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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순회 한국학 워크숍을 다녀와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학 및 한국 관련 연구와 교육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의 한국학은 한국학의 장래성에 대한 불안과 한국학 연구 및 교육에 대한 장기적 목표,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결여 등에 의해 많은 문제점에 봉착해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호주의 KAREC (Korea­Australasia Research Centre)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제1회 KAREC 한국학 워크숍」을 개최했고, 우리 재단에서는 한국연구지원팀의 박경철 팀장과 필자가 참석해 재단 사업을 소개하고 현지의 한국학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KAREC은 한국어학술진흥재단과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지원하에 한국학 및 한국과 대양주·동남아시아 지역 관계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립되었다.

워크숍은 6월 27일부터 7월 5일까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2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되었다. 서중석 교수(KAREC 소장), 윤희원 교수(서울대 국어교육학과) 등 한국인 학자 및 한국학 관계자 8명이 각국을 순회방문해 워크숍을 이끌어갔으며, 각 국가별로 3∼4명의 한국학 학자들이 현지의 한국학 현황과 전망, 발전 전략 등에 관한 발표를 하였다. 이들은 한국어, 정치, 경제, 문학 등의 분야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을 제시하고, 각 주제들에 대해 각국의 참석자들과 토론을 했다. 한국 연구가 시작단계인 이들 지역에서 한국과 세계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구주제들을 제시하고 토론한 것은 각 지역 학자들과 학생들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베트남

동남아 한국학 워크숍이 개최된 베트남 국립 호치민 대학첫 번째 워크숍의 개최지는 베트남의 국립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이었으며, 동 대학 학생들과 베트남 각 지역의 한국학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 베트남에는 현재 4개 대학에 한국학과가, 1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한국학 및 한국어과에 대한 인기는 높은 편이나, 한국어과들이 1994년 이후에 설립되어 한국학 및 한국어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베트남인 한국어 및 한국학 전공 교수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베트남어로 제작된 한국어 교과서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태국

태국에서는 부라파대학에서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국학 관련 학자들의 높은 관심도였다. 이틀 동안 진행되는 워크숍에 한국어나 한국학과 관련 강좌를 개설한 대학 전부가 참가한 것에서 이런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태국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증가하기 시작했다. 시작 단계의 학문분야에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공 교수의 부족인데, 태국 지역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한국어과를 설립한 2개 대학 이외에도 여러 대학이 한국어과를 설립하고자 하나, 현재는 기존 대학들조차 자격을 갖춘 교수들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부라파대학도 채용된 교수는 3명이지만, 2명은 현재 한국에서 학위 공부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태국인 교수는 1명뿐이다.

말레이시아

3개국 순회 워크숍의 마지막 기착지는 말레이시아였다. 워크숍이 열린 말라야대학은 말레이시아에서 한국학과가 개설된 유일한 대학이다. 말레이시아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일본과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아 배우자는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이 계기가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대학들이 한국어를 개설하기 시작한 것도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그러나 말라야대학의 한국학과를 제외하면, 다른 대학들은 모두 한국어를 교양과정으로만 개설하고 있는 까닭에 한국어 전공학자들을 키우는데는 성공하지 못하여 말레이시아 대학 내에는 여전히 자국인 한국어 교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학의 기반이 취약한 동남아 지역에서 이번 한국학 워크숍은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각국의 한국관련 전공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학이 처한 문제점과 이의 개선책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또한 동남아시아 학자들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각 분야의 현황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