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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우편함] 현지 한국학 전문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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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우편함]현지 한국학 전문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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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라트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 한국학 전공에 KF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훈태 박사입니다. 최근 몇 년 새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거나 한국학을 전공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부전공으로만 운영되던 한국학을 전공으로 확대한 대학도 있고, 기존의 한국학 전공의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진 대학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학 전공의 규모가 중국학이나 일본학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학으로 석사학위는 물론이고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는 대학도 점차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소위 ‘한류’로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한국’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현지 젊은이들의 요구와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해외의 많은 대학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젊은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점차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세종학당이나 한국문화원 등에서 제공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강좌에 등록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몰려드는 현지 일반인들의 모습도 이제는 낯선 광경이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라트비아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라트비아는 인구가 200만 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제가 재직하고 있는 라트비아대학교의 경우에도 한국학 전공이 개설된 2014년도 이후 최근까지 재학생의 수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합쳐서 50여 명을 유지해 오다가 올해부터는 신입생의 수가 대폭 증가하여 재학생의 수가 7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는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일반인의 숫자가 200명이 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많은 지역에서 지속된다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소위 ‘한국어의 세계화’는 물론이고 ‘한국학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도 산재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중의 하나는 현재 해외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학 전공이 현지 출신의 한국학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유지되고 발전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현지 한국학 전문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의 역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각 지역의 한국학 전문가는 현지에서 한국을 올바로 알리고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해당지역에서 한국학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현지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고 보급 및 확산시키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학 전문가는 수년간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박사급’ 수준의 인력을 말합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학부 과정부터 계산하면 최소한 8년 이상을 한국학 분야에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만 그 자격과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지역과 대학에 따라서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현지 출신의 한국학 전문가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한국학을 전공으로 운영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한국학 전문가 양성에 국내외의 적극적인 관심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말에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듯이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10년 이상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 가르쳤던 많은 학생 중에서 일부는 현지에서 일부는 한국에서 한국학 전공으로 석사나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예비 한국학 전문가의 자격을 갖추고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제자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과 대학에서 자격과 실력을 갖춘 현지 한국학 전문가들의 활약을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라트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김훈태 KF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