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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 한국의 타악과 춤"

내가 처음으로 한국의 전통음악과 춤 공연을 접한 것은 1993년 6월 놀이마당에서였다. 당시 서울놀이마당은 여름과 가을에 전통예술을 선보이는 서울 외곽의 야외공연장이었다. 그날 공연한 그룹은 전라북도 이리시(지금의 익산)에서 온 40여 명의 대규모 풍물 및 춤패인 이리농악단이었다. 그 첫 경험의 기억 속에는 북과 징이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리듬과 화려한 의상, 펄럭이는 긴 종이 술이 허공에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상모, 한자와 용 그림으로 장식된 커다란 깃발 등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내가 목격한 것이 농촌의 전통적인 타악 민속음악이며, 농촌 지역에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온 토속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풍물공연(농악이라고도 함)이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꽹과리와 징, 북과 장구가 핵심을 이루는 풍물은 노동, 제례, 모금, 오락활동 등에 수반되어 수세기 동안 한국의 촌락 공동체에 봉사해 왔다. 이런 전통적인 생활풍속은 20세기 초중반에 원래의 환경에서 많은 것들이 변형되거나 아예 다 사라져버리기도 했지만, 풍물은 지난 20년간 한국의 지역사회 단체, 초중등학교 클럽, 대학 동아리 등에서 친목과 레저 활동으로써 일종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또한 한국인들은 물론 외국인들에 의해서 유럽과 북미 전역의 캠퍼스에서도 풍물 연주와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13년간 계속된 나의 한국 타악과 춤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런던대학 박사 과정생이었던 1995~1996년에 이리농악의 지도자인 원로 예능보유자이자 설장구춤의 대가 김형순 선생에게 풍물을 배우기 위해 전라북도로 갔다. 곧이어 비전문 공연단도 포함시켜 연구 시각을 확대할 생각으로 대학 그룹의 젊은 지도자이자 뛰어난 꽹과리 연주자였던 이상백 선생을 두 번째 스승으로 모셨다. 나는 이 두 스승을 오가며 일주일에 5일씩, 때로는 하루에 5시간씩 타악기 연주와 춤을 배웠다. 주말에는 종종 지역의 풍물 경연대회와 축제 등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풍물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풍물에 대한 매료와 사랑은 현지조사 기간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스승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풍물을 연주하고 풍물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글을 썼다.
시카고대학 출판부에서 2006년에 출간된 <풍물 : 한국의 타악과 춤(P’ungmul : South Korean Drumming and Dance)> 에서 나는 이러한 경험을 스승인 김형순 선생, 이상백 선생의 생각과 희망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매우 개인적이고 감동적인 문화간 교류의 직접성(immediacy)을 잡아내고자 이 책에는 번역된 장문의 인터뷰, 책, 정부 보고서 등의 내용이 많이 실려있다. 또한 수많은 풍물 악기와 각종 공연 사진을 비롯하여 타악과 춤 공연 전체를 기록해 놓은 웹사이트 정보도 실려있다. 최근 나의 연구들은 풍물과 다소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한국의 전통 음악과 춤에 대해 느꼈던 최초이자 오래도록 지속될 인상은 꽹과리, 징, 장구, 북의 흥겨운 소리로 항상 남아 있을 것이다.

◎ 도서명 : P’ungmul
◎ 저자: Nathan Hesselink
◎ 출판지원: 한국국제교류재단
◎ 출판: 시카고 대학
◎ 출판언어: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