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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세린 교수의 가야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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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세린 교수의 가야금 사랑

30년째 가야금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조세린 교수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알래스카 주노에서 성장한 미국인 조세린(본명은 Jocelyn Clark, 現 배재대학교 주시경교양대학 동양학 교수). 그녀는 어린 시절엔 바이올린과 오보에, 클라리넷 등 클래식 악기를 연주했고, 이후 동양 문화와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나가면서 동양을 대표하는 전통 악기인 일본의 고토와 중국의 고쟁, 한국의 가야금을 차례로 섭렵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가야금. 30여년간 가야금 외길을 가고 있는 가야금 연주자 조세린을 만났다.


가야금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알고 있는 게 맞나요?

많이들 그렇게 알고 계시는데, 아닙니다. 가야금이란 악기가 그렇게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쉬운 악기가 아니거든요. 가야금은 소리를 제대로 내는 게 너무 어려워요. 왜냐하면 제대로 듣는 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요. 제대로 듣고 소리를 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서 가야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을 거예요.


그렇다면 가야금을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제가 대학 때 동양학을 전공한데다 평소 음악인류학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 중국, 일본 이 세 나라의 전통악기를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의 고토와 중국의 고쟁을 접한 뒤에 한국의 가야금을 배워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방법을 찾던 중에 국립국악원 원장님께 직접 편지를 썼습니다. 그곳에서 가야금을 공부해보고 싶은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냐고요. 그때만 해도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무것도 없던 때라 희망적이진 않았지만 다행히 국립국악원에서 저를 장학생으로 받아 주셨어요. 그때가 1992년도였고 제 나이 22살 때였죠. 그렇게 미국을 떠나 한국에 와서 가야금 공부를 하는데 처음에는 서양 악기와 음정을 비롯해 모든 게 달라서 이해하기 힘들고 많이 어려웠어요.


어려운 과정을 지나서 이제는‘가야금 전도사’로 불리실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고, 요즘은 또 독주회 준비로 바쁘시다 들었습니다.

학기 중이라 학생들도 가르쳐야 하고 학술회의와 논문 준비도 해야 하고 국악원 일도 봐야 하고… 여러 일들이 있어서 독주회 연습을 충분히 못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가야금산조 명인 故 성금연 선생님의 큰따님이신 지성자 선생님(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0호 가야금산조 보유자)께 배우며 독주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연습이 부족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방학 땐 날마다 선생님 댁에 가서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 하니까 저도 불만족스러운 상태예요. 독주회라고 해서 크게 하는 건 아니고 작은 한옥집이나 선생님 댁에서 조촐하게 하는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라도 많은 분 모시고 크게는 못하죠. 독주회 타이틀은 ‘2021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0호 가야금산조 보유자 성금연가락보존회 기획공연, 제3기 이수자∙전수생 발표회’예요. 여기서 제가 발표할 곡은 ‘긴 산조’인데, 이런 공연은 일종의 시험 같아요. 실제로 선생님과 제자들한테 평가 받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교수님의 발표곡인 ‘긴 산조’가 어떤 것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짧은 산조는 10분~20분이지만, 긴 산조는 1시간 정도로 연주 시간이 길어요. 공부로 치자면 짧은 산조는 석사논문, 긴 산조는 박사논문이라고나 할까요. 긴 산조의 경우 연구자료가 방대해 한 번 연습에도 하루가 꼬박 걸려요. 그래서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죠. 산조의 세계는 정말 높고도 높아서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하다고 생각해요.




교수님 연주에 대한 관객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제가 외국인 얼굴로 가야금을 하니까 신기하다, 좋다 소리를 많이 하시지만, 제가 알죠.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물론 제가 생각해도 잘했다 싶을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귀가 계속 트인다고 해야 할까요, 열린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바뀌다 보니 잘했다는 기준도 계속 바뀌고 있어요.


앞서 이수자, 전수자 발표회라고 하셨는데, 그럼 이수자이신 건가요?

전수자는 선생님 밑에서 오랫동안 공부했던 제자들인데 신입생들 앞에서 시험 봐야 할 때가 있어요. 이수자들은 나라에서 하는 시험을 봐야 하고요. 저는 전북 무형문화재 제40호 가야금산조 전수자예요. 전수자 법으로 외국인은 이수자로 올라갈 수 없어요. 전수자가 된 건 외국인으로는 제가 처음인 것 같아요. 국악으로 독주회 하는 다른 외국인은 있는데 저처럼 문화재에 들어간 사람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교포들은 몇 분 계신데, 한국 사람들 눈에는 교포들이 외국인으로 안 보이니까 외국인 연주자로 생각을 잘 안 하죠. 근데 저는 외국인으로 봐요(웃음). 교포들도 어렸을 때부터 국악을 접한 것이 아니라 저하고 똑같이 노력 많이 해야 해요. 어쩌면 저보다 더 힘들 수도 있어요.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으로 보고 기대를 많이 하기 때문에요.


전수자라고 하시면, (가야금 연주에 있어) 어느 경지에는 올라섰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제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소리를 내는 건 더 어렵고 더 오래 걸리죠. 가야금한지 30년이나 됐지만 잘한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게 연습을 거듭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선생님 앞에 가면 다 틀렸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럼 또 아, 이게 아니었구나 하는 거죠. 하면서 흥이 나고 나도 모르게 희로애락이 나올 때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이 원하는 소리를 찾은 건 아니에요. 어떤 경지에 오른 것 같다가도 이게 아니다 싶어 내려오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 내려오고 올라가야죠(웃음). 산꼭대기에 올라야 다른 산봉우리들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최근에 아주 의미 있는 음반 작업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11월에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음반 발매를 목적으로 연주회를 가졌어요. 물의 파동을 모티브로 한 음악과 시각예술의 콜라보 프로젝트였는데, 송창애 작가가 시공을 초월하는 공감각적인 무대를 구현해 주셨고, 그 무대 위에서 저 그리고 재일교포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기타리스트 박석주, 이 세 명의 아티스트가 악보도 없이 <생명의 여정>이라는 테마로 즉흥연주를 펼쳤죠. 그러니까 그것은 산조나 전통음악이 아니고 현대음악도 아니고 즉흥음악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되네요. 즉흥연주를 한 시간 동안 했으니까요. 그게 정말 신기했어요. 제가 한 시간여의 즉흥연주를 해낼 수 있는지 몰랐거든요. 이 연주회는 베이스 연주자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김성배 감독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거예요. 금세 즉흥연주에 몰입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 다른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점에서 저에겐 정말 의미 있는 시도이자 도전이었어요.


끝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조를 잘하고 싶은 바람이에요. 물론 병창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음반) 녹음을 할 때까지는 산조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해 안에 제 개인 음반을 꼭 내고 싶어요. 끝으로 지면을 빌어 저를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고, 그동안 공연을 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애써주신 단 한국의상 정서미 대표님과 난계국악기 무형문화재 19호(악기장) 조준석 선생님께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세린(Jocelyn C. Clark)

  • - 1970년생(미국, 워싱턴DC)
  • - 일본 전통악기 고토(沢井流 사와이 류) 사사(1988)
  • - 중국 남경예술대학(南京藝術大學院)에서 고쟁(古箏) 사사(1990)
  • - 미국 알라스카주 웨슬리안대학(Wesleyan University) 졸업(East Asian Studies 동양학1992)
  • - 국립국악원 가야금 사사(1992-1995)
  • - 미국 하버드대학(Harvard University) 대학원 석사(Regional Studies East Asia 동양학 1994)
  • - 미국 하버드대학 대학원 박사(East Asian Languages and Civilizations 동아시아 언어와 문명 2005)
  • - 국악사사: 現 지성자(성금연류 산조 등), 강은경(가야금 병창 등), 前 황병기(현대곡), 강정숙(가야금 병창 등), 지애리(성금연류 산조 등), 이지영(궁중음악 등)
  • - 現 대전 거주외국인지원자문위원
  • - 現 IIIZ+ 아시아현대예술그룹 단장(2001~)
  • - 現 배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