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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이 든 외국인 학자의 체한기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한 나이 든 펠로가 그의 생애에서 매우 독특한 한 시기를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그는 지금 다층적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며, 자신의 과거의 경험과 실제 환경, 미래지향적 연구목표 사이의 교차점에 서 있다.

나는 우선 현존하는 한국중세사 자료 ― 각종 고서 및 왕조실록 등 ― 의 방대한 양에 놀랐다. 한 연구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서 나는 연구의 모든 측면에서 나타나는 새롭고 예상치 못한 광경을 끊임없이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한국의 박물관들 ― 성암고서박물관, 삼성출판박물관, 한국불교미술박물관, 간송미술관, 해양박물관, 원광대박물관 및 세중옛돌박물관 ―의 소장품은 나에게 매력적인 시간을 제공해 준다.

이전에 나는 주로 체크와 한국간의 정치적, 경제적 교류업무에 종사했었다. 이제 역사연구에 전념하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교육개발원 등 여러 기관 및 통찰력 있는 경제학자, 과학기술분야 및 교육공학 분야의 학자들과의 교류 경험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당시 활동의 결과가 실제로 성과로 나타나는 것을 보니 감회가 매우 새롭다. 재단 활동의 중요성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지식협력사업과 유사하다. 작년 12월에 개최된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회의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해외 한국연구의 발전과 차세대 교육에 대한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일관성있는 주제를 망라하여 잘 준비된 실질적 회의였다. 이 행사에서 나와 같은 세대 학자들의 사망이라는 슬픈 소식은 창의적인 한국연구자들의 출현에 의해 보상된 듯 하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한국사회의 뚜렷한 특징이며, 내 마음속의 한국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유하의 시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를 통해 잘 드러나는 90년대 초반 당시 오렌지족이었던 젊은이가 설립한 MP3 플레이어 제조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한국청소년개발원의 종합적인 연구나, 다양한 스포츠 및 예술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고려대 학생들의 창의적인 열망으로 나타난다. 어떤 학생은 국제 전투기조종사 대회에 참여하였고, 또 다른 학생은 2002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씨로 키운 잔디로 덮인 재킷을 만들기도 하였다.

열정적인 김정배 총장이 이끄는 고려대는 수준 높은 연구와 다양한 활동의 장이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같은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등 동·서양 포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또 독문학 회의에서 만난 프란츠 카프카 전문연구자들이나, 에드문트 후설부터 유럽 식물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서적 등 조국 체크와 관련된 것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고려대 캠퍼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 석불과 개운사의 종소리가 있다.

한국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혼란스러우면서도 행복하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한국은 노인의 혼란과 느림을 극복하는 삶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체크 외교관 출신으로 ’91-’94년간 주한 체크 대리대사를 지낸 바 있으며, 현재 재단의 펠로로 고려대에 체류하면서 세종대왕의 정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