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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후외교 전문가 트레거 이쇼다 주한 마셜제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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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외교 전문가 트레거 이쇼다 주한 마셜제도 대사




1.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주재 마셜제도공화국(이하 마셜제도) 대사인 트레거 A. 이쇼다입니다. 주한 대사직을 수행하는 한편, 대통령 특사로 해양에너지전환포럼에 참가해 런던에 있는 국제해사기구의 온실가스 관련 협상에 참여하는 등 해양 탈탄소화에 관한 지역 및 국제 회의에서 마셜제도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2. 태평양도서국 지역 국가인 마셜제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마셜제도는 태평양 한가운데 적도 바로 위에 있는 나라로, 24개의 낮고 환상적인 산호도들과 다섯 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면적은 190만㎢에 이르지만, 그중 마른 땅은 181㎢에 불과한 섬 나라입니다. 중심 산업은 어업이며,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구는 65,000명에서 70,000명 사이로 추정됩니다.


3. 마셜제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국토의 많은 부분이 낮은 산호도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높은 곳도 고작해야 2~3m 높이에 불과해 나라 전체와 온 국민의 생존이 점점 더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마셜제도의 정치인, 전통 부족 지도자, 청년들은 그동안 국제 사회에 끊임없이 한목소리로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 주택과 기반시설 그리고 작은 규모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증거에 입각한 과학,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주변에 대한 전통적 이해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점차 더 자주, 더 심각하게 일어나며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에 근거해 정책을 결정해 왔습니다. 현재 상황은 대단히 심각합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섬이 침식되고 식수원이 침범당하고 있으며, 해수 온도가 올라 산호들 또한 극심한 압력을 받고, 가뭄 또한 높은 빈도로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는 세계 각국을 부단히 독려해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 기준점을 넘지 않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4. 기후외교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환경 이슈 및 마셜제도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대표적인 활동 몇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우리나라는 국제해사기구에서 태평양 국가들과 여타 기후 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이끌어 국제 해양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GHG) 배출 목표를 1.5도로 맞추게 했는데, 이는 관련 당사국이 모두 동의할 때 달성할 수 있는 기념비적 과업입니다. 지난 7월 열린 국제해사기구의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도 우리는 1.5도 목표를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마셜제도는 자연과 인간을 위한 과감한 연대(HAC)에서 1.5도 목표를 성공적으로 지켜내는 등 다른 분야에서도 기후 문제에 관한 지도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해 왔으며, 기후 취약국 포럼(Climate Vulnerable Forum)의 글로벌 방패 계획(global shield initiative)을 포함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유엔의 석유 가스 폐지 동맹(Beyond Oil and Gas Alliance)에 가입했고, 다른 태평양 국가들과 함께 기후 변화로부터 태평양 거주민들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푸른 태평양 대륙 전략계획(Blue Pacific Continent Strategy)을 수립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토 면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해상 국경선을 지키기 위해 협상했습니다. 우리의 생존 그리고 지구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직면한 기후 변화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전 세계적 담론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 권리라는 것을 확고하게 믿고 있습니다.


5. 지난 5월 29~30일 한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기후 변화도 주요 의제 중 하나였는데,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한-태평양도서국 대화 출범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리 태평양 국가들의 정상들을 만난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생각하며, 윤 대통령님의 선견지명과 리더십에 찬사를 보냅니다. 제1차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더들에게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 같은 기회는 우리의 관계를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즉 기후 변화와 관련해 모든 국가들에게 아주 중요한 동료 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6.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0월에 개최하는 공공외교주간 행사에 기후 변화 토크를 위한 연사로 초청됐습니다. 기후 변화 토크는 어떤 행사이고,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되나요?

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어느 나라보다 먼저 이 지구적 도전을 받게 된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국민의 강인함에 대한 이야기이며, 모두가 함께 사는 세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의 이야기이고, 생존하고 싸우기 위해 우리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역할을 흔들림 없이 굳건히 해내리라는 사실을 한국에 알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섬나라들을 구함으로써 전 세계를 구해 주십시오. 우리가 제일 먼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우리가 가라앉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트레거 A. 이쇼다 주한 마셜제도 대사는 제6회 KF 공공외교주간(10. 13~15, 성수동 언더스탠드 에비뉴)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기후 변화 토크’에 출연, 벨기에 방송인이자 환경 인플루언서인 줄리안 퀀타르트(Julian Quintart)와 함께 기후 변화와 관련된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7.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우리 작은 섬 나라들 이야기를 통해 독자와 생각을 나눌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입니다. 우리는 태평양의 기후 전사들입니다. 감사합니다.

 

5월 29일 열린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KF와 함께 진행한 기후 변화 관련 전시 ‘바다를 엮으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과 공예’ 전시장 전경