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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정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박사: “공공외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깨어 있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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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정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박사: “공공외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깨어 있는 시민입니다.”

미국 외교관 에드먼드 걸리온은 ‘외국 대중의 마음을 얻고 지지를 확보하는 활동’을 ‘공공외교’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1965년의 일로, 공공외교에 대한 최초의 개념 정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공공외교법은 ‘국가가 직접 또는 지자체·민간과 협력하여 문화·지식·정책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이라고 공공외교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공공외교의 주체이자 객체가 된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공외교라는 활동을, 그 가치를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공외교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알리고자 노력하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김화정 박사를 만났습니다. 공공외교가 일부만의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해 성과를 낼 수 있는 ‘풀뿌리’ 외교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자로, 또한 이화여자대학교 공공외교센터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두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공공외교라는 큰 틀에서 활동하는 것은 같지만, 한 곳에서는 ‘연구’에 다른 한 곳에서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연구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박사후 연구자로 선정되어 문화공공외교 거버넌스를 주제로 연구 중입니다. 감사하게도 서울대,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KF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에서는 실질적인 공공외교 활동에 좀 더 힘쓰고 있습니다. 다양한 업무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독 주니어 포럼 총괄운영입니다. 한국, 독일 두 나라의 주니어 대표단이 매해 상대국을 방문해 다양한 연수, 교류 활동을 하는데 작년에는 대전에서 포럼이 열렸고, 올해는 베를린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포럼은 과거 서울 평화상을 수상한 독일 메르켈 총리가 상금을 기부해주셔서 더 많은 양국 청년들이 포럼에 참여할 수 있어 더욱 뜻 깊었습니다.



공공외교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떤 것들이 공공외교의 범주에 속하는 일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모습들을 떠올려보면 전혀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작게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만났을 때 친절을 베푸는 것, 외국인 친구가 한국이나 한국문화에 대해 궁금한 것들 것 물어봤을 때 귀찮아 하지 않고 성심 성의껏 대답해주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크게는 비즈니스든, 국제적인 행사든 ‘한국인’이라는 대표성을 띠고 많은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좀 더 글로벌 에티켓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에요. 또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이민자, 노동자, 유학생들을 우리 국민과 다를 것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인으로서 존중하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것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민의식, ‘글로벌 시티즌십(Global Citizenship)’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공공외교가 왜 중요하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이유는 뭘까요?

지금 이 세상이 ‘무극 체제(non-polarity)’이기 때문이죠. 과거의 공공외교 탄생 배경인 냉전시대의 양극체제(bi-polarity), 냉전 종식 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인 단극체제(uni-polarity), 9∙11테러, 중국의 부상,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다극체제(multi-polarity)를 지나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절대적 권력들이 분산되었고, 수많은 나라들이 각기 존재감을 드러내며, 비국가 행위자가 세계질서에 영향력을 미치는 무극 체제가 되었어요.
   국제 무대에서 꼭 국가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기구·지역기구의 일원이나 주, 시 같은 자치 정부로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테러 등의 무질서와 혼란도 국가와 지역을 초월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일수록 공공외교로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혐오, 분쟁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더 큰 여유와 자부심으로 대했던 프랑스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과거와 같은 힘 대 힘의 경쟁적 외교보다는 자국을 타국에 알리면서 이해를 구하고, 타국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이는 그런 자세, 인류애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한 공공외교가 지금보다 더욱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외교전문가로서 한국국제교류재단 KF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KF는 정말 잘 해왔고,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사실 흔히 선진국으로 불리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공공외교에 얼마나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고, 인적·재정적으로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왔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대개 한국의 공공외교는 1990년대 후반 시작되었다고 보는데, 이는 서구 선진국들에 비하면 100년 이상 늦은 것이지요. 그렇지만 한국 그리고 KF는 후발주자임에도 세계무대에서 정말 빠르게 성장해왔고, 많은 성과를 거둬왔습니다.
   하지만 공공외교라는 것이 결코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당장은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면서 시간과 예산을 들여야 합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현재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수행하는 공공외교 프로젝트와 사업들이 정말 많은데요. KF가 대한민국 공공외교의 허브로서 각 지역, 기관의 사업들을 잘 연결, 발전시키면서 상생할 수 있는 조율자, 중재자의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민간외교단체에 노하우를 공유해주면서 다양한 시너지를 내는 KF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경계를 확장해나가는 바운더리 스패너(boundary spanner)로서의 KF를 응원합니다.



인터뷰를 읽을 KF뉴스레터 독자들에게도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공공외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에요. 한국은 사람이 자원인 나라잖아요. 저도 여러분도 언제 어디서나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나라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활동가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만큼 자유민주주의의 성숙도 역시 매우 빠른 시간 내에 높여왔으며, 지금도 더 발전시켜가고 있는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자부심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공공외교를 해나갔으면 합니다.


인터뷰 김다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