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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세계] 한국과 독일 사이, 바다를 바라보는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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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세계]한국과 독일 사이, 바다를 바라보는 마을 이야기

서울 기준으로 부산보다 먼 거리에 있는 남해가 인기 있는 여행지인 이유는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마을들에 있습니다. 시 쓰고 그림 그리는 예술가 마을, 산비탈에 계단식 논을 내 농사와 어업을 병행하는 사람들의 마을, 이국의 삶과 문화를 품은 마을들이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더불어 여행자를 끌어당깁니다. 그 중에서도 남해독일마을은 이국적 풍경과 특별한 이야기로 방문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산을 등지고 바다를 면한 남해독일마을에서는 두 가지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나는 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붉은 지붕들과 그 위로 넘실거리는 바다, 다른 하나는 해안 쪽에서 올려다보는 깨끗하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입니다. 흰 벽과 붉은 지붕의 집들, 길이 모이는 곳에 넓게 펼쳐진 광장과 시계탑은 실제 독일 마을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듯 이국적입니다.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손질된 정원들에서는 부지런하고 정갈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남해독일마을의 주민 대부분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독일로 파견되었던 광부와 간호사들입니다. 2만 명이 넘는 파독 노동자들은 땀흘려 번 돈의 대부분을 한국으로 송금했고 그 돈은 외화가 부족했던 시절 한국 경제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경상남도 남해군은 2001년부터 파독 노동자들이 조국으로 돌아와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터전을 제공하는 한편, 인근 예술촌 같은 자원을 연계해 특색 있는 관광 요소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국에 돌아온 사람들은 독일에서 가져온 건축 자재로 독일식 가옥을 지었고, 수십 년 간 익숙해진 독일의 전통문화와 생활양식을 지키며 한국 속 독일마을이라는 독특한 마을의 정체성을 형성했습니다.


간호사와 광부의 두 가지 테마로 구성된 파독전시관에는 먼 이국 땅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가던 사람들의 삶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과 이방인에 대한 차별까지 더해져 더욱 힘들었을 삶이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그 삶이 고단했더라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느껴집니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독일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의 축소판이 이곳에서 어김없이 펼쳐지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여행자들과 한데 어울려 맥주잔을 부딪치고 독일식 수제 소시지를 굽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주민들은 축제에 몰두할뿐 누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살았던 때의 즐거운 추억을 한국에서 다시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글 김문영

그림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