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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만나는 한국문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 배움터, 영국 런던 SOAS 한국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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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만나는 한국문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 배움터, 영국 런던 SOAS 한국학센터
위키미디어 커먼스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이나 각종 SNS에서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이제는 제법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저 외국인으로서 갖는 가벼운 호기심인지 한국이란 나라를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진지한 노력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이런 외국인들이 보다 체계적, 전문적으로 한국의 언어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영국 런던에 있는데요. 바로 런던의 중심부 러셀 스퀘어, 영국 박물관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런던대 산하의 칼리지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입니다. 영국 내 한국학 중심 기관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연구에 특화된 대학입니다. 1940년대에 영국 최초로 한국어 강의를 시작했으며, 1980년대 이후로는 줄곧 유럽의 한국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보통 북미에서는 교포 등 이민자의 자녀 세대에서 한국학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곳은 한국계나 아시아 출신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대중 음악(K-Pop)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에 관심이 생겨 한국학을 전공하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며, 언어뿐만 아니라 문학과 역사, 정치, 사회까지 배웁니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정부가 선정하는 ‘해외 한국학 중핵대학’으로 선정되어 꾸준히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한 이곳의 최대 강점은 커리큘럼입니다. SOAS 한국학센터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운 뒤 한국의 대학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본격적인 한국학 전공을 위해 필요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2016년 작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을 때 이 작품의 번역자로 함께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도 이곳에서 한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 덕분에 한국문학 번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적이 있습니다. 번역된 영어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한국문학 작품에 담긴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처럼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 전쟁 당시 민간인들이 겪은 피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관련된 인물을 초청해 증언을 듣는 등 한국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조명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고통까지 규명하려는 모습은 한국인으로서 놀랍고 숙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류와 한국어에서 출발한 관심이 한국에 대한 학문적 연구로 이어진다면, 이보다 더 나은 한국 이해와 인식의 기회가 또 있을까요?


글 김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