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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넘나든 반세기의 예술 기행, 그 화려한 흔적

동서양을 넘나든 반세기 동안의 예술 기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개최되었다. 2009 서울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5월 22일부터 30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전시실에서 개최된 «스트라빈스키에서 진은숙까지-최정호 교수의 세계 공연예술 현장기행»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음악사를 재조명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이번 특별 전시회는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가 유럽으로 건너가 공연예술 기행을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70대 중반을 맞이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쳐 동서양을 넘나들며 수집한 1,500여 점의 방대한 소장 자료 가운데 엄선한 일부 자료를 공개하는 특별한 자리였다. 해외 예술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공연의 팸플릿, 포스터, 프로그램 안내장, 음악가의 친필 사인, 무대 사진 등 희귀한 원본 자료들이 전시되었다. 평생을 언론과 대학의 ‘두에 몬디(두 세계)’에 살고 있는 최정호 교수는 본인의 인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예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나는 화려한 조명의 무대 위가 아니라 어두운 무대 밑의 객석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 대신 ‘구경 복’만은 남달리 타고난 것 같다.”
그의 타고난 ‘구경 복’ 덕분에 평생 해외 예술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공연예술과 예술가들의 자료를 통해 직접 반세기 동안의 공연예술 기행을 다니는 듯한 특별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시 느끼는 그날의 감동
1960년대는 세계 음악사에서 19세기와 20세기를 이어주는 문화의 큰 변동기였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1960년대 베를린과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세대 교체를 보여주는 자료에서부터 작곡가 스트라빈스키(Igor Fedorovich Stravinsky)를 비롯한 오토 클렘페러(Otto Klemperer), 칼 뵘(Karl Böhm),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등 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모습과 공연 팸플릿, 기사 등이 전시되었다. 특히 1964년 9월 22일 베를린예술제를 취재한 당시 한국일보 특파원이었던 최정호 교수의 기사에는 그날 현장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대통령 뤼프케도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독일사회민주당수 브란트도 따라 일어섰다. 그에 이어 1,000여 객석을 메운 청중이 총 기립하여 저 아래 저는발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무대 위에 나타나는 소구의 한 노인을 맞아 박수가 소용돌이 쳤다 –중략– 유럽의 한쪽 끝인 서남단 스페인에서 파리로 와 남유럽적인 예술, 시각의 예술, 미술의 20세기 전반사를 창조한 파블로 피카소에 맞서 유럽의 다른 끝인 동북단 러시아에서 파리로 와 북유럽적인 예술, 청각의 예술, 음악의 20세기 전반사를 창조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여기 지금 눈앞에서 본다.」



다양한 자료를 통한 음악의 재조명
그 외에도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극장의 신축 장면, 펜타곤 형태의 베를린 필하모니 준공 기념 음악회 같은 1960년대를 전후한 유럽 극장들의 모습등 음악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한 방대한 자료들을 전시했다. 특히 영국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오토 클렘페러의 고별 공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열린 칼 뵘 고별 공연의 자료 화면과 프로그램 안내장,포스터 등 유럽 현지에서 접할 수 있는 자료들도 함께 공개했다. 한편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여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재독 작곡가 윤이상 선생과 그 라베마이어 수상자인 진은숙의 자료들까지 전시해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의 음악 여행을 마쳤다. 그의 예술 기행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우리에게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했고, 그 시대 음악 애호가들이 느꼈던 감동이 전해지는 순간,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