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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 콘테나째로 귤을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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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 콘테나째로 귤을 먹는다고?

바야흐로 귤의 계절입니다. 가을이 되면 제주의 귤 농장은 귤나무의 진초록과 귤의 주황으로 풍성하게 물듭니다. 수확한 귤을 담는 상자의 노란색도 더해집니다. 노란색 상자의 이름은 콘테나입니다.

콘테나는 컨테이너에서 온 말일 거라고 추측됩니다. 겨울에는 베란다에 귤을 콘테나째로 갖다 놓고 먹는다고 말했더니 서울에서 온 친구가 화물용 컨테이너로 오해하고 기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콘테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나무 상자에 귤을 보관했는데 1970년대에 귤 농사가 크게 발달하면서 콘테나가 농가마다 빠르게 보급되었습니다. 한 층 위에 또 한 층, 겹겹이 쌓을 때 안정감이 전보다 커져서 보관장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콘테나는 주로 노란색이지만 빨강, 검정, 파랑도 있습니다. 요즘은 분홍색도 종종 보입니다. 콘테나만의 무게는 2kg 정도이며, 가격은 대략 오륙천 원입니다. 보통 콘테나 양쪽의 손잡이 아래에 농장 이름이나 주인 이름을 새겨 넣어 다른 농장의 콘테나와 구분하기 쉽게 합니다.

귤 수확철이면 콘테나는 여러 용도로 사용됩니다. 뒤집어 엎으면 새참 먹을 때 깔고 앉을 의자가 되고 손이 닿지 않는 높이의 귤을 딸 때는 사다리가 됩니다. 농장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지만 귤 따러 가기 싫은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콘테나 하나에는 대략 20kg 정도의 귤이 담깁니다. 귤이 꽉 찬 콘테나를 옮기는 일은 귤 따는 작업 중 가장 힘든 일입니다.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콘테나를 요즘은 다른 곳에서 보게 됩니다. 한 편집숍에서 노란색이 아닌 흰색 콘테나를 만들어 세탁 바구니로 판매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진짜 화물용 컨테이너처럼 크게 만든 콘테나 모양의 카페도 제주에 생겼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콘테나를 모르는 것일 수도 있구나.


글 감귤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