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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세계를 잇는 민간외교의 초석

전쟁의 개념이 군인들의 전쟁에서 국민의 전쟁으로 바뀐 것 같이 외교도 외교관들만이 하는 외교에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널리 참여하는 국민외교(People’s diplomacy) 또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로 바뀌었다. 정상회담이 “외교의 꽃”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민간인이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즈스탄에서 그 나라 언론인, 학자, 관리 또는 일반시민을 상대로 한국의 문화에 관한 설명을 하고 한국을 이해시키는 것도 넓은 의미의 민간외교다. 해외에서의 활동뿐 아니라 인사동이나 북창동의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외국인과 교환(交歡)하면서 한국의 정치나 문화나 경제에 관해서 아주 작은 설명을 하는 것 또한 손색없는 외교다.

외교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외교를 통해서 두 나라간 또는 여러 나라간의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외교목표가 있는 동시에 현안문제와는 직접 관계없이 총체적인 한국을 대외적으로 소개하여 한국에 적대하는 나라와 사람들을 최소화하고 우호적인 나라와 사람들을 최대화하는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 앞의 것이 정부가 하는 제도적인 외교라면 뒤의 것은 민간인이나 단체들이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외교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활동이 공공외교의 모델이라는 것은 지난 10년의 다양한 활동이 말해 준다. 한·미포럼의 예를 보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열리는 한·미포럼의 미국측 참석자들은 현재 정부에서 아시아와 한국을 포함한 대외정책과 전략수립에 직접 참여하거나 정책수립에 직접, 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직. 현직 고위관리, 연구소 전문가들, 국회의원들, 언론인들이다. 비공개로 열리는 토론을 통해서 우리는 한반도문제, 동북아시아문제, 남북문제, 북한, 미국문제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알게 되고, 그들의 생각을 통해서 미국정부의 정책방향을 짐작할 수 있고,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도 있다. 내가 참석해 본 한·중포럼과 한·러포럼도 마찬가지다. 한·일포럼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총체적으로 외국의 학자, 전문가,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알리고, 그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을 촉발하여 각자의 필요에 맞는 수준과 기간의 한국연구를 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가장 큰 사업은 해외 한국연구 지원사업이라고 생각된다. 1992년에서 2000년까지 8년 동안 2천4백만달러를 들여 하버드를 포함한 세계의 7개국 37개 대학에 52개의 한국학 교수자리를 만든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업적이다.

그밖에 7개국 4백 70명의 한국학 전공 대한원생들에게 3백 50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먼 장래를 내다 본 비전있는 문화투자라고 하겠다. 한국문화를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소개하는 「KOREANA」와 주요 이슈에 관한 한국사회의 다양한 견해를 담은 「Korea Focus」는 해외에서 한국을 연구하고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자료일 것이다. 해외에서 한국을 연구하는데 필요한 CD-ROM이나 비디오 테이프 등 영상자료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가지고 있는 전문인력과 비전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사업이다. 한국에 대해 우호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 사람들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해왔는가를 잘 알고 있고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에서 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큰 유감이다.

OECD에 가입했다고 열광하고, 세계화를 외치고, 외국자본의 구미에 맞게 금융 시스템과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사람들이 길게 보나 짧게 보나 대외적으로 한국을 이해시키고 한국의 친구를 만들고 한국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한국의 대표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재정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하는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도 반(反)외교, 반문화, 반글로벌의 인식능력 탓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활동은 공공외교의 틀을 넘어 지구촌 요소 요소에 한국과 세계의 요긴한 접점(interface)를 만드는 역사(役事)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