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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 전략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의 장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2월 15일 서울신라호텔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 번역총서시리즈의 첫 번째 서적 『신공공외교: 국제관계와 소프트 파워』의 편저자 얀 멜리센(Jan Melissen) 교수를 초청하여 ‘미들 파워 국가들의 공공외교 전략: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주제로 제11차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 겸 서적 출간기념회를 개최했다. 공공외교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얀 멜리센 교수의 강연을 통해 우리나라의 소프트 파워와 국격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이 행사는 김명자 의원, 박선영 의원, 이상우 신 아세아연구소 소장, 이정희 한국정치 학회 회장 등 정·재계 및 학계 인사 100여 명이 두루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제11차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은 여느 때와 다르게 출판
기념회를 겸하는 형식으로 개최되었다. 제1차 한국국제교류재단 번역총서시리즈로 출간된 얀 멜리센 교수 편저 『신공공외교: 국제관계와 소프트 파워』 서적의 출간기념회와 편저자인 얀 멜리센 교수의 강연회를 같이 개최하게 된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임성준 이사장과 감수자인 연세대학교 김기정 교수의 축사로 시작된 출간기념회는 동 서적의 편저자이자 이번 포럼의 강연자인 얀 멜리센 교수가 영문판책을 들고 연단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얀 멜리센 교수는 영문판과 표지디자인은 비슷하지만 한글판의 색감과 크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서적의 출간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동서적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국인 네덜란드와 유럽의 공공외교 전략에 대해 설명하며, 미들 파워 국가들의 공공외교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글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번역총서시리즈와 함께 이번에 출간된 얀 멜리센 편저 『신공공외교: 국제관계와 소프트 파워』에 대해 소개하고, 21세기 공공외교의 특징, 한국의 공공외교가 지향해야 할 길, 그리고 공공외교 수행시에 주의해야 할 점에 관해 다루었던 강연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번역총서시리즈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991년 설립된 이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외교 전문기관으로서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재단은 해외의 한국학 연구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과 더불어 다양한 인적 교류 및 문화 교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의 활동에 더하여 이제 우리재단은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주요 현안을 국내에 알리는데 힘쓰고자 새로이 공공외교 관련 서적의 번역본을 출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1세기 공공외교의 주체는 더 이상 정부나 특정 기관, 특정 사람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해당한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핵심인 전통적 ‘하드 파워’보다는 비군사적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소프트 파워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동시에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엄선된 공공외교 관련 서적을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우리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정책 결정자들은 물론, 공공외교의 주체인 국민들의 이해 증진에 보탬이 되고자 번역총서시리즈 사업을 시작했다.

『신공공외교: 국제관계와 소프트 파워』
한국국제교류재단 번역총서시리즈의 첫 번째 서적으로 얀멜리센 편저의 『신공공외교: 국제관계와 소프트 파워』가 출간되었다. 이 서적은 공공외교의 개념과 범위 그리고 다양한 국가의 전략을 압축적으로 제시해 다양한 독자층이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특히 강대국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술하는 다른 서적과는 달리 다양한 국가의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중진국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공공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잘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11명의 저자가 쓴 공공외교에 관한 글을 크게 세 맥락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1부에서는 얀 멜리센이 신공공외교에 대해 총괄적으로 소개하고 브라이언 호킹의 공공외교에 대해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등 전반적인 개념을 정립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5명의 저자가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중국, 체제 전환 국가들, 유럽연합 등 전 세계 공공외교의 다양한 사례를 다루었다. 마지막 3부에서는 4명의 저자가 공공외교의 잠재력에 관해 논의한 내용을 다루었다. 신시아 슈나이더는 미국의 문화외교에 관해, 월리 올린스는 국가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션 리오던은 협력외교 패러다임으로서 공공외교를 분석하며, 존 헤머리는 공공외교 훈련 방식의 변화와 바람직한 공공외교에 관해 논의했다.
이 서적을 통해 독자들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가의 외교정책 결정자로서, 공공외교 수행기관의 당사자로서, 그리고 민간 외교관으로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국격을 높이기 위해서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될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제시한 공공외교의 효용성과 타국 공공외교의 사례 및 전략을 객관적으로 점검함으로써 우리에게 맞는 정책과 방향성을 수립하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얀 멜리센 교수는 제11차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에서 21세기 공공외교의 특징, 한국의 공공외교가 지향해야 할길, 그리고 공공외교 수행시에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의 주요 요지는 다음과 같다.



21세기 공공외교의 특징
공공외교는 전통적 외교와 비교해볼 때 그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 외교를 전문 외교관이 군사력, 경제력 등을 활용하여 상대국 정부기관의 대표들을 직접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일련의 협상 절차로 설명할 수 있다면, 공공외교는 전문 외교관 외에도 NGO 및 시민 개개인이 타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화, 즉 매력으로 통칭되는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여 상대를 동화시켜 간접적으로 의견을 관철하려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공공외교는 동료 외교관들 간이나 정부 간의 접촉이 아니라 외국 시민사회와의 접촉이라는 새로운 외교 방식이다. 직접적으로 힘을 행사하는 방식이 아닌 보다 미묘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국의 입장과 문화 그리고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좀 더 새롭게 표현하면 공공외교란 외교의 ‘사회화’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외교는 안으로는 국내 사회의 영역, 밖으로는 다른 국가의 시민사회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외교는 더 이상 시민사회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각국의 외교관을 비롯한 외교 부처들은 외교가 이제는 비단 외교부만의 업무가 아니라 시민들의 업무이기도 하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소프트 파워를 이용한 공공외교가 수행되어왔다. 프랑스의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연방공화국은 독일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일본 역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문화 외교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21세기의 공공외교는 과거의 공공외교 방식에서 한걸음 더 발전했다. 과거의 외교관계가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취했다면 오늘날은 발화와 청취라는 상호성의 요소가 중시되고, 보다 쌍방향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해외 국민만을 대상으로 했던 과거 공공외교의 개념에서 진화해 현재에는 국내 여론 설득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공공외교의 중요한 개념인 국가 정체성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국내 시민의 지지와 합력이 전제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외교가 지향해야 할 길
한마디로 공공외교는 그 나라의 소프트 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타국의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프트 파워는 그 나라의 매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볼 때, 한국은 이 분야에서 매우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제사회의 미들 파워 국가로서 한국은 우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강한 미들 파워 국가지만 강대국은 아니며, 동아시아 강대국들 사이의 균형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지역 정세의 설계자도 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강대국들에 비해 매우 흥미로운 자원을 갖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사건 이후 매력적인 강대국임을 세계에 설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겪고 있으며,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지정학적·국제적 야망을 가리는 덮개일 뿐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고, 일본은 과거사의 부담을 지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가진 과거에 대한 책임 문제가 없다. 게다가 한국은 경제적 기적을 이뤄낸 국가라는 자산도 있다. 또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북한 문제도 달리 생각해보면 남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으며,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창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 타국의 문화에 개방적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매력적인 소프트 파워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바람직한 공공외교 전략은 먼저 이러한 문화 자산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한국은 다른 미들 파워 국가들의 공공외교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의 성공 사례로는 캐나다, 스페인, 노르웨이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캐나다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강대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정체성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민간 안보, ICC 창설, 지뢰 금지 조약 등의 주요 국제문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 한국은 캐나다와 같이 지역적·국제적 사안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민주화로 이행하는 데에 성공한 스페인, 인도주의 강대국이 된 노르웨이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서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국가 브랜딩 전략도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살펴보며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국가 브랜딩은 국가 이미지를 관리하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지만, 브랜딩 작업에만 치중하다 보면 국가의 공공외교가 일방적인 신호 전달 방식에 머무르고 말지도 모르기때문이다. 공공외교는 자기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투사하는 단순한 브랜딩 작업 이상의 쌍방향적 소통 방식이라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공외교 수행 시에 주의해야 할 점
공공외교는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분야이며,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공공외교 수행의 난점을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외교 방식인 공공외교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공공외교는 정부 부처의 통제권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공공외교의 주체를 시민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둘째, 전통적인 업무 관행을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공외교는 외교부의 정보 부서에서 실행되며 이 부서들은 공공외교 업무를 위해 전단, 소책자, DVD 등과 같은 정보를 배포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정보 수단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만큼 새로운 수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는 사람들이 외국의 관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다른 나라 외교 관료의 메시지에 관심을 갖지 않으며, 심지어 단지 다른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의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외국인들에게 접근할 보다 현명하고 간접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 국가의 비정부기구와 협력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통제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대외에 투사되는 이미지는 바로 자국의 시민사회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정부는 주도적으로 자국의 대외 이미지를 통제할 수 없다. 공공외교와 전통적 프로파간다와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정부는 다른 사회의 자국에 대한 인식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외국의 시민사회와도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 5년, 10년 또는 20년을 종사했더라도 공공외교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바른 공공외교 전략을 세워 상기 언급한 사항을 주의하면서 공공외교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