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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펼쳐진 춤으로 하나 된 세상!

한국과 케냐의 수교 45주년과 함께 주카메룬 한국대사관의 재개설 및 주콩고민주공화국 한국대사관의 승 격을 기념하여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기획으로 진행된 아프리카 3개국 순회공연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인천시립무용단원들의 춤사위와 함께 75분간 환상적 여행을 경험한 관객들의 입에서는 쉴 새 없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첫 경험의 감동과 충격을 공연장에서 안방까지!
6월11일 18:00 콩고민주공화국
DR콩고의 RTNC 공영방송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첫 공연은 한국대사관직원들의 적극적인 기획으로 메인 시간대에 DR콩고 전국에 생방송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스튜디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했고, 작은 숨소리조차 내쉴 수 없을 듯 오랫동안 정적이 흘렀다. 낯설고 생소한 이방 문화가 주는 경이적인 놀라움을 관객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전문 공연단의 공연은 처음이라 제대로 된 공연장도 없는 현실 속에서 방송국 스튜디오를 극장처럼 준비하여 진행한 공연이었지만 우리 단원들의 혼신을 다한 춤이 관객의 가슴과 눈빛에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고, 이내 그 손을 마주 잡은 관객들의 입에선 “판타스틱!”이란 탄성이 넘쳐났다. “판타스틱!, 판타스틱!, 판타스틱!”
오랫동안 공연장 주변에 남아 공연단을 실은 버스가 떠날 때까지 흥겹게 춤을 추며손을 흔들어 환송하던 그들의 새하얀미소가 정겹게 느껴졌다. 전국 생방송을 통해 우리 공연을 시청한 호텔 직원들은 우리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방송 관계자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일 전국에 재방송할 것이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이번 공연의 성과를 재확인시켜주었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면서 우리는 DR콩고의 킨샤사 공항 도착 순간부터 공연단을 긴장하게 만든 상황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골 버스 터미널을 연상시키는 공항 청사에서 공연단 짐을 서로서로 경쟁하듯 차지하려고 몰려들던 짐꾼들의 모습, 애지중지 가져온 공연물품(악기)들이 파손될까 공연단 짐 사수에 열을 올려야 했던 순간,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생활 환경에 처해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 심한 자동차 공해로 숨이 막힐 듯한 공기, 우리나라의 1960~1970년대가 떠오르는 거리 모습, 그리고 리허설과 공연 때 슈즈에 구멍을 내며 춤 사위의 발목을 잡던 시멘트 무대 바닥…. 어느새 우리 가슴엔 우리의 환경에 대한 ‘감사’라는 단어가 말없이 싹트고 있었다.



정전(停電)도 막아낸 춤의 열정!
6월13일 15:00 케냐
3개국 중 제일 환경이 좋은 케냐는 입국 과정이 수월했고, 자연환경도 좋았다. 우리가 공연할 오슈왈 오디토리움(Oshwal auditorium)은 최근에 건축한 극장이라 기대감이 높았고, 이한곤 대사님과 인천시립무용단의 특별한 인연으로 캄보디아에 이어 다시 케냐에서 공연하게 되어 설렘이 컸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력사정이 불안정해 리허설과 관객 입장 시간에 정전(停電)이 발생한 것이다. 공연 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공연이었다. 공연 도중 정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처해줄 것을 스태프들과 약속하고 긴장하며 공연의 막을 올렸다. 그러나 우리의 긴장감이 기우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듯 작품 하나하나를 선보일 때마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와 온몸에 전율로 다가왔고, 무대에서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에 녹아들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케냐 전통 무용단의 축하 공연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2부의 하이라이트인 ‘설장고’ 공연이 펼쳐졌고 공연 끝맺음에 맞춰 관객들의 기립 찬사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무용단원들의 손을 잡고 무대 위에 올라왔고 어느새 모두가 하나 되어 어우러졌다. 춤으로 만나 하나 된 세상에서 모두 행복한 눈빛으로 소통하며 우정을 나누었다. 즐거움과 아쉬움으로 오랫동안 막을 내리지 못했다. 공연을 마치고 로비에서 리셉션이 진행되는 동안 극장 무대는 순간 정전이 되었다.
“정전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도 모르게 외쳤다
“Thank God!"

춤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
6월17일 20:30 카메룬
두 번의 공연과 장거리 여행으로 카메룬에 도착한 단원들의 발걸음이 점차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서로 격려하며 정신력으로 잘 극복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립극장이 연상되는 지형적 위치와 극장(InauquralHall)의 외관모습에 약간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기대와 다른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대극장 무대와 조명 시설을 갖추었지만 조명의 암전과 변화는 불가능했다. 오랫동안 담당자 없이 방치된 탓에 우리 조명감독이 기자재를 작동하면 스파크를 일으키며 차단기가 내려가 조명 시설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그리고 한 번 차단기가 내려가면 복귀되기까지 5분 이상 소요됐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조명을 밝힌 채 공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 바닥에도 서너 군데에 구멍이 나 있어 직접 메워야 했지만 그나마 무대 마룻바닥이 거칠지 않아 다행이었다.
관객의 입장이 지연되어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공연이 시작되었지만 어느새 8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반응은 앞선 두 번의 공연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처음 막이 열리면서부터 터져 나오던 박수와 감탄사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되었고, 쉼 없는 공연 여정으로 지치고 힘든 단원들에게 혼신의 힘을 짜내게 하는 커다란 울림과 감동을 전해주었다. 관객의 반응에 화답하듯 시간이 갈수록 무대 구석구석까지 뜨거운 춤의 이야기들이 가득히 채워졌고, 춤을 통해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단원들의 열정이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묶어 감동으로 승화시켰다.
공연을 마치며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혼신을 다했다는 뿌듯함을 가슴에 안고관객들과 어우러져 신명나게 뒤풀이 한마당을 펼친 우리 단원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 그림을 감상하던 나는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단원들의 상기된 표정과 미소에 말없이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아프리카 3개국 순회공연을 마치며
정서가 다른 이방 문화에 대한 신비감이 그들이우리 공연에서 받은 첫 느낌이라면 곱고 화려한 색채의 의상과 장식, 생소한 가락의 음악, 정중동 호흡으로 풀어내는 춤사위, 시각과 청각의 환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조화의 멋! 이것이 오랫동안 그들의 가슴에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분명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으로 마음을 전하며 호흡하듯 오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우리 춤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우리의 모든 것을 전하고 나누기엔 부족해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척박한 아프리카 땅에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운 홀씨를 뿌렸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지속적인 자양분 공급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이번 순회공연을 준비하던 중 과로에 의한 심장마비로 순직한 주카메룬 한국대사관의 고(故) 유홍근 참사관님의 명복을 삼가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