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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전통예술과 서양음악 한 작품에 담아내는 임준희 작곡가

 People >  한국 전통예술과 서양음악 한 작품에 담아내는 임준희 작곡가
한국 전통예술과 서양음악 한 작품에 담아내는 임준희 작곡가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작곡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음악작곡과 교수이면서 전통예술원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서양 현대음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한국 전통음악의 격조 높은 미학을 바탕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현시대에 맞게 한국의 전통음악적 소재를 서양음악과 융복합한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2. 원장님의 협주곡 시리즈 ‘혼불’이 대금과 서양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성으로 작곡돼 ‘혼불 7 - 조우(만남, encounter)’라는 이름으로 7월 초 베를린에서 초연됐습니다. 어떻게 공연하게 됐나요?

이 작품은 주독일 한국문화원과 베를린 캄머 심포니가 주최한 ‘대한제국 애국가 공식 제정 120주년 기념음악회’의 위촉을 받고 썼습니다. 제가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작곡해 온 협주곡 시리즈 ‘혼불(Spiritual Fire)’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소중한 순간순간 만남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음악회 역시 120년 전의 한국과 독일인 작곡가 에카르트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주제로 하기에 ‘혼불(Spiritual Fire) - 조우(Encounter)’라는 제목으로 곡을 썼고, 지난 7월 1일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와 7월 2일 할레시에 있는 헨델 공연장에서 이아람 교수의 대금 연주, 위르겐 브룬스의 지휘로 세계 초연하게 됐습니다.


3. 현지 반응은 어땠나요?

공연 당일 독일 청중이 사운드 하나하나 집중해서 초연 곡을 들어줬고, 반응 또한 매우 좋았습니다. 창작 공연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진 청중은 대금의 전통적인 특징을 살린 부분과 현대적인 음색을 살린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해줬습니다.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대금의 독특하면서도 자연과 닮은 사운드, 특히 미분음(현대적 용어)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유연한 동양의 사운드가 이들에게 오히려 매우 현대적인 사운드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새로운 음악으로 느낀 것 같아요. 또 전쟁과 분단을 겪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느끼는 동질감이 이 곡을 통해 전달되고 공유된 것 같아 작곡가로서 매우 기뻤습니다.


4. 혼불 시리즈를 작곡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시리즈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2002년 세계 여성 음악회 작품을 위촉받아 작곡한 ‘정가와 가야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혼불 1’을 쓰면서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을 접했고, 그 소설 속에 절절하게 표현된 우리 전통문화에 담긴 한국인의 삶과 얼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가졌습니다. 강모와 강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기다림이 만든 소리를 표현했던 혼불 첫 작품 ‘인성과 가야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혼불 - 백초를 다 심어도’는 이미 19년 전에 작곡했고, 그 후 ‘혼불 2 - 나의 넋이 너에게 묻어’, ‘혼불 3 - 가도 가도 내 못 가는 길’, ‘혼불 4 - 단 한순간만이라도’, ‘혼불 5 - 시김’, ‘혼불 6 - 무(巫)’를 시리즈로 썼고, 이번에 ‘혼불 7 - 조우(만남, encounter)’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5. 이번 베를린 공연이 그동안 국내에서 연주된 혼불 시리즈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그동안은 주로 최명희 작가의 소설 ‘혼불’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야금과 국악관현악이나 해금과 국악관현악 같은 형식으로 곡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클래식의 중심지 독일 베를린에서 초연되는 만큼 대금과 서양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썼습니다. 저는 평소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등과 같은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전통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예술이 분명 현시대의 청중에게도 큰 예술적 감동을 주리라 확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금은 자연의 소리와 닮은 악기,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물소리 같기도 하고 또 인간의 숨소리 같기도 한 악기입니다. 동시에 대금의 취구(입김을 불어넣는 구멍)에 있는 갈대 속청의 떨림으로 만들어내는 높은 소리, 즉 청소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을 지녔습니다. 이러한 대금과 다채로운 음색의 서양 오케스트라가 만나면 분명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6. 전통예술원 원장으로서 그동안 다양한 해외 교류 사업을 수행했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한국전통예술한류 선도사업 기관으로 지정돼 다양한 해외 교류 사업을 수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시작한 국악기를 포함한 국제 작곡 콩쿠르 개최, 주독일 한국문화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베를린 한국창작음악제에 30여 작품의 한국 창작 작품을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에 소개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창작 음악의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또 올해 독일 쾰른 대학, 에센 폴크방 대학, 함부르크 대학 등과의 국제 교류 워크숍과 공연 등을 통해 대학 교류의 물꼬를 텄습니다. 그 외에도 남미 사물놀이 공연,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펼친 판소리 공연, 일본에서의 전통무용 공연, 콘텐츠 개발을 위한 창제작 사업, 예술한류 콜로키엄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했습니다.


7. 한국의 클래식 창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더욱 각광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콘텐츠의 질과 창의성, 완성도가 높아야 하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지속적인 국제 교류를 통해 공연으로 선보여 서로의 창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합니다. 제가 하는 작업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8. 혼불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혼불 시리즈는 저의 창작 작업에 혼을 불어넣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거예요. 아울러 지난 10월 독일 순회공연에서 저의 피리와 타악을 위한 ‘리추얼 댄스(Ritual Dance) 1 - 탈(마스크)’을 선보였는데, 여덟 개의 취구를 가진 피리의 독특한 음색, 변화무쌍한 표현력과 엄청난 음량, 그 가능성에 독일 청중이 매우 놀라워하면서 환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리와 서양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혼불 8’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우리 선조의 숨결과 삶이 담긴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공연 후 커튼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