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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본은 마쓰리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전국 각지에서 1년 내내 각양 각색의 마쓰리가 전개된다. 전통 사회의 마쓰리가 지닌 의미는 퇴색되었다고 하지만, 왜 일본에는 다양한 형태의 마쓰리가 전승되고 있으며, 일본인들은 왜 오늘날에도 이렇게 마쓰리에 열광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지난 6월 20일에 참석한 교토대 오구라 키조 교수의 ‘한일 축제 문화 비교’ 특강에서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그가 추천한 도서와 자료를 참고해 일본 마쓰리와 한국의 축제 문화에 대한 소견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마쓰리란 무엇인가
일본에서 맞이하는 무더운 두 번째 여름이다. 7월, 도쿄의 더위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다. 이때쯤이면 ‘납량’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되는데 자연스레 더운 날씨를 반영한 듯 하다. 납량 특집으로 편성한 TV 프로그램, 다양한 이벤트, 특히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생겨나는 마쓰리 행사는 시원한 맥주 거품처럼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즐거움을 준다. 일본의 지역 축제인 마쓰리는 역사도 길고 지금도 여전히

일본 문화의 한 요소로 특색을 이루고 있다. 마쓰리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줄뿐 아니라, 지역민들 간의 친목을 다지고 나아가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마쓰리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본의 전통 축제다. 일본어 마쓰리는 祭る, 奉る, 祀る(마츠루)라는 어원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봉사하고, 존경하는 대상에게 뭔가를 드리는 것을 의미한다. 어원적으로는 우리나라말의 ‘맞으리’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멀고 먼 옛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앞서 있던 한반도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이나 물건이 귀히 여겨졌으므로, 그들을 크게 환대하고 맞이하던 것이 기원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마쓰리란 어떠한 대상에 대해 종교적 의미를 담아 경외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그 마음의 표현으로 제사를 지내거나 춤을 추는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벌여 그를 환대하고 풍요로움과, 번영, 평화 등을 기원하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마쓰리는 종교적인 의미는 크게 퇴색되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축제로 변형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일본에서 행해지는 마쓰리는 대중적 성격이 강하며, 지역 사람들의 자발적인 주최와 참여로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주로 신사나 사원에서 신을 봉하는 제사 의식, 그 지역만의 특성을 나타낸 독특한 마을 축제, 관광지나 상점가 등에서 고객을 부르기 위한 이벤트 성격의 마쓰리가 많아졌다.

일본의 3대 마쓰리
간다 마쓰리
도쿄에서 책방 거리로 유명한 간다(神田) 지역의 간다 신사에서 매년 5월 15일을 중심으로 행하는 마쓰리로 크고 작은 미코시(神輿, 마쓰리에서 신을 태우고 가는 용도로 쓰이는 가마) 행진으로 유명한 축제다. 에도 시대에는 쇼군이 나와서 이 마쓰리를 참관할 정도로 중요하고 성대한 행사였다고 한다. 처음 시작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서민들의 마쓰리로 인기가 높았던 간다 마쓰리는 예전에 비해 미코시(가마) 행진의 소규모 행사로 변천되었다고 하나, 200여 대의 크고 작은 미코시가 행진하는 모습과 이를 뒤따르는 악사, 무용수들이 거리를 누비며 축제 분위기를 북돋는 광경은 여전히 장관을 이룬다.

기온 마쓰리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로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교토에서, 매년 7월에 열리는 기온 마쓰리는 일본 최대의 마쓰리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축제다. 기온마쓰리는 868년 처음 열렸다고 한다. 당시 전국에 전염병이 돌자, 그 역병을 물리치기 위해 지낸 기혼고료우에(祇園御靈會)가 기원이라고 한다. 유서 깊은 이 마쓰리에 대해 교토 사람들은 대단한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다. 7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한 달 내내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16일의 오이야마(宵山)와 17일의 야마보코준코(山 .巡行)가 가장 유명하다. 특히 17일의 야마보코준코는 마쓰리의 절정으로 전국에서 몰려든 구경 인파에 교토 시내가 마비가 된다고 한다.

텐진사이 마쓰리
활력적이고 먹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오사카 사람들의 생활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텐진사이 마쓰리다. 텐진사이(天神祭) 마쓰리는 일본의 3대 마쓰리인 동시에 배 위에서 펼쳐지는 선상 마쓰리로도 유명하다. 지역의 수호신을 모신 가마를 메고 거리를 누비는 것과 달리 신을 모신 미코시를 배에 옮겨 싣고 강물 위를 일주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사카 텐만구 신사의 주체로 매년 7월 24일과 25일, 이틀간 열리며,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틀간의 축제 동안 무려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오사카를 찾는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축제 비교
한일 양국의 전통 축제는 현세적 측면뿐만 아니라 농경사회에서 신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종교적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된다. 한국의 축제는 종교성을 포함한 종합예술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굿, 고사 등 자연을 섬기는 초기 종교의 모습을 상당히 지니고 있는 마을 중심의 민속신앙 성격이 짙다. 따라서 유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조선시대를 거치고 또한 오늘날 고등 종교의 정착은 그만큼 생활에서 전통 축제의 비증을 약화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일본의 마쓰리는 일본 지역사회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며 대체로 신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한편, 한국과 일본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는 전통 축제의 전개 양상을 바꿔왔지만 지역에 활력을 주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는 기본 취지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는 반면, 일본은 산업화 과정에서 초래된 과소화로 인해 피폐된 지역사회를 재건하려는 지역 활성화 운동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전통적인 축제를 발굴해 계승하는 작업과 함께 경제적 요건 외 정신적인 면에서 축제의 본질을 좀 더 살려나가는 노력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일 문화 교류의 새로운 장을 넓히기 위해 오는 9월 도쿄에서 개최될 한일한마당축제를 소개하고 싶다. 한국의 강강술래나 일본 춤 봉오도리를 같이 즐기며 한일 양국의 국민이 정서적으로 더욱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