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닮은꼴 음식:
무더위를 얼려버리는 시원한 여름 디저트
흔히 ‘올해는 작년만큼 덥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하다가도 부지불식간에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 하루도 견딜 수 없는 강력한 무더위가 찾아옵니다. 이럴 때는 입안 가득 ‘맛있는 얼음’을 채워 잠시라도 더위를 잊어야 합니다. 고전적인 메뉴부터 새로운 퓨전 스타일까지 그야말로 기호에 따라 변신하는 얼음 디저트, 빙수의 시즌이 찾아온 것이죠.
뭐니 뭐니 해도 우유와 잘 삶은 팥, 얼음 알갱이만 넣어 기본에 충실한 팥빙수가 제 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눈송이처럼 곱고 잘게 간 얼음에 망고, 멜론, 수박 등의 과일과 가지각색의 떡, 젤리, 쿠키 등의 다양한 토핑이 들어간 빙수가 인기입니다. 메뉴가 다양해진만큼 빙수의 가격도 천차만별로 늘어나 가벼운 후식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약 1,000년 전 헤이안 시대 때부터 유래했다는 빙수인 카키고리가 유명합니다. 보통 작은 그릇에 얼음을 갈아 넣고 그 위에 과일 시럽을 뿌려 먹습니다. 얼음에 시럽이 스며들며 빙수의 윗부분부터 상큼한 맛이 묻어나는데, 각종 재료를 섞어 먹는 한국 팥빙수에 비해 깔끔하고 심플한 매력이 있습니다.
과일, 설탕, 와인 등을 섞어 만든 이탈리아식 얼음 과자, 그라니따는 얼리는 동안 생긴 결정체의 모습이 마치 화강암 (granite) 속에 빛나는 결정체 같다고 해서 독특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셔벗보다는 입자가 굵은 편이고, 식감도 덜 부드럽습니다.
‘섞다’라는 뜻의 필리핀 여름 디저트 할로할로는 과일과 콩소, 볶은 쌀 등을 바닥에 깐 다음, 얼음, 설탕을 넣고 아이스크림, 젤리 등을 토핑으로 올려 먹는 음식입니다.
남미 브라질에서는 건강한 디저트, 아사이볼이 큰 인기를 끕니다. 아마존의 열대 우림 지역에서 나는 산딸기류의 열매인 아사이를 잘게 갈아 셔벗처럼 만들고 견과류, 바나나, 연유 등을 곁들여 먹습니다. 아사이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어 브라질의 전통 디저트로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사이볼은 브라질과 아마존을 대표하는 디저트입니다.
무덥고 습한 여름 날씨 그 자체를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그나마 빙수 같은 디저트가 있어 순간이나마 더운 여름을 상쾌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