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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음악적 입장에서 본 영화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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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입장에서 본 영화 ‘미나리’

정순영(영화음악 평론가)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할머니 역)은 한국 영화 역사상 102년만에 미국 배우 조합상(SAG) 여우조연상,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여우조연상, 미국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거두며 한국 문화예술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영화는 이민자의 정신적 고통과 생활 속에서 겪는 아픔을 절실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미나리’의 주제가 ‘비의 노래(Rain Song)’는 피아노곡-플루트곡-노래곡 등으로 다채롭게 편곡되어 영화 속 장면에 효과적으로 스며들었다. 장면이 교체될 때마다 음악은 강도를 높여 독특한 미학을 선사하며 뚜렷한 기억을 남긴다. ‘비의 노래’에서 ‘긴 기다림 끝에 따스함 속에 노래를 부르네’란 가사는 마치 영화 속 할머니와 손자의 풋풋한 정을 말없이 표현하는 듯하다.

이 영화의 주된 테마는 한마디로 ‘가능성(possibility)’이다. ‘타국 땅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지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부부의 마찰과 아이들의 호기심 등의 세심한 장면을 음악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시대를 초월한 긴장과 여운을 만들어낸 주제곡은 영상과 함께 사운드 디자인의 총체적 개념을 느끼게 할 만큼 세심하게 배치됐다. 피아노곡으로 연주된 주제곡은 장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다소 미약한 점도 있지만, 앞으로 전개될 장면을 암시하며 영화 음악으로서 동기화된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서 할머니의 실수로 불이 난 후 싸움만 하던 할머니와 손자가 끈끈한 가족애를 보이며 화합의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때 흐르는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장면과 잘 맞아떨어져 리얼리티를 더한다. 불이 나는 장면, 불 속에서 농작물을 건지려는 위험한 장면에서 보여주는 사운드의 힘이 대단하다.

배우 한예리(엄마 역)는 직접 OST ‘비의 노래’를 한국어로 바꿔 부른 엔딩곡으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다. 이 주제가는 영화가 이어지는 동안 여러 장면에 방점을 찍고 들어와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실제로 첨예한 감정 상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영화 ‘미나리’의 음악은 미국 아칸소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장면과 잘 어우러진다. 영상과 소리가 하나 되어 자연적 소재를 음악에 붙인 것이 절묘하다. OST 앨범에 담긴 총 16곡 중 세 번째 곡 ‘Big Country’는 잔잔한 피아노곡으로 묘한 운율감을 주며, 대자연의 영상에 맞게 잘 스며들었다. 아칸소 대자연의 풍경과 경운기를 끄는 스티븐 연(아들 역)의 시각적인 모습이 음악과 긴박한 조화를 이룬다. 음악이 자연 속에 억지로 끼어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개입하는 역할이 흥미롭다. 다섯 번째 곡 ‘Rain Song’은 이 영화의 주제가로 음악의 전반적 흐름을 주도한다.

영화 ‘미나리’의 음악 감독 에밀 모세리는 1980년대 배경에 맞춘 이민자의 서글픈 정서에 적합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할머니를 동경하는 손자 손녀의 향수적 멜로디와 간간히 꿈같은 몽상적 사운드가 여러 영상에 배치되어 있다. 그다지 튀지 않는 기묘한 선율과 리듬이 곳곳에 맴돌며 자리 잡고, 피아노와 기타와 보컬이 합세해 다음 영상을 암시하는 등 각 장면마다 음악적 맥락을 이루고 있다. 1980년대 코르그 신시사이저의 화음색으로 영화의 첫 장면을 실감나게 그렸고, 이주민의 고달픈 애환이 통기타와 보컬의 배합과 어우러져 기묘한 사운드 트랙을 형성하기도 한다.

음악 감독을 맡은 에밀 모세리는 버클리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그가 만든 16곡이 OST 앨범에 수록됐다. 또한 한국 통기타 음악이 전성기를 이뤘던 시대의 음악들이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영화 속 음악은 영화 ‘미나리’처럼 이민자들에게 생생한 휴머니즘을 주는 음악으로서 정교한 사운드 트랙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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