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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즈음악의 중심 빔하우스에서 펼쳐진 신명의 춤판

지난 1월 11일 한국의 트러스트 무용단네델란드 맥파이뮤직댄스컴퍼니와 함께 빔하우스 무대에 올랐다. 거문고, 태평소, 장고 등 전통악기가 만들어 내는 신명나는 음악에 맞춰 멋진 공연을 선보인 트러스트 무용단의 환상적인 무대와 만났다.



2007년 5월 한국에서 트러스트무용단은 네덜란드 즉흥 춤과 즉흥 음악의 중심이 되고 있는 맥파이뮤직댄스컴퍼니(Magpie Music Dance Company)와 워크숍 및 합동공연을 가졌다.
당시 맥파이 그룹의 대표이자 한국에서 워크숍과 공연을 열었던 케이티 덕(Katie Duck)은 한국의 즉흥 춤과 한국 전통음악의 즉흥성이 지니는 독특함과 그 열정에 감동했다. 그는 자신의 동료는 물론 네덜란드의 많은 춤꾼과 음악가들에게 우리의 춤과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했다. 국내 일정이 하나 둘 마무리되어가던 즈음 케이티는 우리를 네덜란드로 초청해야겠다고 말했다.
메일과 팩스, 그리고 전화통화로 반년에 걸쳐 준비를 철저히 해온 끝에 드디어 2008년 1월 11일부터 18일까지 초청공연 일정이 잡혔다. 트러스트의 참가자는 10명으로 추려졌다. 음악연주자 3인과 춤꾼 7인은 출국 전까지 네덜란드의 일정을 소화해내기 위한 훈련을 매일 진행하며 모든 부분을 그곳의 ‘흥’에 ‘즉’할 준비를 마쳤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기는 그들의 정성과 배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직접 호텔을 오가면서 예약은 물론 불편함이 없도록 여러 가지 사항을 처리해놓았다. 우리가 공연할 장소인 빔하우스(Bimhuis)에서의 보다 편안한 공연을 위해 각종 서류와 복잡한 절차를 마다 않고 성사시킨 것이었다.
네덜란드 음악의 중심지라 할 ‘빔하우스’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예술의 전당’ 음악당처럼 음악공연만 할 뿐 춤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즉흥 춤이 이 무대에 서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12일 공연을 위해 우리는 빔하우스를 찾아갔다. 빔하우스의 규모는 국내 오페라하우스와 동일하나 아주 현대적인 건축물이었다. 건물 안을 들어서며 눈에 들어온 것은 쟁쟁한 재즈뮤지션의 공연과 각국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의 포스터였다.
우리가 공연을 하는 극장은 중극장 규모의 홀로서 음악공연을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관객과 춤꾼이 호흡하기 좋은, 반원에 가까운 무대였다. 암스테르담의 야경을 뒤로하고 2시간 가까이 펼쳐진 맥파이와 트러스트의 공연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과 어우러지기에 충분한 모든 환경을 갖추었다. 이곳에서의 공연은 실로 즉흥 음악과 즉흥 춤의 큰 도전이 펼쳐진 자리였다.
첫 공연은 트러스트의 오프닝 무대였다. 우리는 20여 분에 걸쳐 관객과 연주자, 그리고 춤꾼의 신명을 이끌어냈다. 큰 박수와 함께 시작된 두 번째 무대는 이곳 맥파이 그룹 연주자들의 연주 속에 맥파이 3인과 트러스트 3인의 춤이 오묘한 조화 속에 진행되었다. 얼굴과 몸이 다르고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현장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흥분과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으리라.
15분의 휴식 이후 세 번째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제 춤꾼과 연주자 모두 무대에 오르는, 그야말로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무대가 남은 것이다. 먼저 무대에 오른 거문고 연주자와 드러머는 즉석에서 즉흥 합주를 시작했다. 우리와 3년 정도 함께 즉흥 연주를 맡아주었던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와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그 명성이 알려진 드러머 한(Han), 이 두 사람의 즉흥 연주는 처음 접하는 우리 모두가 정말 감탄과 찬사를 쏟기에 충분했다.



혼돈과 질서를 누가 구분할 수 있을까? 이곳은 혼돈도 질서도 계산될 필요 없는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선택되어진 그런 공간이었다. 생명력의 충만함과 자기로부터의 해방이 일어나고 있는 그곳에서의 세 번째 무대는 공연장의 모든 관객과 스태프들, 그리고 참여하는 춤꾼과 연주자를 하나로 묶어 소통하게 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만나는 관객과의 시간, 우리의 얼굴을 보려는 사람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로비를 꽉 채우고 있었다.
“Fantastic!!”
과한 칭찬은 왠지 부담스럽다. 하지만 공연을 충분히 즐기고 참여한 그들이 쏟아내는 찬사, 그것은 한국에서의 공연과 달리 가슴 한쪽에 뿌듯함으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를 머리 숙여 감사하게 만든다.
이튿날 진행된 ‘원더랜드(Wonderland)’ 프로젝트는 맥파이 그룹이 진행하는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즉흥 춤 프로그램이였다. 트러스트 또한 몇 해째 어린이와 장애우, 그리고 일반인과 함께하는 즉흥 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그들의 춤에 대한 생각과 진행하는 사업의 많은 부분이 우리와 비슷하다.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즉흥 춤 단체인 맥파이와 트러스트가 닮은꼴로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덜란드에 머무는 동안 맥파이의 프로그램에 참여, 협력하며 서로가 많은 부분을 나누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도 트러스트와 맥파이 멤버들은 남은 일정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14일에는 이 나라의 춤꾼과 배우들을 위한 한국의 전통 탈춤에 대한 워크숍을 열었다. 스튜디오7(studio 7)에서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워크숍에서 한국 춤의 기본원리와 그로 인한 신명, 그리고 그 신명으로 추어지는 즉흥 춤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즉흥은 우리가 아는 것을 뛰어넘게 하는 위력이 숨어 있다. 그것은 ‘예감’이라는 감각기관의 운용을 통해서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들은 우리 춤을 배우고 우리 춤으로부터 비롯된 신명의 즉흥 춤을 경험하는 내내 그들의 열린 감각을 통해 한국의 들판을 경험했을 것이고, 하늘에 울려퍼지는 태평소 소리와 땅을 구르는 장구 장단에 그들은 지구 반대편의 그곳에서 우리와 춤추며 그렇게 함께 살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