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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

학교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맥그로 힐(McGraw Hill) 시계탑에서 흘러 나오는 종소리 연주가 정겹게 들릴 때가 있다.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한국 전통 민요곡인 ‘아리랑’이 울릴 때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지곤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타카(Ithaca) 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시계탑에서 ‘아리랑’의 선율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때면 가족 그리고 조국이 그리워지곤 한다. 특히, 이번 학기에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경험한 일들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나는 지난 여름 3개월의 방학 기간에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한국과 세계의 문화 교류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정부 차원의 외교활동을 넘어 민간 차원의 다양한 인적·문화적 교류 활동에 앞장서온 재단에서도 특히 나는 주로 해외 지도자, 차세대 인사들을 초청하고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 및 ‘한국 브랜드’ 가치 제고를 도모하는 인사교류부에서 근무했다. 근무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내게 주어진 두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일이다.

내가 맡았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남태평양에 위치하는 조그만 섬, 피지에서 마호가니 산림을 총괄하고 계시는 아이사케 사로(Aisake Saro) 씨를 초청해 일주일 동안 수행하는 것이었다. 미개발 상태의 마호가니 산림을 개발하는 데에 한국 정부로부터 국가적 차원의 원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오신 마호가니 신탁사무국장님을 수행하는 일이 예상만큼 쉽지는 않았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 방문, 목재관련 기업 시찰, 신문사 인터뷰, 서울대 특강등을 구상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일을 비롯해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는 일, 그 밖에 무더위 속에서도 인사교류부의 일원으로서 한국의 좋은 국가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접하는 모든 일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도전이었으며, 내가 꿈꾸던 일에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피지 마호가니 사무국장님이 일주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나기 전에 나에게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피지인의 눈으로 보고 느낀 한국은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모든 분야를 통틀어서 위대한 국가다. 한국과 피지의 향후 경제 협력 및 문화 교류가 더욱 진전되도록 노력하겠다.”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마치며 나는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세계’의 중요성을 느꼈으며 한 개인의 노력이 국가 차원의 인적·문화적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인턴 마지막 주에 맡았던 두 번째 프로젝트 또한 가슴속에 힘찬 물결로 남아 지금도 ‘아리랑’이 연주될 때면 나를 건국 60주년 기념식장의 기억 속으로 끌어가곤 한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에 일임했던 미국 초청 인사 수행 프로젝트의 일부를 맡은 나는 처음엔 많은 부담감을 느꼈다. 한국 건국에 큰 역할을 하셨던 분들을 직접 모시고 수행한다는 감격과 기쁨 때문인지 긴장되기도 하고 약간은 흥분이 되기도 했다.
내가 맡았던 분들은 한국전쟁의 포화로 얼룩졌던 1950년 흥남 철수 작전 당시 ‘메레디스 빅토리호의 기적’을 일군 주인공인 라루 선장의 조카와 그 따님이었다. 중공군을 피해 부두로 몰려오는 14,000명의 피란민을 구했던라루 선장의 가족들을 수행하면서 나는 한국이 우리나라 국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건국되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국이 잊지 않고 불러줘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하시며 서울투어 내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하고 서툴지만 한국어를 배우려고 애쓰신 바버라앨런 라루 여사를 수행하는 나 자신이 영광스러웠고 기뻤다. 그분들이 방한한 동안 내가한 일이라곤 그분들의 말동무가 되어 한국에 대해 최대한 많이 소개해드리려고 노력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분들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 2시부터 공항에 나가야 했던 일, 그분들을 배웅하며 공항에서 나눈 따뜻한 대화 등 모두가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고 학교가 아닌 사회 속에서 직접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육의 기회였다.
내가 다니고 있는 코넬(Cornell) 대학교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관에는 ‘아시아관’이 있다. 그곳에는 아시아 각국에 대한 소개 자료 및 연구 자료, 심지어 유물까지도 전시되어 있는데 유독 한국 관련 자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것을 느낄 때마다 아쉬움과 함께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겪었던 인턴 체험을 떠올린다. 피지 마호가니 신탁 사무국장과 바버라 앨런 라루 여사를 수행하면서 배웠던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리고 ‘한국 브랜드’ 가치 제고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 정치외교학과 학도로서 한국의 세계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해외 유명 인사를 수행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정치외교 분야에서 훌륭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