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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를 경험하며 존재의 지평 넓혀

교사들이 해외연수를 자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과중한 본래 업무 외에 또 다른 과제가 부여되는 연수를 말이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에서 온 교사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이렇게 자문해 보았다.

세계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위하여

참가자들은 대도시나 농촌지역학교, 공·사립교육기관 등 다양한 학교에서 온 초·중·고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교육경력도 3년에서 35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경쟁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왜 한국에 오고 싶어했을까? 이들과 대화해 보고 나니,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은 자신의 학생들에게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 주고 싶어하는 열성적인 교사들이었다. 훌륭한 교사들이 다 그렇듯이, 이들은 스스로 세계를 배우고 경험하려는 학습자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살려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참가자 모두는 이같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행사에 임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한국학 워크숍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고려대 국제대학원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역사, 예술, 문화 및 일상생활을 조망할 수 있도록 현장답사와 문화체험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었다.

한국에 대해 솔직한 대화 나눠

오전 세미나는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렸는데, 한국의 경제, 역사, 언어, 사회, 정치, 예술사, 교육, 가족제도, 문학, 종교, 전통관습, 음악, 지리, 건축, 문화 등에 대한 강의와 실연, 슬라이드 상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그 날의 강의 주제와 관련된 현장답사가 이어졌다. 예를 들어 건축에 대한 강의가 있던 날은 오후에 창덕궁 견학이 이루어졌다.

비록 워크숍 기간 중에 ‘시험’은 없었지만, 참가자들은 강의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었고, 쉬는 시간에는 이렇게 습득한 내용을 귀국 후에 어떻게 수업계획에 반영시켜서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 토론하곤 했다. 각 세미나 시간에 주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솔직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으며 한국사회의 여러 측면에 대한 참신한 관점을 보여 주었다. 그 때 나온 질문들을 보면 참가자들이 사전에 주어진 자료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재단이 미리 제공한 한국사 개관자료는 매우 유익하였고 한국 도착 후에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어떤 참가자들은 새로운 정보에 맞춰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또 다른 참가자들은 셋째 주 답사기간 동안 방문한 유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사 연대표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의 모습

누군가 여행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강화시켜줄 뿐이라고 했었다. 어떤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그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나, 고궁, 탑과 같은 그 나라의 과거나 ‘이국적인’ 것만을 담은 사진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워크숍 기획자들은 우리가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우리가 서울을 떠나 처음 방문한 답사지는 수원의 삼성전자였는데, 현대 한국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시찰이었으며, 한국의 과거 뿐 아니라 현대적인 모습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4,700만 한국인 중에 3,500만 명이 핸드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음식은 어떤 문화에서나 중요한 부분이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지 않는 것은 중요한 경험을 스스로 놓치는 것과 같다. 음식, 그릇, 식사 예절은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창이다. 워크숍 기간 동안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것은 불고기나 김치 정도가 아니었다!

답사는 계속 이어져서 불교 사찰인 해인사를 방문했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역사적인 건축물을 보고, 불교와 한국의 역사, 그리고 놀라운 팔만대장경에 대해 알게 되었다. 팔만대장경은 목판에 새겨진 불교 경전으로 수 백년 동안 보존되어 왔다. 또한 한국 중부지방의 아름다운 산을 감상할 수 있었으며, 북적거리는 서울과 주변지역의 2,000만 인구와 함께 아름다운 농촌 지역도 볼 수 있었다.

유서깊은 역사유적지를 둘러보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성덕대왕신종을 둘러보고 있는 워크숍 참가자들해인사를 떠나 우리는 한국 남동부 지역의 경주를 방문했다. 이곳 신라 왕조의 수도에서 우리는 천년도 넘은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태풍 때문에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방문한 양동 민속마을도 매우 흥미로웠다. 집과 공공 건물들을 수 백년전의 모습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벽과 안마당이 있는 전통적인 집들이 유지되어 있었으며, 그 곳 사람들은 방문객들이 과거를 들여다보도록 초대하고 있었다. 미국의 찰스턴이나 다른 역사적인 도시들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들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전통과 현대적인 삶의 균형을 엿볼 수 있었다.

자유시간에는 물론 쇼핑도 했고 비무장지대와 전쟁기념관, 도예촌, 자수박물관, 미술관 및 국립극장도 방문했다. 어떤 참가자들은 야구경기장을 찾았고, 어떤 사람들은 한국 축구팀의 선수들을 만나기도 했다.

한국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화 속의 문화라고 하겠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고려대학교는 한국 문화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변화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예술, 세계사, 동아시아학, 아시아언어를 가르치는 참가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우리가 더 많은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할수록, 우리 존재의 지평은 더욱 확대된다. 이번 여름 한국학 워크숍은 우리 모두로 하여금 존재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