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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국가의 과일 왕족 두리안 VS 망고스틴

테이스티 아세안

아세안국가의 과일 왕족
두리안 VS 망고스틴

글 _ 박민우(<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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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틴을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두툼한 껍질의 배를 갈랐더니 마늘을 닮은 하얀 과육이 뽀얗게 드러났다. 절제된 달콤함과 부드러움은 인간 세계의 과일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망고스틴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즐겨 먹었기에 과일의 여왕이라 불린다. 그렇다면 과일의 왕은 무엇일까. 바로 두리안이다. 망고스틴이 천국의 향기라면, 두리안을 처음 먹었을 땐 호흡 곤란이 올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왜 호텔에서 두리안을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지, 엄청난 벌금을 물게 하는지 이해가 되는 향이었다. 그런데 왜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걸까. 지금 나는 없어서 못 먹는다. 비싼 가격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나에게도 두리안은 과일의 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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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의 원산지는 말레이반도다. 말레이어로 ‘두리’는 가시를 뜻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두리안이 악취로 느껴지는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다. 자주 접하면 악취는 냄새로, 더 자주 접하면 향기로 격상된다. 향이 덜 거슬릴 때, 비로소 두리안은 맛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마트나 백화점에선 두리안의 과육만 따로 팔지만, 시장에선 가시가 가득한 껍질 채 판다. 팔 때는 껍질을 포함한 가격이고, 눈앞에서 손질해 주면 과육은 총 무게의 절반도 안 된다. 그래서 더 비싸게 느껴지기도 과일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먹으려면 2만 원은 우습게 든다. 동남아시아 물가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호사스러운 과일이다.
사악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두리안 가게는 손님으로 북적인다. 망고스틴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태국에서 제철에 사면 kg당 30밧(약 1,2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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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과일 모두 5월부터 7월까지 제철이다. 재밌는 건 두리안과 망고스틴의 궁합이다. 두리안은 열이 많아서, 한꺼번에 많이 먹거나 술과 함께 먹는 건 절대 금물이다. 실제로 태국 지인의 이웃이 두리안 세 개를 먹고, 그날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망고스틴은 열을 내리는 과일이다. 두리안으로 달아오른 몸은, 망고스틴을 먹음으로써 다스릴 수 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욕심도 많지. 몸의 안녕을 핑계로 세상 최고의 과일을 연달아 먹는다. 두리안과 망고스틴 맛에 눈을 뜨게 되면, 그때부터 진짜 천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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