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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우편함] 피라미드의 나라에서

[KF 우편함] 피라미드의 나라에서

정영인(이집트 아인샴스대학교 한국학 객원교수)



2015년 9월 첫 금요일, 카이로공항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이후 거의 7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카이로 생활을 마무리합니다. 이런 때 원고 청탁을 받게 되어 작별 인사의 자리를 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아인샴스대학교 한국어학과 대학원 석박사 과정 강의와 논문 지도입니다. 한국 대학에서 23년 반을 근무한 뒤 명퇴한 입장에서 대학원 강의와 논문 지도가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강의 시간에 질문을 자주 하는 대학원생들이 대견했습니다. 여기서 대학원생들은 ‘교수요원’입니다. 즉 학부를 졸업하고 1년 뒤에 한국어학과 교수요원으로 선발되는데, 30여 명의 졸업생 중에서 1~3등 안에 들어야 합니다. 학부 한국어학과 입학도 언어대학 최고의 성적이어야 가능하니까 이들 교수요원들은 우수한 학생 중에서도 우수한 대학원생들입니다. 현재 석사과정 9명, 박사과정 9명이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이들 대학원생들은 학교 규정에 따라 10년 안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해야 합니다. 이런 제약 때문에 우리 대학원생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대부분 잘 이겨내지만 엉뚱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표절 문제입니다. 최소의 노력으로 석사학위를 얻으려는 시도는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한 대학원생은 학위 심사를 안 해 준다고 법원과 교육부에 고소고발을 하기도 했습니다.

올 8월에 마지막으로 2명의 석사와 1명의 박사학위 심사를 진행합니다. 7년 동안 10여 명의 석사학위자가 나왔습니다. 8월에 진행될 박사학위 심사가 잘 끝나면 중동아프리카 최초로 현지 한국어학 박사가 탄생합니다. 이들이 중동아프리카 한국학 부흥의 밑거름이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이집트 한국어교육 연구회’는 제가 2019년 7월에 만들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집트 거주 한국인들 40여 명 그리고 아인샴스대학교 교수요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37차례의 온라인 강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또 매년 10월 9일이 되면 한글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2019년에는 아인샴스대학교 언어대학 로비에서 세종대왕께서 의도하신 대로 한글을 설명한 ‘20분 안에 한글 배우기’와 소그룹 모임, 한국 음식 나누기, 한글로 참여 학생 이름 써 주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12명의 한국어 교원과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습니다. 2021년 한글날에는 아랍권 최초로 ‘훈민정음 서문’을 아랍어로 번역해서 발표했습니다.

‘마르티리아 한국어교실’은 ‘이집트 한국어교육 연구회’와 이집트 NGO 단체인 마르티리아재단이 협력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1년에 네 차례 열리는 마르티리아 한국어교실은 연구회원들에게는 한국어교육 실습의 기회입니다. 물론 이런 강의는 제가 매 시간 수업 계획서를 사전에 점검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열의는 이집트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보람 있는 일이 틀림없습니다.

이집트에는 아인샴스대학교와 아스완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어학과 개설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델타 지역에 있는 카프르 엘 셰이크대학의 한국어학과 개설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이집트 중부 지역에 위치한 소하그대학에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기로 그 대학 총장과 합의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올 9월 이집트에서 세 번째 한국어학과가 탄생하게 됩니다.

새로운 한국어학과 개설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집트 내 한국어가 가능한 아랍어 교육자 풀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인샴스대학교 한국어학과가 오래 되기도 하고 우수한 졸업생들도 많이 배출했지만, 한국어가 가능한 아랍어 교육자들의 수가 아직 적어 우리 교민들이 부담하기에는 강의료가 높은 편입니다.

새로이 개설될 소하그대학 한국어학과에서도 우수한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길 기원하며, 저는 구어체 아랍어로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쌀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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