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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의 국제결혼

얼마 전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배우가 ─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유명배우가─각각 한국여성과 결혼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어 유럽의 한 백작과 결혼한 한국여성의 소식도 소개가 되었는데, 이를 두고 한국 언론이나 외국 언론에서는 이것을‘신데렐라 탄생’이라고도 했다. 또 일부에서는‘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그녀들을 시기하기도 하고, 금방 깨질 거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아마도 동방의 작은 나라의 여성이 많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은 호사가들에게 그리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여성의 아름다운 마음에 매료

그러나 필자는 그들의 결혼소식이 반가웠고, 한마디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여성을 배우자로 택한 그들이 똑똑했고,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어학당에서 배우고 있는 사자성어로 내 마음을 표현한다면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나 할까? 나 역시 한국 여성과 결혼을 했고, 내 선택이 옳았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국여성의 국제결혼의 대부분이 주한미군과의 결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외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외국으로 여행이나 유학을 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반대로 외국에서 오기도 한다. 그래서 서울의 거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남성들은 왜 한국여성에게 관심이 많은 걸까? 굳이 한국어를 공부한다든가,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국여성을 만난 경험이 있다든가, 또는 한국여성과 결혼한 외국남성들은 한국여성의 매력에 대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일단 한국여성은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는 것이다. 까만 머리에 얼굴이 예쁜 아시아인일 뿐만 아니라(유럽 사람들은 아시아인이 인형같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잘 가꾸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외모가 매력의 전부가 아니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첫 인상부터 보듯이 누구나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외모만 마음에 들고 사람의 됨됨이나 성격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래 사귀기는 힘들 것이다. 더욱이 결혼은 더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외국남성들은 한국여성들의 겸손함과 예절바름, 그리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데에 큰 점수를 준다. 한국사회가 급변하면서 한국인들의 의식과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그러한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들은 오래 전부터 유교사회 속에서 가부장적 제도, 남아선호 사상 등에 의해 심리적으로 억압을 받아왔다. 능력이 있어도 여자라는 이유로 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가난 때문에 남자 형제들을 경제적으로 돕거나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려서는 누나, 또는 여동생이라는 이름으로, 결혼해서는 한 남자의 아내,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누릴 수 있는 것보다 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이 많았고, 또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물론 지금은 사회가 많이 바뀌어 여성의 사회진출도 활발해지고, 아들이나 딸을 구분하지 않고 실력만 있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족을 위해 희생도 감수하려는 마음가짐은 개인주의에 익숙한 서구인들에게는 충분히 신선한 충격일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나 남편과 자식을 위해 누구 하나가─특히 여자 혹은 아내가─희생이라는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음은 그만큼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필자를 비롯해 한국여성과 결혼한 외국인은 한국여성의 깊은 마음에 감동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국제결혼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한국에 시집온 외국여성들은 익숙하지 않은 아내와 며느리, 어머니라는 위치에서의 희생이 어쩌면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자기 나라에서의 방식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 왔던 외국여성들은 희생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 왔던 한국여성들과는 달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중적 잣대 거두어야

분명 한국에서 국제결혼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가까이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아시아의 이웃나라 사람들과, 멀게는 미국·유럽 등의 사람들과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결혼의 숫적 증가와는 달리 아직까지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시선은 조금 보수적이다. 아시아인과의 결혼은 일단 외모가 비슷하다보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금발에 파란 눈의 외국인은 까만 머리의 아시아인들 속에서 더 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내와 어디를 가든 시선이 집중되곤 하는데, 가끔은 곱지 않은 시선에 불편할 때가 있다. 그들은 가끔 그들만의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국제결혼 커플을 바라보는데, 한국남자가 백인여자와 같이 다니거나 결혼을 하면‘남자가 능력이 좋은가보다’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백인남자와 한국여자 커플은 뭔가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떳떳하지만 나 때문에 오해를 받는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한 한국남성이 아내가 외국인과 결혼했다는 말에 “한국여성 하나 뺏겨서 아깝다”며 안타까워했다. 필자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 그들의 것을 강탈했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타국에 와서 말이 다른 사람과 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측은하고 걱정된다는 뜻이라는 아내의 말에 좀 누그러지긴 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의 국제결혼은 아직까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제결혼 커플들이 겪어야 할 문화적 차이와 타향살이의 서러움 ─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 무엇보다도 혼혈아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회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용기 있는 국제결혼 커플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부탁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게 잘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