의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러시아는 우리와 국경을 맞닿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남북이 분단되었다는 현실로 인해 그것을 실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근대사는 얼마나 많은 한·러간의 역사가 그 국경을 넘나들며 일어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금에 와서 TKR과 TSR을 연결하려는 노력도 땅이 붙어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전제에서 시작되는 사유들이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러시아는 그토록 멀게 느껴질까? 블라지보스톡은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건만 왜 그리 낯선지, 또 모스크바가 하염없이 미지의 세계로만 느껴지는지,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의 심저에는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단절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러시아와 6.25동란과 이데올로기의 싸움을 겪으면서 동반자가 아니라 적대의 관계에 오랫동안 서왔다. 그러한 단절의 세월은 불행히도 우리의 의식을 한쪽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절름발이로 만들어왔다. 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된 지금도 러시아는 우리에게 그렇게 친숙한 나라일까? 중국 역시 비슷한 역사를 거쳐 왔지만 다방면에 있어서 한중간의 교류는 실로 엄청나다. 한러간의 교류와 한중간의 교류를 비교하며 그것을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차이로 본다면 억지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해 볼 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의 한 러 관계는 지금의 한중관계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원리와 병행하여 생각해야 하는 점은 우리의 사고 속에 러시아가 우리의 이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복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러간의 교류확대는 우리나라의 속이 찬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임을 우리가 깊이 자각해야 한다.


재단사무소 개설의 의미와 역할
지금도 많은 기관들이,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한러간의 학술교류와 문화교류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이 비록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서유럽만큼 활발하지는 않더라도 확대되고 발전해 나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야 될 길이 멀다는 것과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류의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은 거의 처녀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재단으로서는 이제 첫발을 내디디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을 육성하는 일이라 하겠다. 그동안 활약했던 원로급 학자들을 이어갈 전문가들의 부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과 병행하여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유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다가오는 미래에 보다 긴밀한 관계 발전을 위하여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육성하는 일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하겠다.
둘째는 한국어의 보급 확대이다. 지원대상처를 발굴하고 프로그램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때 이들은 현지에서 다방면에 걸친 한국 관련 활동의 첨병이 될 것이다.
셋째로 한국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의 커뮤니티가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내부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자생적인 활동 강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병행하여 노력해야 할 것은 한국을 넓게 그리고 깊게 소개시키는 일들이라 하겠다.
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러시아에서 한국은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활동들과 관련해서는 많은 분들의 조언과 현장에서의 학습을 통하여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모스크바 사무소장 부임에 대해 자격이 부족함을 생각할 때 많은 걱정이 앞서나 한·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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