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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답보, 경제는 진보?

사실 이번 교육에 참가하고 나서 나는 문화가 무엇이며 실제 정책적으로 향도해야 할 문화라는 것은 또 무엇이고, 문화의 영역이 확장된 문화산업의 파급효과는 무엇일까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이러한 고민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경제학적 관점

문화정책의 대상이 되는 문화의 개념은 여러 나라 문화관련 정부부처 구성을 살펴 볼 때, 다양한 범위로 이해(교육, 청소년, 스포츠, 관광 등의 포함 여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나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화, 즉 협의의 문화인 예술·활동에 국한시켜 생각해 본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문화예술 활동과 그 산물은 기술발전에 힘입은 혁신이 불가하여 단위 생산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며 전문 예술인의 고도 숙련 기술을 요구하는 노동집약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재생산될 수 없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시장에서 수요가 사라지거나 정부의 보조금을 받거나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경제학적 선택의 상황에서 정부는 문화가 지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하여, 의료, 교육서비스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삶의 영속성과 질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공공재(公共財)라고 합의하므로 투자를 하게된다.

결국 어느 나라의 문화정책이라는 것은 정부가 전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어느 정도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문화정책
프랑스의 문화정책은 한 마디로 ‘문화민주화’로 표방된다. 문화강국 프랑스의 기치를 내세웠던 프랑스의 두 유명한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Andr?Malraux)와 자크 랑(Jacque Lang) 이후 부단히 노력한 결과 프랑스 정부는 올해 드디어 국가 예산의 1%를 문화예산으로 편성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이러한 문화예산은 문화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활동(파리에 집중된 문화생산 및 보급 활동의 분산화, 문화예술창작 활동의 지원, 예술시장의 활성화, 문화유산의 보존·개발과 부가가치 창출, 전문예술인 교육·고용·지원, 문화에 대한 접근용이성 증대, 뉴 미디어의 개발,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국제교류, 불어 진흥 등)에 사용된다.

이 목표를 위하여 프랑스 정부는 장기적으로 차세대의 문화생산, 소비주체가 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부와 협력하여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문화적, 지적 소양교육 체계를 굳건히 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이유로 문화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계층을 고려, 박물관, 문화유적지, 공연극장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매월 첫주 일요일 무료입장,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차별화된 가격을 적용하는 가격정책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 문화향유에 대한 지리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거지 근처에 도서관, 인터넷 활용, 영화상영, 연극공연 창작 및 전시공간 제공 등의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

한편, 우리 문화부의 문화정책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문화·예술의 보존개발, 예술창작환경 조성, 문화향수권 신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사회경제 발전정책 자체를 문화적 차원에서 재조명하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문화정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문화재중심행정기(제3, 4공화국), 예술진흥행정기(제5, 6공화국), 문화산업중심행정기(문민정부)를 거쳐 현재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증대와 함께 문화의 분권화(문예회관, 문화의 집 운영, 도서관 정보화 등), 신기술을 적용한 문화콘텐츠 개발과 문화정보화가 중시되고 있다고 한다.

양국 문화정책 비교

프랑스나 우리나라 정부가 공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문화정책으로는 문화유산의 보존, 문화기반시설 확충, 창조적 예술활동 여건 조성을 들 수 있고 문화활동의 조직, 관리주체를 국가만이 아닌 민간, 기업 등으로 확대하고 여러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문화활동을 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국 정책의 차이를 들자면 프랑스는 아직 문화산업(문화컨텐츠 제작과 보급)에 대한 정책적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 정부의 문화활동 지원이 아직 예술창작 활동에 국한되고 있으며 산업화와 결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정보, 기술 변화에 힘입은 문화의 영역 확장과 문화의 정보화, 산업화 경향이 뚜렷하다. 문화를 산업화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수 대중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민주화하는 길이며 문화에 경제적 생산성이 가미되기 때문에 자생력을 가지고 전파될 수 있다는 인식의 결과인 것 같다.

그러나 문화가 극도로 산업화되면 재정 문제에 있어서는 자생력이 생겨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게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산업화의 경제성, 획일성, 경직성으로 인하여 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항상 이를 경계하고 문화정책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문화행정가의 역할

이번 교육 중 어느 교수가 문화행정가의 임무는 현재 주어진 일상을 아무 생각없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의 삶을 규정하게 될 사회, 문화적 제조건을 미리 내다보고 그것에 비추어 현재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화, 국제교류 행정가로서 국가정책에 부응하여 문화국가로서의 경쟁력을 기르는 길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르는 것이고, 이러한 혜안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며, 다양성 증진을 위한 국제교류를 활성화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