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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gan Paul International

한국관련 영문 출판물을 꾸준히 출판해 온 영국 출판사 Kegan Paul International이 자사의 한국관련 활동과 출판물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기에 싣습니다. [편집자]

12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Kegan Paul International(KPI)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세계 각지에 지부를 두고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KPI는 다양한 국가들의 흥미롭고 중요한 작품들을 출판해 왔으며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관한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특히 한국관련 영문판 출판을 선도해 왔으며, 한국 작가들의 우수 작품들과 한국관련 학술 서적을 출판한다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한 자부심은 KPI가 발행한 방대한 양의 한국관련 도서 목록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국 작가에 의해 쓰여진 작품을 영문으로 번역한 「Korean Culture Series」가 출판되었는데, 이는 총 6권으로 구성되어 각 권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한국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는 「Korean Classical Literature」로 시작하여, 「Love in Mid-Winter Night」, 「Modern Korean Literature」, 「Memoris of a Korean Queen」, 「The Shaman Sorceress」, 「The Waves」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리즈의 전반적인 편집책임은 고려대 영문과 정종화교수가 맡았으며, 일부―「Korean Classical Literature」, 「Love in Mid-Winter Night」, 「Modern Korean Literature」―는 번역과 편집을 직접 담당하기도 하였다.

제1권인 「Korean Classical Literature」는 19세기 이전 작품들이 선별되어 실려 있고, 각각의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의 오랜 역사를 쉽사리 접해 볼 수가 있다. 20세기 서양과의 빈번한 접촉을 통해 한국에는 새로운 문예 사조가 도입되었고, 이 새로운 문예 사조들이 투영된 작품들이 「Modern Korean Literature」에 실려있는데, 여기에는 57년간(1908-1965)에 걸쳐, 다양한 작가들의 30여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각 작품은 근대 한국 역사의 기념비적 사건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문학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게 된 최초의 작품들로 기획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실린 몇몇 작품들은 이전에 한 번도 영문으로 번역된 적이 없는 것들이다.

정종화 교수가 직접 번역, 편집을 했던 제2권 「Love in Mid-Winter Night」에는 시조가 수록되어 있다. 「시조」는 한국 문학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장르로서 아직까지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매우 섬세하고 함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워낙 대중적이었기 때문에 왕에서부터 정치가, 시인, 기생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작가가 배출되었다.
「Memoris of a Korean Queen」 역시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기에 적합한 책이다. 시리즈의 제 4권인 이 책은 혜경궁 홍씨가 생을 마감하기 11년전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문으로, 어린 소녀시절부터 시작해서 궐 안에서의 세자빈으로써 보낸 사춘기 등,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참담했던 시절에 대한 홍씨의 회상이 이어져, 사도세자의 죽음을 전후한 역사적인 사건을 잘 조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궁중 안의 실제 생활을 세밀히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Korean Culture Series」는 저명한 두 명의 한국 작가의 작품 두 편으로 마무리지어졌는데, 그 중 하나는 당시 한국 최고 원로 작가였던 故 김동리의 「무녀도」를 영역한 「The Shaman Sorceress」 이다. 또 하나의 작품은 강신재의 「파도(The Waves)」다. 이 두 작가들의 작품들은 한국 작가들의 재능과 창조성을 영어권 국가들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또한, KPI는 선별된 독자들을 위한 안내책자나 구체적인 한국관련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출판물들도 다수 제작하였다. 「Korea-An Introduction」라는 제목의 책은 한국인의 관점에서 서양독자들을 위해 쓰여졌고, 한국을 그 동안 간과해 온 서양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하는데 기여했다. 「Korea-Light of the Orient」에는 한국의 풍경을 담은 화보집인데, 지금까지 외국어로 출판된 어떤 화보집 보다 아름다운 책이라고 자부한다.
KPI의 한국관련 출판물 중 백미는 역시 최초의 영역소설 「토지」 이다. 박경리가 집필한 이 책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현대 한국문학에서 가장 우수하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보수계층과 근대세력이 충돌하던 시기 자신의 숙명을 따르는 농촌 주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이 책의 인물과 배경은 아주 현실감을 주는 것이고,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외국인들에게 이 책은 뛰어난 문학 작품일 뿐만 아니라, 또한 매우 이질적이지만 매혹적인 문화로 이끄는 매개가 된다. 작가 박경리는 한국 당대 작가 중 최고로 알려진 작가 중의 한사람이다. 그녀는 한국이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고자 노력할 당시인 1950년대 초 집필을 시작했으며, 여자의 슬픔, 사랑, 인간 존엄성, 전통과 새로운 세대간의 충돌 등을 다룬 수필, 소설들을 발간한 바 있다. 「토지」는 25년의 집필 기간을 걸쳐 1994년에 완성했으며, 그녀의 초기 작품에서 보여진 주제들이 모두 담겨 있다고 한다.
한국에 관한 것을 출간하는 다른 출판사들과 KPI를 구별짓는 가장 큰 차이는 새로운 소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에 있다고 하겠다. 새로 번역할 작품이나 혹은 새로 제작할 안내서 등을 항상 찾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출판사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의 개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새로운 시도중의 하나가 「The Encyclopaedia of Korea」이다. 대규모 사업인 이 한국백과사전은 고고학에서부터 국제 관계에 이르기까지 60명 이상의 전문가의 공동작업으로 진행되었으며 9월경 출판될 예정이고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서 서양인과 한국인, 전문가와 초보자 모두에게 유용한 한국관련 최고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Trees of the World」란 책은 KPI의 또 다른 괄목할 만한 프로젝트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문학비평가들로부터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는 시인 정현종의 시선집이다. 그의 작품은 시와 사물간의 관계에 대한 그의 천착을 보여주며, 인간 대 인간, 인간 대 사물의 관계 위에 심오한 명상을 표현하고 있다.
KPI는 세계를 향한 한국문화의 강력한 지지자이며, 대변자로서 앞으로 더 많은 우수 도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다짐과 노력으로 머지않아 해외에서 한국관련 출판물을 가장 많이 출간하는 출판사가 될 것이다. KPI는 이러한 역할을 기꺼이 맡아, 한국의 미를 세상에 더욱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