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르
아세안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
아세안의 귀신들
글. 아세안 랩 김시은 대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한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이 돌아가면서 토착귀신 ‘뽀쫑’ 분장을 하고 마을 입구를 지킨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이는 뽀쫑 귀신이 지키고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마을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뽀쫑은 미라와 흡사한 모습이다. 뽀쫑을 묶는데 사용한 끈은 매장하기 전에 풀어야 하는데 이를 풀지 않으면 영혼이 시신을 떠나지 못해 한밤중에 끈을 풀어달라고 돌아다닌다는 괴담도 있다. 뽀쫑을 비롯하여 임신 중 사망한 귀신 ‘꾼띨아낙’, 아이를 납치하는 할머니 귀신 ‘웨웨곰벨’등이 있다.
꾼띨아낙은 한국의 처녀귀신과 모습이 흡사하며,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 마을 사람으로부터 죽음을 당한 설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원한으로 임신한 여성에 대한 질투심, 아이에 대한 집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꾼띨아낙을 퇴치하기 위해 날카로운 물건을 몸에 지녔고, 이는 산모와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의미와 미신을 함께 담고 있기도 하다.
태국의 경우 불교 도입 이전부터 민간 신앙이 널리 퍼져 있어서 불교에도 민간 신앙이 깊게 스며들어있다. 따라서 태국에도 다양한 존재의 귀신이 있으며, 태국 역시 귀신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가 다양하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메콩호텔>에 등장하는 ‘폽’ 귀신은 태국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믿고 있는 귀신 중 하나이다. 폽은 사람의 내장을 파먹으면서 살아가는 귀신이라 피가 그득해 보이기는 섬뜩하다. 특히 메콩강 주변에서 자주 출몰한다고 하는 폽 귀신은 그 존재가 일상적이고 또 실제로 믿고 있다고 한다.
태국 설화로 알려진 ‘낭낙’ 귀신은 남편이 전쟁에 나간 탓에 홀로 아이를 낳다 죽게 되고 귀신으로 남편을 기다린다. 방콕 프라카농 지역에 낭낙을 기리는 사원이 존재하기도 한다. 한국-태국 합작영화로 지난 해 개봉한 <랑종>의 감독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2014년 제작한 영화 <피막>은 이 낭낙 귀신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태국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도 알려져 있다.이외에도 바나나 나무에 사는 ‘낭따니’, 한국의 도깨비와 같은 형태로 키를 양팔에 끼고 절구 방망이를 빗자루처럼 끼우고 날아다니는 ‘끄라항’, ‘끄라항’의 짝꿍 귀신으로 알려진 반딧불이 귀신 ‘끄라쓰’등 귀신을 진지하게 믿고 있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귀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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