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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세계] 낭만도시 춘천에 새겨진 에티오피아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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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세계]낭만도시 춘천에 새겨진 에티오피아의 우정

도시를 둘러싼 산과 아름다운 호수가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는 춘천은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즐겨 찾는 강원도의 대표적 관광도시입니다. 낭만적인 열차 여행 혹은 드라이브, 유명한 지역축제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러 춘천을 찾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장소에 다다르게 됩니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국도의 끝, 공지천 초입부터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까지 이어지는 ‘이디오피아길’입니다.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유엔의 요청을 받은 에티오피아는 파병을 결정합니다. 황제의 명을 받은 청년들은 에티오피아의 상징인 사자처럼 용맹하게 싸웠고 중부전선의 수많은 고지전에서 무패를 기록했습니다. 춘천도 휴전 직전까지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1968년 춘천시가 에티오피아참전기념탑을 세운 이후 희미해져가던 에티오피아와의 인연은 2000년대에 다시 이어집니다. 춘천시는 2004년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데 이어 2007년에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건립했습니다.


참전기념관은 에티오피아 전통가옥 형상의 외관부터 눈에 띄는 건물입니다. 1층에는 전쟁과 군대 관련 물품을 전시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6,037명의 에티오피아군이 치른 253회의 전투 기록, 전사자들의 이름, 군인들이 사용하던 수첩이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2층은 에티오피아의 문화를 보여주는 풍물전시실과 교류전시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커피의 발상지로 불리는 나라답게 에티오피아 풍물전시실은 주로 커피 문화를 테마로 꾸며져 있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전통 도구가 흥미롭지만 기념관의 소박한 규모는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기념관을 나서는 길로 맞은 편의 카페를 찾아갑니다. 한국 최초의 로스터리 카페로 알려진 ‘이디오피아벳(ETHIOPIA BET)’입니다.


이디오피아벳은 에티오피아의 집이라는 뜻으로, 한국전쟁 참전을 명한 셀라시에 황제가 직접 붙여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카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자 문양은 에티오피아 황실을 상징합니다. 한국에 에티오피아의 집이 마련된 것을 기뻐한 황제가 특별히 사용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제는 이곳에 황실 생두를 챙겨 보낼 만큼 한국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낮은 산과 넓은 호수가 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할 때면 복잡한 삶의 고민이 사라지는 듯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때는 지금 누리는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와 함께 싸운 이들의 우정과 선의도 한번쯤 되새겼으면 합니다.


글 김문영
그림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